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2009-08-20 오후 09:20:32
http://www.hani.co.kr/arti/SERIES/156/372349.html
[시론] 김대중 선생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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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선생이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나는 혼자 웅얼댔다. “이참은 때가 아닌데 참으로 안타깝구나!”
그러다가 문득 동해에서 북으로 가는 배가 처음으로 떠나던 날이 떠올라 고개를 들었다. 그 무렵 나는 몹시 일렁이고 있었다.
“나도 갈 거다. 그 옛날 우리 독립군을 실어 나르던 쪼매난 됫마 위에 막걸리 한 독을 싣고서는 ‘두만강 푸른 물~’을 부르며 나도 갈 거다.” 그러구선 무턱대고 동해로 갔다.
그런데 날더러 함께 타자는 이 하나 없이 배는 저만치 혼자 떠나가고 갯가에 남은 나는 마치 님 잃은 가시나처럼 하염없이 섰을 때다. 젊은이들이 북으로는 못 갔지만 울릉도라도 가자고 잡아끈다.
나는 몰래 꽁쳐온 쐬주를 한입에 꿀꺽꿀꺽, 찡. 그 바람에 내 두 볼에서 흘러내리는 짠물을 짠 바다에 보태며 웅얼댔다. “김 선생, 잘하는 거요. 저 배는 놀잇배가 아니라 이 피눈물의 두 동강이를 가로지른 먹개(벽)를 부수는 우리 겨레의 싸움배라니까요.”
그 뒤 선생은 북쪽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면서 엄청난 바람을 일게 했다.
우리 겨레는 하나라는 것, 우리를 갈라놓고 있는 먹개는 외간것(외세)들의 치발(침략)이라는 것, 따라서 남쪽과 북쪽의 맞섬(대립)과 꼴눈(증오) 따위는 모두 우리를 가른 것들의 꾸럭(조작)이라고, 굽이쳐온 우리 갈마(역사)를 올바로 깨우치게 했다고 나는 입이 말랐다.
그런데 이명박 준심(정권)이 들어선 오늘은 어찌 되고 있을까. “지난날을 잃어버린 10년”이라며 북쪽을 ‘매톡(악)의 축’이라는 부시의 전쟁도발적 꿍셈(음모)을 그대로 받아 이명박 투(식)의 냉전구조를 윽박지르고 있다.
그리하여 부추기는 것은 무엇일까. 화해가 아니라 맞섬, 평화가 아니라 전쟁, 끝내는 한나(통일)가 아니라 이 두 동강이 속에서 뚱속(욕심)을 채운 썩은 것들의 사갈(범죄) 마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바로 이때 김대중 선생이 해야 할 한마디가 있질 않았을까. ‘한나, 그 알짜(실체)는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오늘의 이 썩음을 그냥 놔두고 하나만 하자는 건가. 아니다. 이 땅의 갈라짐, 그 바탕은 있는 이와 없는 이의 갈라짐이다. 이 땅의 여러 맞섬, 그 쭈빗(긴장)도 있는 이와 없는 이의 갈라짐의 표현이다. 따라서 한나도 민주주의도 높고 낮음이 없는 고루가 바로 한나라는 것을 말할 때가 되었는데 아, 그런 분이 가시다니 이렇게 안타까울 수가 없다.
그러나 김 선생은 이 땅 민주주의에 마주해선 한마디 했다. “이명박은 독재자다”라고 한 것이 그것이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 주먹을 쥐었다. 왜냐. 그 독재의 알짜를 좀더 까밝혀야 할 때가 올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 이명박 독재는 모든 건 겨루기요, 모든 값은 시장에서 맺힌다는 신자유주의를 따르지만, 또 그것을 거꾸로 이명박 준심(정권)이 강요함으로써 독점자본과 검찰, 경찰, 그리고 요즈음 기무사의 날뜀이 말해주듯이 군사력이 한데로 묶어지는 막심(폭력)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모든 관료조직과 썩어문드러진 언론과 극우세력까지 결합해 곧맴(양심)과 제 알통밖에 없는 알맥이(노동자)와 서민을 마구 짓밟고 죽이고 잡아가고 있다. 이는 이명박은 독재자가 아니라 파쇼라는 갓대(증거)다.
이 때문에 참된 민주화란 무엇이며, 참된 곧맴은 무엇인지를 말할 때가 왔는데 아, 가시다니! 파쇼 이명박을 놔두고 어찌 눈을 감았을까? 하지만 별은 사라지질 않는 법이다. 어두움이 내리면 다시 빛을 내는 것이니 찰(시) 하나를 띄운다. 한바다에 가을빛 저물었는데/ 찬바람에 놀란 기럭 높이 떴구나/ 괴로운 나라 근심 잠 못 드는 밤/ 새벽달 창에 들어 칼을 비추네 (이순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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