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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춘의 새로운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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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의 ‘노무현 애도’에 담긴 ‘가시’

시사비평 2009/05/24 11:58 손석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급작스런 서거를 애도한다.”


<조선일보> 사설 제목이다. <조선일보>답다. 그 누구보다 고인을 조롱하던 신문이 <동아일보>나 <중앙일보>가 쓰지 못한 ‘애도’를 사설 표제에 담았다.


물론, 사설 본문은 다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거’로 쓰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서거’로 굳이 구분해 쓰고 있다. <조선일보>의 ‘신념’일 수 있다. 문제는 그 ‘신념’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펴는 데 있다.

박정희는 ‘서거’, 노무현은 ‘사거’로 쓴 사설본문

사설은 다음과 같이 쓴다. “구미 국가에선 대통령 권력을 견제하는 데 언론의 비판적 기능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시절부터 홍위병에 가까운 세력들이 시민단체를 가장해 대통령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언론에 대한 전방위 공격을 퍼부었다. 여기에 권력의 세무사찰 등등의 탄압 방식이 얹혀 지면서 언론의 대통령 권력에 대한 감시도 기대하기 힘들만큼 약화됐다. 그 결과 대한민국 대통령 권력은 감시·견제·비판으로부터 해방되면서 결국은 권력 자체의 비리의 무게로 붕괴되기까지 위태위태한 모습을 연출했다.”

무엇을 말하려는 걸까. 노무현 정권 시절 ‘언론 감시’가 부족했기 때문에 비극을 불러왔다는 주장이다.


과연 그러한가. 과연 <조선일보>의 ‘견제와 비판’이 부족했는가? ‘홍위병에 가까운 세력들’이 ‘시민단체’를 가장해 ‘전방위공격’을 했기에 ‘대통령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했는가? 솔직하게 돌이켜 보기 바란다. 재임 때 ‘친북 좌파’로 몰아세우던 색깔공세만이 아니다. 문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한 뒤에도 ‘노무현 조롱’이 끊어지지 않은 데 있다. 검찰에서 혐의사실이 흘러나올 때마다 대서특필하며 살천스레 비아냥거리지 않았던가.

조선일보의 비판이 부족해서 비극 불렀다?

사설로 ‘애도’를 표명하며 그 책임을 되레 ‘언론 탄압으로 인한 비판기능 약화’로 슬그머니 언구럭부리는 저들을 보라. 게다가 신문권력들은 사태를 서둘러 봉합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가령 <중앙일보> 사설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전 정권에 대한 탄압으로 몰아가거나 비극적인 죽음을 정쟁의 도구로 삼으려고 하는 건 역사의 건전한 진행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도 “영욕 너머로 떠난 노무현 전 대통령” 제하의 사설에서 사뭇 ‘분열’을 걱정하고 나섰다. 사설은 “어떤 경우에도 노 전 대통령의 비극을 국민 분열의 재료로 이용하려는 책동은 경계할 일”이라고 경고하고 “일부 세력은 마치 그의 죽음에 이명박 정부와 검찰이 책임이 있는 양 선동”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검찰을 ‘비호’하고 나선다.


검찰은 비리가 드러나면 피의자와 관련 참고인을 불러 심문하고 철저하게 증거를 수집해 기소하는 것이 고유한 책무이고, 노 전 대통령은 수사과정에서 전직 대통령으로서 배려와 예우를 받을 만큼 받았다는 게 <동아일보>의 주장이다. 물론, 사설의 주장처럼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비리 혐의가 있어도 묻어두는 것은 법치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저들과 싸워 이기려면 열정과 슬기 모두 필요

하지만 그렇다고 “현 정권의 정치적 보복 의도”가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더구나 혐의사실을 곰비임비 흘려가며 사실상 ‘여론 재판’을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노무현의 인격’까지 모욕을 주면서 가장 ‘정치적 보복’에 앞장섰던 게 다름 아닌 <조선일보><동아일보><중앙일보> 아니었던가. 그들이 대변해온 이 땅의 수구세력 아니던가.


그렇다. 저들의 애도에 담긴 ‘가시’를 모를 사람은 없다. 문제는 앞으로다. 노무현 전 대통령서거로 신문권력에 맞선 민주시민들의 싸움이 끝났다고 판단한다면 큰 착각임을 저들에게 벅벅이 깨우쳐줄 일이다. 비록 지금 참담한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더라도, 그럴수록 싸움은 이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우리 자신부터 명심할 때 아닐까. 바로 그렇기에 우리의 ‘슬기’가 더 절실하다. 뜨거운 열정을 차가운 이성으로 뒷받침해야 저 부라퀴들과 싸워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저들에게 또 당할 수야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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