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산인1324 2018. 5. 22. 22:58

고깃집 한켠에 앉아 술잔을 들기 전

그는 놓인 반찬 그릇들을 치운 채 펜을 집어든다.

일필휘지로 내지르니 곧 명징한 시가 되어버린다.

아, 결국 우리는 대취하였고

샥시한테 집으로 질질 끌려가도 기분은 하늘을 날았다...


<저녁에>


- 정상일 -


어느새 꽃은 지고
바람이 부는 것이냐


사랑을 기억할 새도 없이
봄날은 떠났네


언젠가 우리가 이 저녁을
먼 추억처럼 그리워할 때
오늘의 저녁 바람이
우리의 쓸쓸함을 알리라




서로 저물었다고
같이 늙었다고
함께 비우는 술잔을 그때
우리는 기억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