마리선녀 이야기/마리선녀 사색

설천정을 다녀와서

마리산인1324 2010. 9. 28. 22:33

- 2000.11.4  마리선녀 씀 -

 

 

 

<경주에 있는 설천정을 다녀와서>

여행 하던 중 유독히 기억에 남았던 곳이라 그 느낌을 적었놨던 것이 있어 올려봅니다.



설천정



설천정의 자태는

옛 여인의 가슴 깊이 품고 있던 은장도 같습니다.


울창하다 싶은 대 숲을 가로질러 오솔길을 헤집고 내려간 곳,

그곳에 빚바랜 정자 하나 쓸쓸히 있습니다.


마당 하나가득 품에 안은 듯

알 수 없는 도도함이 속으로부터 흐르고

단아하고 은은한 외형은 사대부집 아낙 같습니다.


스스로 자연이 되어

세상 한편의 아귀다툼에도 아량 곳 하지 않고

산사의 스님처럼 여유로히 미소만 짓습니다.


편안하고 부끄럽습니다. 

시간이 삼켜버린 세월의 흔적이 이렇게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과,

그곳에서 쉬임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이제야 오래된 우리의 것에서 알게 됩니다.


그 때 그 사람들의 서러운 속엣 말도

설천정 곳곳에 고스란히 녹아 예술이 되었습니다.

   

가끔 풀섶 헤집고 찾아온 낯선이들의 숨겨진 담욕까지 드러내고마는

깨끗한 청수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