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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07/07   <위클리경향> 832호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6&artid=20161

 

 

[문화] 밤하늘에 울려퍼진 ‘추모의 노래’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

연세대 측 저지로 공연 전날 갑자기 장소가 성공회대 대운동장으로 변경됐음에도 이날 추모공연에는 2만여 명의 추모객이 운집했다. 공간이 좁아 1만여 명은 참석했고, 나머지는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지난 6월 21일 토요일 성공회대학교 대운동장은 밤새도록 노란색 추모 물결이 굽이쳤다. 1만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 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가 열렸기 때문이다. Weekly 경향은 이 행사를 후원했다. 연세대와 성공회대 총학생회 등이 주최한 이 공연은 당초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사법고시 2차 시험을 이유로 학교 측이 돌연 장소 사용을 불허, 성공회대 대운동장에서 치렀다.

시민들은 “바보 노무현 당신의 뜻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며 노 전 대통령을 추억했다.


추모객들은 노란 풍등에 노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띄웠다.

추모객들은 이날 오후 1시부터 몰려들기 시작, 공연 시작 시간인 오후 7시 무렵에는 1만 명가량이 대운동장에 빼곡히 들어섰다. 어린 자녀를 무등 태운 아빠, 늙은 노모를 휠체어에 앉혀 함께 온 40대 아들, 손을 꼭 잡고 들어선 젊은 연인의 모습도 보였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안희정 민주당 최고의원,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 배우 명계남씨 등 노 전 대통령의 측근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대운동장 공간이 좁아 미처 들어오지 못한 1만 명 정도의 추모객은 아쉬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배우 권해효씨의 사회로 진행한 이날 공연의 문을 연 것은 노찾사다. 노찾사는 무대에서 “과거의 썩은 다리로는 미래의 강을 건널 수 없다. 당신은 당신의 생명을 바쳐 다리를 만들어주셨다. 우리는 그 다리로 미래로 나아갈 것”이라는 추모사와 함께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좋아한 ‘타는 목마름으로’ ‘광야에서’ 등을 불렀다.

록밴드 피아, 노래패 우리나라, 안치환과 자유, 뜨거운 감자, 신해철과 넥스트, 강산에, 전인권 등 뮤지션이 잇따라 무대에 섰다. 출연진 모두 단 한 푼의 개런티 없이 공연에 참여했다.

안치환은 “이 세상을 새라고 표현한다면 좌우의 날개는 필요하다. 하지만 이 땅은 적어도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가지고 있는 우측의 날개를 요구한다. 그들(특히 보수언론)이 이렇게 강했는지, 치사했는지, 비인간적이었는지 몰랐다”며 수구세력을 겨냥한 ‘한다’ 등의 노래를 불렀다.
잠든 어린 딸을 품에 안은 엄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딸에게는 지금과 다른 밝은 세상을 남겨주고 싶다는 소망을 되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날 공연은 침울하지 않았다. 추모의 무대인 동시에 희망의 무대이니만큼 흥겨운 노래도 잇따랐다. 젊은 추모객이 노란 손수건을 흔들며 공연에 취해 흥겨워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서거에 충격을 받아 그동안 두문불출했다는 신해철은 뱀 문양의 문신을 한 삭발 차림으로 출연했다. 아직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그는 노래 한 곡을 채 부르지 못한 채 소리내어 흐느꼈다. 객석에서는 “울지 마!”라는 연호가 터져나왔다. 마음을 추스른 신해철은 “누가 노무현을 죽였나. 이명박? 조선일보? 바로 저다. 우리들이다. 죄의식으로 문상도 못가고 담배 한 대 못 올렸다. 쥐구멍에 숨고 싶은 생각밖에 없는데 할 수 있는 게 노래밖에 없으니까 마지막으로 노래 한 자락 올리러 나왔다”고 말했다. 신해철은 이날 무대에서 ‘Hero’(영웅) 등을 불렀다.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는 사이사이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 등이 영상으로 보여지자, 관객들은 눈물을 훔쳤다. “죄송합니다”라고 읖조리는 시민도 여럿 있었다.

밤 10시가 넘자 하늘에는 노란색 풍등이 두둥실 떠올랐다. 꼬리를 물며 하늘 저편으로 사라져가기를 반복하는 풍등은 마치 추모객들이 노 전 대통령에게 띄우는 전령처럼 보였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지금부터라도 대한민국을 잘 지키겠다는 추모객들의 다짐이 실린 듯했다.

<글·박주연 기자 jypqrk@kyunghyang.com>
<사진·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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