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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사회

연평도의 ‘①’과 천안함의 ‘1번’은 다르다 /이승헌

by 마리산인1324 2010. 11. 30.

<한겨레>

http://hook.hani.co.kr/archives/16839

 

 

연평도의 ‘①’과 천안함의 ‘1번’은 다르다

버지니아대학 물리학과 교수
BY : 이승헌 | 2010.11.30 |   

연평도에서 발견된 포탄(왼쪽)과 천안함 사건 때 발견된 어뢰(오른쪽).

 

연평도에 떨어진 북한의 포탄에 있는 숫자들이 타지 않았다. 왜 그럴까? 조선일보는 11월 28일자 사설에 그것은 천안함 침몰 사건 때 합조단이 제시한 ‘1번’ 어뢰가 사실적 증거였음을 강변한다고 주장한다. ‘알량한’ 물리학자의 ‘사이비 과학’을 개탄하며.

 

과연 그럴까?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시 과학으로 돌아가보자. 내가 최근에 쓴 회고록 <과학의 양심, 천안함을 추적하다>(창비)에 자세히 설명을 하였듯이 합조단이 15g의 폭약으로 한 모의 폭발 실험에서 반경 0.25m 가량의 고압 가스 버블이 생겼다.

 

근사를 하면, 버블의 반경은 폭약 질량의 1/3승에 비례한다. 따라서 어떤 폭약이 터졌을 때 생기는 고온의 버블의 반경, R은 다음과 같은 수식으로 구할 수 있다.

R=( 폭약 질량/15g)1/3 X 0.25m

 

천안함 사건 때 제시된 1번 어뢰는 TNT 350kg의 폭약을 지녔다고 했다. 따라서 형성 되었을 고온 버블의 반경은 대략 7.1m이다. “1번”마크는 탄두부에서 5.8m떨어져 있었으니 고온 가스에 휩싸여 탔어야 한다. 이를 입증하듯 “1번” 주변의 페인트는 타버리고 부식의 흔적을 보이고 있다.  타지 않은 “1번”은 과학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허깨비였다.

 

연평도에 떨어진 122mm 포탄의 제원은 현재 알려져 있지 않아 정확한 분석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세계의 여러 군대가 사용하는 포탄의 제원에 기초하여 추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통상적으로 이러한 포탄의 길이는 2.8m이고, 탄두부에서 번호가 쓰여진 부분까지의 거리가 최소한 2m가 될 것이다. 폭약의 질량은 122mm포인 경우에는 2~3kg이고, 122mm 로켓인 경우에는 5~6kg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포 포탄인 경우에는 생기는 고온 버블의 반경은 최대 1.5미터이고 로켓인 경우에는 최대 1.8미터일 것이다. 따라서 그 고온 버블이 그 번호에 미치지 않았다. 그래서 그 번호들이 타지 않은 것이다.

 

 

 

국방부는 이러한 과학적인 추론에 따른 결론을 두려워 하는듯 북한의 군사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즉 28일 국방부는 포탄의 위력이 TNT 10kg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는 통상적인 122mm 포탄 폭발력의 두배에 해당한다는 주장으로 엄밀한 검증을 필요로 하지만, 이 주장이 맞다고  가정하면 고온 버블의 반경은 2.2m정도가 되므로 번호가 탈 수 있는 조건이 된다. 그러나 이 주장이 맞다면 국방부는 설명하지 못하는 또 다른 현상에 부닺친다. 1번의 윗쪽에 있는 포탄 몸체 외장 페인트가 전혀 타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선일보에 실린 사진을 보면 번호가 쓰인 부분보다 탄두부에 가까운 몸체에 있는 연한 파란색 페인트로 보이는 것이 전혀 탄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번호가 쓰여져 있는 부위 어디에도 고열이나 화염의 흔적은 없다. 국방부는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조선일보는 정정기사를 내든지, 아니면 나의 이 과학적 의견을 기사화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한다.

작금의 한반도에서 높아가는 긴장 상황을 보며 착잡한 마음이 그지없다. 어떻게 해야 이러한 불상사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지 국민 모두, 특히 남북한 정부는 심사 숙고 해야 할 것이다. 유일한 해결책인 남북한 평화 공존을 위해 모두가 이성을 되찾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길 빌어 마지 않는다.  위기상황을 이용해서 비과학적인 논리로 천안함을 둘러싼 거짓을 덮으려는 시도는 위기의 해결에도, 불상사의 재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진실만이 참된 평화를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