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08/09/09 02:04:57
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0809/h2008090902045722000.htm
2006년 무혐의 처분 사건까지 도마위… 대어 못잡으면 검찰 위상에 큰 타격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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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수사로 여권을 겨냥했던 참여정부 검찰
노태우 정권 때부터 전 정권 또는 야당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 사정은 일반화된 공식이었다. 이들의 비리를 들춰내 자신의 비교 우위를 강조하려던 역대 정권의 노력과 이에 대한 검찰의 협조는 본능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 공식은 참여정부에서 사실상 무너졌다.
참여정부 5년 동안 '정권의 적'에 대한 일방적 사정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SK그룹 수사처럼 정권을 곤혹스럽게 하거나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에게 비수를 들이댄 '역(逆)사정'이 더 자주 연출됐다. 검찰은 '국민의 정부'의 최대 '아킬레스건'이었던 대북송금 사건 수사를 유보했다. 1년 여에 걸친 대선자금 수사는 야당이던 한나라당 못지 않게 노 전 대통령에게도 심각한 타격을 가했다. 핵심 측근들이 '정치적 식물인간'화했고 노 전 대통령도 사실상 불법 정치자금 수수의 공범으로 지목되는 치욕을 겪었다. 양길승 전 청와대 부속실장 향응 의혹 사건, 대통령 측근비리 및 썬앤문 로비 사건, '유전게이트' 등 그 밖의 대형 사건들도 대부분 참여정부의 심장을 겨눈 것이었다. 한나라당이나 국민의 정부에 대한 검찰의 일방적 사정은 없었다.
구 여권 표적사정에 바쁜 검찰
그러나 현재의 검찰은 달라졌다. 검찰이 손대고 있는 굵직한 사건들은 모두 같은 표적을 겨누고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강원랜드와 최규선ㆍ전대월씨에 대한 대검 중수부 수사, 서울중앙지검의 부산자원 부당대출 및 KTF 납품비리 의혹 수사, 서울서부지검과 남부지검의 프라임그룹 및 애경백화점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 등의 궁극적 표적이 참여정부 핵심 실세들이라는 얘기다. 사라졌던 검찰의 전 정권 사정 공식이 이명박 정부에서 부활한 셈이다.
완성도도 논란거리다. 노태우 정부는 '5공 비리', 문민정부는 '12ㆍ12' '5ㆍ18', 국민의 정부는 '총풍' '북풍' '세풍' 등 명확한 주제와 범죄 근거가 있는 사건들을 표적으로 삼았다. 최근 수사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저인망식 싹쓸이 수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엇인가 잡아내기 위해 일단 수사부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006년 무혐의 처분됐던 부산자원 사건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것이 바로 검찰의 '급한 처지'를 대변한다는 분석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성과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이미 새 정부 출범 이후 노 전 대통령측과 관련이 있는 제주 제피로스 골프장 탈세 사건, 한국석유공사 비리 의혹 사건을 수사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검찰 독립 저해 우려 커져
사정의 부활을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 독립이 훼손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사정 수사 이전에 진행됐던 대대적 공기업 수사, 촛불시위 엄정 대처, 광고중단 운동 수사, 정연주 전 KBS 사장과 MBC PD수첩에 대한 수사도 공교롭게 새 정부의 입맛에 딱 들어맞는 내용들이었다. '검찰 독립성 훼손'과 '구태의연한 보복성 사정의 부활'이라는 우려와 비판을 감수한 상황에서 참여정부 비리 입증에도 실패할 경우 검찰이 입게 될 타격은 심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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