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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사회

박근혜 바로보기 (경향신문090802)

by 마리산인1324 2009. 8. 19.

 

 

<경향신문>  2009-08-02 18:10:16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8021810165&code=990507

 

 

[아침을 열며]박근혜 바로보기

 

 

1973년 서울대 법대 교수가 중앙정보부 건물에서 떨어져 숨졌다. ‘최종길 교수 의문사사건’으로 불린 이 사건은 30여년이 지나 중앙정보부가 간첩 사건을 조작하기 위해 고문과 협박으로 투신하게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2006년 2월 법원은 최 교수의 부인 등 가족에게 15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75년 4월, 8명의 무고한 사람을 사형에 처해 국제적으로 ‘사법 암흑의 날’로 기록된 이른바 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 역시 고문과 조작의 결과라는 진실이 드러난 것은 2007년이다. 법원은 이 사건의 피해자에게 각 10억원, 처와 부모에게 6억원, 자녀에게 3억~4억원, 형제에게 1억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61년 박정희 소장이 쿠데타로 권력을 잡자마자 신문사 사장을 죽인 민족일보 조용수 사건도 40여년 만인 지난해 재심을 통해 역사적 진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조용수 사장의 유족에 대한 수십억원에 이르는 국가배상 신청이 현재 진행 중이다. 이 밖에 많은 과거사 사건이 진실규명 중이고, 또 유족에게 배상 중이다.

이것은 과거사 사건이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여전히 진행 중인 현실 문제라는 얘기다. 물론 이는 권위주의 시절 자행된 국가범죄에 대한 당연한 배상이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박정희 정권이 18년간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그 위정자들의 부정과 부패를 숨기기 위해 자행된 ‘위정자 범죄’였다.

천문학적 금액 ‘부정축재’ 유산

문제는 위정자들의 장기집권과 부정부패를 숨기기 위해 자행된 범죄에 대한 배상을 지금 이 시대 우리가 낸 세금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범죄는 30~40년 전 위정자가 저지르고, 그 배상은 지금 우리가 낸 세금으로 한다면 이건 너무 억울하다. 범죄를 저지른 위정자나 그 유산을 물려받은 후손이 돈이 없다면 혹시 모른다. 하지만 범죄를 저지른 위정자들은 엄청나게 많은 돈을 부정축재했고 이를 후손에게 물려줬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박근혜씨다. 그는 자산이 10조원이니 13조원이니 하는 MBC 주식의 30%를 가졌고 지방 유력신문인 부산일보의 실질적 사주이며, 무려 264만㎡(80만평)의 캠퍼스를 가진 대학교도 사실상 그의 소유다. 여기에 경향신문사 부지도, 현재 동생끼리 운영권을 놓고 싸우고 있는 서울시 능동의 육영재단도 모두 박씨의 아버지가 남긴 유산이다.

박씨가 물려받은 이 유산은 그의 부친이 18년간 대통령 월급을 착실히 모아 마련한 것이 분명 아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로, 이 유산은 대부분 명목상 헌납이고 사실상 빼앗거나 다른 이권과 교환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정희 정권이 많은 사람을 직장과 학교에서 쫓아버리고, 고문하고, 투옥하고, 사형에 처한 그 이유 중 하나는 이런 부정축재를 정당화 혹은 은폐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축재한 재물이라면 마땅히 주인에게 돌려주거나 훨씬 좋은 데 쓰는 것이 도리이고, 상식이고, 정도일 것이다. 그래서 정부가 만든 공식위원회는 원소유주에게 ‘돌려주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훨씬 더 과거의 일인 친일파 재산을 강제로 환수하는 것에 비하면 너무 점잖은 조치였다.

하지만 박정희의 자식들은 이런 권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물려받은 유산 다툼에 몰두하고 있다. 박씨는 유산이 사회에 환원된 것이라고 하는데 공익법인이니 ‘부친으로 인해 고통을 받은 사람’을 돕기는 더욱 쉽다.

가족사에 기본 책임의식 가져야

우리 민법에 따르면 재산은 물론 부채도 상속된다. 박근혜씨의 정치적 역량의 대부분은 부친에게 물려받은 것이다. 게다가 그는 엄청난 금전적 재산도 물려받았다. 그러나 자신에게 긍정적인 유산만 물려받고 부정적인 유산은 나몰라라 하는 것은 법정신은 물론 상식에도 맞지 않는다.

하물며 ‘큰 뜻’을 품고 있는 정치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최근 미디어법 개정에 찬성한 박근혜씨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의 정치적 영향력은 하늘을 찌를 듯 높다. 게다가 초등학교 줄반장 선거보다 못한 절차로 통과된 이번 미디어법을 통해 그는 언론계의 ‘큰 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족사에 대한 기본적인 책임의식이 없다면 박근혜씨의 정치적 역량이나 언론계에서의 위상은 모두 허구일 뿐이다.

<원희복 / 전국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