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2011-04-14 오전 8:55:07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10413161312§ion=03
4대강에 또 20조 원 투입?…"'철면피' 종결자"
[홍헌호 칼럼] "'건설사 위기론' 과장 말아야"
13일자 <조선일보>를 보니 정부가 오는 2015년까지 4대강 지류·지천에 대해 10조~20조 원의 예산을 들여 대대적인 정비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한다. "4대강에 설치되는 보에 지류·지천으로부터 오염 물질이 유입되면 4대강의 수질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가 밝힌 사업 명분이다.
이 신문도 기가 막혔던지 "10조 원이 들어가는 동남권 신공항에 대해선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취소하면서 최대 20조 원이 예상되는 지류·지천 사업을 곧바로 벌이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4대강에 또 20조 원 투입? 대국민 사기극 책임 모면 시도
세상을 살다 보면 철면피(鐵面皮)를 가진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자들만큼 철면피의 사람들도 드물다. 4대강 본류사업을 추진하면서도 그들은 수많은 거짓말을 해왔다. 그런데 그 짓을 또 하기로 한 모양이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정부는 4대강 본류사업을 강행하면서 보를 만들면 수질이 좋아진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가 '물을 가두면 썩는다'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정당한 문제제기를 하고 일부 국책연구소들도 이에 동조하려 하자, 3조 원 이상의 '수질개선 사업비'를 추가하여 땜질을 시도했다. 14조 원이면 충분하다던 기존의 4대강 사업비를 22조 원으로 확대하면서 그 속에 슬그머니 3조 원 이상의 '수질개선 사업비'를 집어넣은 것이다.
그 목적이 무엇이었을까. 두 말할 필요도 없다. 4대강 본류사업을 강행하면 '물을 가두면 썩는다'는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기 때문에 추가비용을 들여 다른 방편으로 '수질개선'을 시도한 것이다. 이것은 보를 만들면 수질이 좋아진다고 강변했던 자신들의 논리가 파산했음을 스스로 선언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그런 꼼수를 쓰고서도 안심이 안되었던 모양이다. 또다시 뻔뻔스럽게 "보에 오염 물질이 유입되면 안된다"는 이유로 3조 원이 아니라 20조 원을 더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의 의도대로 된다면 '보의 수질 악화/개선 효과'를 둘러싼 논쟁은 영원히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된다. 또 이들은 4대강 사업에 관한 온갖 거짓말과 사기극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신공항 백지화로 나빠진 민심 수습을 위한 꼼수
20조 원의 4대강 추가사업은 또 집권세력의 추잡한 정치적 목적과 결부되어 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누구나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바이지만, 4대강 추가사업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로 극도로 나빠진 영남권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꼼수의 일환이다. 그 동안 MB정부는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균형발전전략을 폐기하고 수도권 규제완화를 추진하면서 이로 인해 나빠지는 비수도권 민심을 4대강 사업으로 달래왔다. 그리고 이런 꼼수는 의외로 좋은 정략적 효과를 낳았다. 전라남도 지사가 민주당 당론을 거부하고 이에 호응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하나 있다. '경제적 타당성' 따위에는 애초에 관심조차 없었던 MB와 그 측근들이 왜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를 선언했을까. 일부 학자들은 이를 두고 MB가 개과천선을 했는지도 모른다는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괴테가 말했듯이 사람의 천성(혹은 캐릭터)이 그렇게 쉽게 변하는 게 아니다.
신공항 백지화 선언, 친이세력들의 전국 분할전략의 일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선언은 세종시 수정 선언과 맥을 같이 한다. 친이세력들의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견제의 일환이라는 이야기다. 많이 알려져 있다시피 친이세력과 친박세력은 그 동안 많은 악업을 쌓아왔다. 따라서 만에 하나 박근혜 전 대표가 집권할 경우 친이세력이 설 자리는 없다.
결국 친이세력들은 지속적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안을 꺼내서 여론을 떠보며 그들만의 재집권을 모색해 왔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정면으로 충돌할 경우, 전국을 수도권과 영남권, 호남권으로 나눌 수 있고, 수도권의 전일적인 지지를 확보할 경우 재집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세종시 수정안이 그 첫 시험대가 되었다. 세종시 원안만으로도 세종시 인근 15km 내에 수정안 산업단지 면적의 21배에 달하는 대덕산업단지가 있기 때문에 수정안은 사실 명분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이세력들은 온갖 구실을 붙여 가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정면 충돌을 유도했다.
그러나 이들의 전략은 예상만큼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수도권 거주자들 모두가 '균형발전'보다 '지역이기주의'에 경도될 만큼 그렇게 속물적이지 않았으며, 또 모두가 비수도권과 연고가 없는 토박이로 구성되어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동남권 신공항은 두 번째 시험대다. 후보지가 둘로 나뉘고 주민들이 격렬히 대립하자, 친이세력들은 10조 원을 내주고 탈락 지역으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아야 하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결국 이들은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명분을 내걸어 둘다 탈락시켰다. 그리고 세종시 수정 때와 유사한 명분을 쌓으려 했다. 두 지역 지지를 잃고 대신 수도권의 지지를 얻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세종시 수정 때보다 더 나빠졌다. 동남권 신공항보다 훨씬 더 경제적 타당성이 낮은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정부가 '경제적 타당성'을 이유로 동남권 신공항을 백지화하자 여기저기서 가소롭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수도권 시민들도 등을 돌렸고 MB의 지지율은 추락했다.
결국 MB정부는 2009년부터 재미를 보았던 전략, 즉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고, 비수도권의 민심을 달래기 위해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전략을 다시 한번 재현하기로 했다. 이번에도 국민들이 속아줄까. 집권세력에게는 그것이 관건이다.
그러고 보니 열흘 전 이상한 일이 있었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를 주제로 한 지방 방송국 토론회를 가기 위해 자료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정부가 추가적인 수도권 규제완화를 모색한다는 보도가 여기저기서 흘어 나왔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로 비수도권 민심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는데 수도권 규제완화라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그것은 하루 뒤 '규제완화 유보로 후퇴했다'는 보도로 이어졌지만, 정부가 이미 그 때부터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고, 비수도권의 민심을 달래기 위해 4대강 사업을 추가로 추진하고 있었다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향후 정부는 건설사 떼도산 공포를 악용할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국민들과 언론들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13일 <뷰스앤뉴스>는 4대강 20조 원 추가사업에 대한 비판기사와 함께 "건설사 떼도산 공포가 급확산되고 있다"는 자극적인 기사를 실었다. "도급 34위인 건설업체 삼부토건(주)이 부도위기에 직면해 건설업계가 패닉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전자는 좋으나 후자와 같은 기사는 정부에게는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정부가 4대강 추가 사업을 건설사 떼도산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그럴 듯하게 포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사실 정부는 그 동안 언론사들의 '건설사 부도 위기론', '건설사 미분양 위기론'을 충분히 활용해 왔다. 누군가 건설사 위기론을 지속적으로 유포하며 국민들의 공포심을 조성하면 정부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건설사 위기론, 지나치게 과장되었다
건설사 위기론을 운위하는 사람들이 약방의 감초처럼 들고 나오는 것이 '미분양위기론'이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미분양 주택수가 10만 호였는데 지금도 그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도율 7%(1998) 하에서의 미분양 주택 10만 호와 부도율 0.44%(2009) 하에서의 미분양주택 10만 호를 단순비교하는 것은 코미디다. 절박한 상황에서 보유하고 있는 미분양주택과 비교적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보유하고 있는 미분양주택은 그 성격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 ⓒ홍헌호 |
또 일부 사람들은 최근 준공후 미분양주택이 크게 늘어난 것을 두고 악성미분양주택이 많이 늘어났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도 오해의 산물이다. [그림-2]를 보면 2008년 5월과 7월 사이 2개월간 준공후 미분양주택이 2배 가까이 늘어났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것은 이 기간 동안 대한주택공사가 미분양주택 매입에 직접 나섰기 때문이다.
▲ ⓒ홍헌호 |
주공이 직접 미분양주택 매입신청을 접수해 나가자 건설사들이 신청접수를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숨겨진 미분양주택들을 공개한 것이다. 따라서 이런 현상에 대해 갑자기 악성미분양주택이 늘었다고 해석해서는 안된다. 그 동안 은폐된 준공후 미분양주택들이 외부로 노출되었을 뿐이다.
맺음말
원칙적으로 동남권 신공항이든 4대강 사업이든 반드시 경제적 타당성 조사를 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사업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래도 굳이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에 가중치를 두어 두 사업 중 하나를 해야 한다면 필자는 차라리 동남권 신공항을 권하고 싶다. 4대강 사업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대국민 사기극이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진정으로 4대강 사업에 대한 성공 확신이 있다면, 4대강 본류 사업이 끝나기도 전에 20조 원을 추가 투입하여 자신들의 사기극을 은폐하려 시도해서는 안된다. 수치심을 아는 사람은 매사에 정정당당해야 한다. 비록 개인적으로 불리하더라도 사실과 부합되지 않는 주장을 해서는 안되고, 또 사실을 은폐하려 꼼수를 써서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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