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 비판글'로 파면된 김동일 계장의 편지 (민중의소리090616)

 

<민중의 소리> 2009-06-16 18:26:30

http://www.vop.co.kr/A00000256543.html

 

 

'한상률 비판글'로 파면된 김동일 계장의 편지

김동일

 

편집자주 = 지난달 28일 국세청 내부게시판에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의혹과 관련된 글을 올렸다가 파면조치된 김동일 나주세무서 계장이 <민중의소리>에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목놓아 통곡한다'는 글과 함께 파면의 단초가 된 '나는 지난 여름에 국세청이 한 일을 알고 있다'는 글을 보내왔다. 이에 이 글 전문을 싣는다.

 

2009년 5월 23일(토요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생을 마감하여 국민들은 깊은 슬픔에 젖어 있었고, 상처를 입은 국민들의 마음이 추모의 발길로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2009년 5월 25일 한겨레 5면에 ‘촛불에 덴 정권 반전카드 세무조사 의혹’이라는 제목으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의 단초를 제공하였다는 사실이 기사화됐습니다. 이런 말도 되지 않은 행위를 하여, 국세청을 위기에 몰아넣고 외국으로 도피한 한상률 前국세청장에 대하여 국세청 조직원의 한 사람으로서 슬픔에 젖어 있는 국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고자, 또 국세청 조직의 도덕성을 확보하기 위해 2009년 5월28일 오전 8시경 “나는 지난 여름에 국세청이 한 일을 알고 있다.”라는 제목의 글을 국세청 내부게시판인 “나의 의견”란에 올렸습니다.

 

 

 

지난 15일 김 계장은 국세청 게시판에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비판하는 글을 게시했다는 이유로 파면조치 당했다.

ⓒ 민중의소리

 

2009년 5월29일 국세청 내부게시판에 실린 “나는 지난 여름에 국세청이 한 일을 알고 있다.”라는 저의 글을 근거로 조세일보 기자가 “노 前대통령 서거 국세청 직원 비판 글” 이라는 제목으로 게재하였고, 기자가 누구에게 내부게시판의 글을 입수하였는지 모르는 상태임에도 이 글이 일파만파 확대되었습니다.

글이 확산되자 2009년 6월 1일 광주지방국세청 감사관실 직원 3명이 제가 근무하고 있는 나주세무서를 찾아와 5월28일 올린 글에 대하여 조사할 것이 있다면서 광주지방국세청에 가기를 권유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어떻게 내부게시판에 올린 글에 대하여 조사할 수가 있느냐?”,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이렇게 무참히 짓밟아도 되느냐?”고 버텼습니다. 그러자 감사관이 직원 1명과 직접 내려와 협조를 구하여 조사에 응하게 되었고, 광주지방국세청 감사관실에서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약8시간) 조사를 받았습니다. 다음날인 2일에도 저는 조사를 받으면서 “잘못을 저지른 한상률 前청장이 조사를 받아야지, 한상률의 행위가 나쁘다고 비판한 나를 왜 조사하느냐?”, “국민적인 의혹이 있으면 국세청 수뇌부에서 국민들에게 소상히 밝히는게 국가기관의 도리이고, 결국 그러한 행동은 국세청 조직을 위해서 바람직한 것 아니냐?”며 수차례 이의를 제기하였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지난 4일에는 결국 광주지방국세청 감찰계장으로부터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었다는 전화를 받았고, 같은 날 나주세무서 직원 2명이 “공무원징계의결요구서” 사본을 송부하고 갔습니다. 그리고 저는 15일 결국 파면조치 당했습니다.

국민여러분!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습니까?

전직 대통령을 벼랑 끝으로 내몰기까지 단초를 제공하여 국세청 조직의 신뢰를 망쳐버린 한상률 전청장의 행위를 처벌하지 않고, 오히려 잘못된 행위를 비판한 사람을 처벌하겠다니요. 그것도 국세청 직원만 보는 내부게시판에 올린 글을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면서까지 중징계로 처벌하겠다는 국세청 수뇌부의 저의는 무엇일까요? 저는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달고, 검은 넥타이를 매고 출근하고 있습니다. 국세청 수뇌부에서 이미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에 대하여 사망선고를 내렸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끝까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도록 싸울 것이며, 한상률 前 국세청장이 국민 앞에 진실을 밝히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법정에 세울 것입니다.

국민여러분! 저를 도와주십시오.

국세청 수뇌부는 저의 행위가 국가공무원법 제63조(품위유지의 의무)와 국세청 공무원행동강령 제23조(품위유지)를 위반하여 파면 결정하였다고 합니다. 정말이지 어처구니 없는 일입니다. 언론매체의 보도에 의하더라도 한상률 前청장은 ‘학동마을’ 그림으로 로비를 하였다는 의혹을 받았고, 자리보전을 위해 부적절한 골프를 쳤고, 세무조사를 자신의 출세 수단으로 이용하여 결국 전직 대통령을 벼랑 끝으로 내몬 원인제공자가 아닙니까? 현재 해외도피 중인 한상률 前청장이 품위를 잃었습니까? 그의 잘못을 비판한 제가 품위를 잃었습니까?

국세청 수뇌부에게 요구합니다.

저에게 행해지는 일련의 굿판을 거두고, 언론매체가 의혹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왜 태광실업을 조사하게 되었으며, 왜 관할 부산청이 아닌 서울청 조사4국에서 조사를 하였는지, 왜 대통령에게 직보를 하였고, 직보를 한 후에 어떤 조치가 이루어졌는지 등을 밝혀 상처를 입은 국민들의 마음을 위로하십시오.

그리고 저에게 가해진 파면을 당장 거두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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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여름에 국세청이 한 일을 알고 있다

(작성일:2009.5.28일 오전 8시경)

이 글을 쓰고 있는 내 자신도 측은하기 그지 없다. 전직 대통령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생을 마감하게 내몰기까지 국세청이 그 단초를 제공하였기 때문이다.

2009년 5월 25일(월요일) 한겨레 5면에 보면
“촛불에 덴 정권 ‘반전카드’ ‘세무조사 의혹’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잘 나타나 있다.

‘촛불을 꺼라’ - 충성맹세
국세청이 노 전 대통령 쪽을 향해 본격적으로 칼을 겨눈 것은 지난해 7월 30일 국세청이 태광실업 등 박연차 회장 계열사에 대해 특별세무조사에 나선 때부터다. --중략--

‘정치논리 타는 국세청’
국세청의 세무조사 진행과정에서도 정치적 배경의 의혹은 가시지 않는다. 실제로 경남 김해에 위치한 태광실업 등에 대한 세무조사를 맡은 조직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다. 관할 기관인 부산지방국세청을 놔두고 일종의 원정 조사에 나선 것이다. --중략--

이런 말도 되지 않는 짓거리를 하여 국세청을 위기에 빠뜨리고 국세청의 신뢰를 도저히 회복할 수 없게 만들어 놓고 국세청 수장으로 있던 동안에 직원들에게 강연을 하고, 사회공헌이다 뭐다 해서 쇼를 하게 만들었던가! 자기 자리보전 하려고 골프를 치고, 자기 출세하려고 세무조사를 하고, 결국은 검찰에게 압수수색을 당하게 하는 그래놓고 조직의 신뢰도가 어쩌고, 저쩌고! 인간 쓰레기도 나름의 가치가 있는 법인데 이건 재활용도 되지 않은 인간 이하의 수준이 아닌가!

나는 고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기간 동안에 우리 국세청에 정말로 훈훈하게 조직을 대해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그를 벼랑 끝에 서게 한 원인 제공자가 다름아닌 우리의 수장이었던 인간이라니!! 지금이라도 국세청 수뇌부에서는 왜 태광실업을 조사하게 되었으며,왜 관할 지방국세청이 아닌 서울청 조사4국에서 조사를 하게 하였으며, 왜 대통령에게 직보를 하고, 직보를 한 후에 어떤 조치가 이루어졌는지, 밝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은 공직을 떠나야 하고, 국민 앞에 사죄를 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이것만이 상처를 입은 국민들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직은 도덕성이 우위에 서야 정말로 우위에 서는 것입니다. 조직은 국민들이 우위에 있다고 여겨야 진짜로 우위에 서는 것입니다. 아래 글들을 보면 검찰에게 압수 수색을 당해 억울하다. 검찰에 파견된 직원들을 철수하자. 옳은 얘기입니다. 그러나 조직이 도덕성을 무기로 우위에 서지 않으면 이 또한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 노무현 대통령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생을 마감하게 원인을 제공한 위치에 있었던 책임있는 사람들은 공직을 떠나라고 감히 직언을 드리는 것입니다. 한시가 급합니다. 이 또한 시기를 놓치면 의미가 없습니다. 국세청 수뇌부에서도 고심을 하겠지만 하루빨리 신속하게 결행이 있기를 바랍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 전문을 한 자 한 자 써보는 것으로 글을 마감하려 합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겠는가.
미안해 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빕니다.

참고) 이 글은 어찌된 영문인지 게시물관리위원회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조회수 6,000여건 쯤에 비공개로 전환되어 내부 직원들이 읽을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