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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의 시선> 2009/04/30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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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완패, 민심이 꺼내든 마지막 경고

 

 

민심의 풍향계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던 4.29 재보선은 한나라당의 완패로 끝났다. 집권한 지 1년 2개월 밖에 되지 않은 거대여당이 국회의원 재선거 5곳 모두에서 패배한 사실은 자못 충격적이다.


 

더구나 패배한 5곳 가운데는 한나라당의 텃밭이라는 영남지역이 2곳, 민심의 척도라 할 수 있는 수도권이 1곳 포함되어 있었다. 한나라당은 변명의 여지없이 패배를 깨끗이 인정해야 할 상황이 되어버렸다.


 

한나라당은 왜 패배하였을까


 

당초 이번 재보선은 박연차 리스트 수사,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하여 민주당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물론 부평 을에서만 승리를 거둔 민주당도 만족할만한 결과는 전혀 아니었지만, 정작 패배를 당한 것은 한나라당이 되어버렸다.


한나라당 당사의 침울한 분위기 (사진=오마이뉴스 안홍기)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일까. 흔히들 재보선에서는 여당이 약하다는 징크스를 말한다. 그러나 한나라당에게는 막연한 징크스를 넘어서는 구체적으로 입증된 혐의들이 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일대 위기에 몰아넣는 정책들을 밀어붙여왔다. 집권 이후 정부여당은 방송장악을 위해 쉬지않고 갈등을 조장해왔다. YTN과 KBS에서는 코드가 맞는 인사를 사장에 앉히기 위해 온갖 무리를 했고, MBC를 순치시키기 위해 탄압을 계속해왔다. 방송계의 커다란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디어법안들의 6월 국회 처리를 공언해놓은 상태이다.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이루었던 방송민주화의 성과는 이명박 정부 들어 풍전등화의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방송은 물론이고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졌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에 대한 구속은 이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얼마나 제약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태였다. 사이버 모욕죄의 도입 시도 역시인터넷에 대한 과도한 규제라는 반발을 사고 있다.


 

그런가 하면 검찰과 경찰은 독립성을 상실한 채 권력의 집행기구가 되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해 ‘촛불’이 꺼진 이후 지금까지 검찰과 경찰은 ‘촛불’로 상징되는 정부비판세력에 대한 대대적인 사법처리에 나섰다. 정부는 법질서를 내세웠지만 사실은 ‘촛불에 대한 보복’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검찰과 경찰, 그리고 국정원까지 과거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늘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하지만, 검찰의 사정수사 역시도 공정성 시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을 비롯한 구여권 인사들에게 비리가 있다면 마땅히 규명되어야 하지만,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는 왜 같은 만큼의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느냐는 비판이 따르고 있다.


촛불정국에서의 반성은 간 곳 없이 민주주의 위협



 

지난 해 촛불정국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 앞에서 반성의 얘기를 꺼냈다. “캄캄한 산중턱에 홀로 앉아 시가지를 가득 메운 촛불의 행렬을 보면서, 국민들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제 자신을 자책했습니다. 늦은 밤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수 없이 제 자신을 돌이켜보았습니다.” 이러면서 국민과의 소통을 다짐했다.


 

그러나 막상 촛불이 꺼지고 나자 이명박 정부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단절하는 모습을 그동안 보여왔다. 급기야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후퇴를 심각히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국민과의 약속대로 경제살리기에 전념해야 할 정부와 여당이, 이렇게 정치사회적 갈등을 촉발시키는 사안들을 계속 밀어붙인 모습은 국민의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가 이번 재보선에서 여당에 대한 심판으로 나타난 것이다.


 

재보선 완패, 반성과 쇄신 뒤따라야


 

한나라당은 재보선 참패 결과에 대해 "선거 결과를 통해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서 "우리에게 무엇이 부족했는지 되돌아보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정부와 여당에게 무엇이 부족했는지는 오랫동안 돌아보지 않아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려준 상황이다. 다만 그러한 비판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국정운영의 쇄신을 이룰 것인가에 대한 선택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정부와 여당이 이번 재보선 결과를 진정으로 겸허히 받아들인다면 당장 미디어법 밀어붙이기를 포기하는 등, 일련의 방송장악 정책들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또한 공안기관들을 앞세운 과거회귀적인 통치방식을 철회하여 더 이상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비판자들의 의견에 귀기울이기는 커녕 적대시정책으로 일관한 분열적인 자세를 버리고, 이제 통합의 리더십을 보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나라당의 완패로 끝난 4.29 재보선 결과는 어쩌면 이명박 정부를 향한 민심의 마지막 경고일지도 모른다. 정부와 여당이 이 경고를 무시하고 아무런 변화의 모습도 보이지 않을 때, 내년 지방선거 그리고 ‘제2의 촛불’로 인해 정권은 진짜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될 수 있다. 반성과 쇄신의 노력없이는 이명박 정부에게 미래가 없음을 이번 재보선 결과는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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