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산인 이야기/마리산인 마음

정상일의 시 '동막골'을 되뇌이며...

마리산인1324 2016. 8. 18. 21:11

아마도 2016년 오뉴월이었을 겁니다.

그가 동막골에 찾아와서 함께 막걸리를 나눠마시던 날...

그날에 정상일은 흘러다니는 빨간 싸인펜으로 이면지에다 마구 휘갈깁니다.

잠시의 주저함도 없이, 일필휘지로 내려꽂는 그의 언어의 힘은 형언할 길 없는 힘이 느껴집니다.

그의 생각이 잠시 머물던 그 종이를 최근에야 우연히 발견했지 뭡니까...

몇번이고 다시 읽으면서도 되풀이 되는 저의 감탄은 분명 의도적이진 않습니다.

늘상 시인이길 거부하는 정상일의 시는 이렇게 저를 자주 흔드니까요...




동막골


- 정상일 -


그저 찾아온 길에

술 석잔이면 꽃 피지 않겠니

만약에 꽃이 핀다면

사랑이라고 말하지 않겠니


보라, 이 사람아,

저기 꽃 피고 여기 꽃 피고

복사꽃 마음에 숨고

저 벚꽃 가슴에 숨고


생각하니, 다 꽃이로다.


-술이 부족하여 영혼이 죽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