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2011-03-31 오후 09:01:04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470926.html
박근혜 ‘주워먹기 정치’ | |
“늘 뒷북정치” “아무 말 않다가 결론난 뒤 숟가락만 올려놔” 비판 ‘동남권 신공항’ 전문가들도 회의적…‘책임정치’ 내세우면서 무책임한 주장 | |
고나무 기자 박영률 기자 황예랑 기자 | |
“모란이 피기까지는 아무 말 않더니 모란이 지고 나니 입을 연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31일 동남권 신공항 관련 발언을 두고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한 말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정치 지도자는 사전에 자신의 의사를 밝혀 좋은 결정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여당 지도자는 그런 덕목이 더욱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그런데 나쁜 결정이 나오니 (박 전 대표가) 그제서야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과연 여당 지도자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강상구 진보신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박 전 대표가 ‘동남권 신공항은 계속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는데 되지도 않을 일을 공약한 대통령도 문제지만 계속해야 한다고 말하는 여당 차기 유력 대선 주자도 문제”라며 박 전 대표의 발언을 비판했다. 신공항 건설 자체에 문제가 있으므로, 박 전 대표가 ‘책임정치’를 근거로 접근해 이를 지지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전병헌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박 전 대표는 늘 ‘뒷북정치’를 한다. 정치인이 여론을 보는 건 당연하지만 그는 여론이 아닌 눈치를 본다”며 “시점을 늦춰 안전하게 무임승차하는 정치를 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 지도자로서 덕목이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차영 대변인도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아무 말도 안 하다가 정부가 결정한 뒤에야 하는 것은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올려놓는 것”이라고 박 전 대표를 비판했다.
그렇다면 동남권 신공항 건설 사업은 과연 경제성이 있는 것인가. 항공 전문가들은 대부분 회의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책임정치’를 주장하는 박 전 대표가 오히려 무책임한 주장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31일 대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토해양부에서도 2025년이 되면 인천공항 3단계 확장이 제대로 완료된다해도 우리 전체 항공물동량을 다 소화할 수 없다고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인천공항의 확장 가능성을 충분히 염두에 두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국토부가 발표한 ‘제4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을 보면 2017년 인천공항 3단계 확장사업이 완료되면 인천공항은 1년에 여객 6200만명, 화물 580만t을 처리할 수 있는 매머드급 국제공항으로 거듭나게 된다. 항공수요 전망을 보면 2025년에 여객 7700만명, 화물620만t으로 이용량을 넘어선다.
박 전 대표의 전망은 이 수치에 근거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국토부 고위관계자는 “인천공항은 화물 최대 1000만t, 여객 1억명 규모까지 확장이 가능하며, 물동량이란 것은 변동이 많아 그때 가서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 화물 물동량의 구조가 경박형으로 줄어드는 흐름도 있다”며 “5년마다 물동량 추이를 면밀히 관찰하며 여건 변화에 맞는 대책을 세우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확장공사를 하는 데 보통 6∼7년이 소요되니 3단계 확장공사 완료 시점인 2017년께 가서 다시 수요를 예측해서 4단계 확장을 할지 여부를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또다른 정부 고위관계자는 “김해공항도 수용능력이 연 1700만명, 운항횟수도 11만2000회까지 가능한데 현재 이용 수준은 절반가량인 850만명에 6만2000회 정도”라며 “신공항을 짓는다고 없던 수요가 살아나는가는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국내 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영남권에 국제선 수요가 있었다면 (정부가 얘기 안해도) 우리가 먼저 들어갔을 것”이라며 “신공항이 생긴다고 없던 수요가 덩달아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현재 동남권의 국제공항은 김해공항과 대구공항 두곳이지만 국제공항이라고 하기엔 크게 부족한 형편이다. 이 가운데 김해공항은 21개 항공사가 26개 국제노선(주258회)을 운항중이어서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반면 대구공항은 정부와 지자체의 국제선 활성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외국항공사 4개가 4개 노선(주15회)을 운항하는 데 그치고 있어 국제공항이란 이름이 무색한 지경이다. 동남권 두개 국제공항의 노선은 그나마도 대부분이 중국, 일본, 동남아 등 단거리 노선이다. 장거리 노선은 김해공항에서 출발해 일본을 거쳐 미국 엘에이(LA)로 가는 델타항공과 인천을 거쳐 독일 뮌헨으로 가는 루프트한자 2곳뿐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장거리 노선은 손님 부족으로 수익성이 없어 띄울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항공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 가운데 하나인 평균 탑승률도 썩 좋지 않다. 올해 1~3월 김해공항에서 출발하는 대한항공의 베이징·홍콩, 아시아나항공의 선양·항저우 노선 등은 평균 탑승률이 70%를 밑돌았다. 에어부산도 이달 들어 국제선 탑승률이 60%대에 머물고 있다. 신공항 건설이나 국제선 증편으로 새로운 수요가 만들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국책사업 공약이 이런 식으로 결정되면 안 된다”며 “이러다가 4년 후에 이번과 똑같은 발표를 하게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고나무 박영률 황예랑 이정연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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