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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사회

정운찬 "한국, 이번 위기로 중산층 붕괴될까 우려" (프레시안090112)

by 마리산인1324 2009. 1. 13.

 

 

<프레시안> 2009-01-12 오후 7:55:16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090112194554§ion=02

 

 

정운찬 "한국, 이번 위기로 중산층 붕괴될까 우려"

"총체적 위기 가능성…MB식 녹색뉴딜은 뉴딜이 아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12일 현 한국경제가 직면한 위기에 대해 "경제의 양극화, 대외의존성 심화와 함께 일자리와 소득이 양극화 되었고 그것이 가계부실을 가져와 경제위기의 뇌관이 된 상황"이라면서 "가계부실, 건설업과 조선업 등의 부실에 따른 금융부실, 그리고 금융부실이 추가적인 실물부문 위축을 수반하는 총체적 위기의 가능성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 전 총장은 12일 한국금융연구원이 개최한 '석학강좌'에서 '세계 경제위기와 한국경제의 미래'라는 제목의 강연을 갖고 한국경제의 최대 뇌관으로 '가계 부실'을 꼽으면서 "이번 사태로 중산층이 붕괴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중산층 없는 사회는 기둥 없는 집"

▲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뉴시스
그는 가계부실의 문제에 대해 "이미 위험수위에 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지난 1999년에만 해도 우리나라 개인들의 순저축률은 15%를 넘고 있었지만 2007년에는 이 수치가 2.3%로 떨어졌다. 저소득층들은 저축이 사실상 마이너스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처음에는 신용카드를 매개로 저소득층들이 빚의 늪에 빠져 들더니 다음에는 주택담보대출을 매개로 중산층들까지도 빚의 멍에를 짊어지게 되었다"며 "이번 사태로 우리나라의 중산층이 붕괴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두터운 중산층이야 말로 사회를 유지하는 기둥과도 같은 존재"라면서 "중산층 없이 부자들과 가난한 이들만 존재한다면 그 사회는 기둥 없는 집과 같아서 곧 무너지게 된다"고 그 심각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가계부실의 문제는 가계소득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일자리의 문제와도 관련이 깊다"며 최근의 세계적 경제위기로 내수기업 뿐 아니라 수출산업까지 어려움에 처하게 됨에 따라 가계 부실이 급속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딜은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것"

정 전 총장은 또 이명박 정부의 '녹색 뉴딜' 정책에 대해 "정말 뉴딜을 하려고 한다면 경제운용의 패러다임 전환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면서 "경제정책 담당자들이 자신들의 과거 생각대로 밀어붙이기 전에 새로운 시대상황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정비사업을 '녹색 뉴딜'의 핵심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에 대해 "뉴딜이라는 말에서 대규모 치수사업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뉴딜의 본질은 그리 간단치 않다"며 "1930년대의 뉴딜은 테네시강 유역 개발사업 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금융규제, 노동자의 권익보호, 사회안전망 등 국가개입의 확대가 주된 내용이었다. 단순한 SOC 투자가 아니라 경제운용의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총장은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당선자가 이야기하는 신 뉴딜도 정부 건물의 에너지효율을 높인다든지 지방정부로 하여금 낡은 도로나 교량을 보수하게 한다든지 또 학교와 도서관에 초고속인터넷망을 놓는다든지 하는 생산성 중심의 공공투자 확대가 주 내용"이라면서 이명박 정부의 '녹색 뉴딜'이 미국의 뉴딜 정책과 본질적으로 다른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녹색뉴딜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토목건설 중심의, 눈에 보이는 성과 중심의, 우리가 과거에 많이 보아왔던 그 패러다임에 가까워 보인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경제적, 비경제적 비용과 효과를 충분히 감안하지 않고 추진되는 사업들은 반짝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결국은 미래 세대에 부담으로 남을 우려가 크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눈에 보이는 SOC 말고도 우리가 시급히 필요로 하는 공공 프로젝트들은 많이 있다"면서 기초연구개발, 교육, 보육 등 '사람에 대한 투자'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품은 꺼지기 마련이다"

정 전 총장은 또 이명박 정부가 토목건설 위주의 녹색뉴딜을 통해 건설업체 도산을 막으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부동산 거품이 부풀어 오를 때 우리나라 건설산업도 크게 비대해졌고 이제 거품이 꺼지게 되면 이 산업도 위험해진다"며 "갖가지 건설호재들을 정부가 계속 만들어내고자 하는 유인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는 거품은 반드시 꺼지게 되어 있고 새로운 호재들을 만들어서 거품을 지탱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한계를 맞을 수밖에 없다"며 "이 돈 저 돈 끌어다 무리하게 건설산업을 지탱시키는 것보다는 건설산업을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되도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라며 '옥석 가리기'를 통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전홍기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