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소리> 2011-04-29 15:10:39
http://www.vop.co.kr/view.php?cid=A00000388720
쿠오바디스(Quo Vadis) 유시민?
4·27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국민참여당이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유시민 대표를 두고 뒷말도 무성하다. 한 매체는 4·27 재보궐선거에 대해 ‘손학규 대표와 유시민 대표의 맞대결에서 유시민 대표가 패배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심지어 ‘야권단일화 무망론’을 거론하며 그에게 책임을 묻기도 한다.
한 매체는 ‘노무현에게 있고 유시민에게 없는 것’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노무현과 유시민의 결정적 차이를 설명하고 유 대표의 성찰을 주문하기도 했다. 노무현은 ‘지는 길’을 갔고, 유시민은 ‘이길 수 있는 길’만 찾아다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다소 무리한 논리다. 치열한 예선(야권단일화)과 본선이 이어졌던 김해을 선거가 유 대표에게 승리가 약속된 길이었다고 말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횡단보도에서 택시기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민중의소리
유시민이 비난을 받는 이유
유 대표와 참여당이 비난을 받는 이유는 대략 세 가지다. 우선 봉하마을 김경수 사무국장의 출마를 막았다는 ‘의혹’, 다음으로는 민주당과의 후보단일화 협상에서 ‘몽니’ 혹은 ‘벼랑 끝 전술’을 썼다는 것, 그리고 끝으로 선거구도의 이점을 과신한 나머지 범야권의 힘을 모으는 데 소홀했다는 비판이다.
이 중 마지막으로 제외하면 사실이 아니거나, 최소한 균형 있는 비판이 아니다.
우선 김경수 사무국장의 불출마는 참여당의 ‘강압’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김 사무국장은 2월 16일에 불출마를 선언했는데, 당시 참여당은 지도부 회의를 열어 김 사무국장이 출마를 선언할 경우 참여당의 후보를 철회할 것을 검토하고 있었다. 김 사무국장이 참여당의 ‘완주 의지’를 확인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참여당은 민주당이 김 사무국장을 무소속으로 출마시키는 데 대해 감정 섟인 논평을 내놓았는데, 이것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민주당과의 후보단일화를 ‘몽니’나 ‘벼랑 끝 전술’이라고 보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당시 협상에 참여했던 야4당의 관계자들은 협상 타결 시한을 정해놓고 있었지만, 이것이 무조건적인 마지노선은 아니었다. 더구나 협상 테이블에 올라온 민주당안이나 참여당안은 모두 자당에 유리한 방식이었다. 최종 합의된 단일화 방안 역시 민주노동당이 참여하는 3자의 여론조사에 의한 것이었다. 민주당이 현장 투표를 양보했다면, 참여당은 후보 압축을 통한 1:1 경선을 포기한 것이었다.
결국 유 대표에 대한 비난은 다소 과장된 면이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진정성이 아니라 ‘실력’
진정한 문제는 유 대표의 ‘진정성’이라기보다는 ‘실력’에 있다고 보는 것이 좀 더 정확해 보인다.
유 대표와 참여당은 개표일 직전까지도 패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워낙 선거 구도가 좋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텃밭이었던 분당과 강원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만큼 민심이 정권으로부터 이반된 상황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에서 패하는 것은 상정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태호 후보는 40대의 나이에 민선 도지사 재선에 성공한 인물이었다. 경남도민들에게 그는 지역을 대표하는 ‘젊은 정치인’이었고, 선거전을 운영하는 능력에서도 참여당에 훨씬 앞섰다. 참여당의 핵심 관계자는 “상대를 너무 과소평가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참여당이 “구도만 중시했지, 선거운동 현장을 잘 관리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더 큰 문제는 지역의 야권 역량을 모아내는 데 충분한 정성을 들이지 않은 점이었다.
김해을 지역의 경우 참여당 당원은 300명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전국에서 선거를 위해 김해로 집결했던 자원봉사자가 800여명. 합쳐도 1천명이 겨우 넘는다. 반면 김해의 민주당원은 3천명이 넘는다. 이들을 마음에서 설득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민주당 강세지역에서도 이봉수 후보는 김태호 후보를 압도하지 못했다. 박지원 원내대표의 주장처럼 중앙당 차원에서 민주당의 지원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나, 지역에서 참여당과 유시민 대표, 이봉수 후보의 목은 ‘뻣뻣했다’. 이정희 대표가 직접 나서서 민주당원들의 마음을 돌려세우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순천과 비교할 때, 이는 특히 아쉬운 대목이다.
야4당 합동유세에 참석한 야당 인사들. 유시민 대표가 참여당 이봉수 후보를 지지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민주당과의 통합이냐,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이냐
원인이 무엇이었건 간에 유 대표와 참여당은 패배의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유 대표는 선거 패배 직후 “제가 큰 죄를 지었습니다”며 책임을 인정한 후 자숙 기간에 들어갔다. 이백만 대변인은 “유 대표를 포함해 자원봉사자 까지 일단 재충전에 들어갔다”면서 “다음주부터 정상적인 당무가 시작되면 선거평가를 비롯해 다양한 고민들을 풀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 대표로서는 선출된 지 50일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표직 사퇴’ 같은 선택도 어려운 상황이다. 유 대표로서는 비교적 긴 시간 동안 자숙의 시간을 갖고 새로운 정치적 계기를 기다려 재기를 노릴 가능성이 높다.
한편 민주당은 곧바로 ‘통합’ 공세에 나섰다.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은 “통합이 연대보다 쉽다”며 “통합이 최선이다”라고 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2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에서 주도적으로 통합하고자 제안하는 것보다는 참여당과 유 대표가 어떤 결단을 통해서 통합의 길을 선택한다고 하면 참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영 최고위원은 한발 더 나아가 “9월 이전까지 통합의 윤곽이 확정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본격적으로 통합을 논의할 시점이 됐다”며 “참여당과 민주당의 통합 논의를 넘어서 진보정당 전체와 민주진보대통합당을 만드는 데까지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참여당의 분위기는 다르다. 참여당의 한 관계자는 “선거가 끝나자마자 통합, 통합 하는데 이쪽 사람들 마음도 헤아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한편 참여당은 재보선 이전부터 민주노동당 등 진보진영과의 ‘소통합’을 더 선호했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진보신당과의 통합을 ‘선차적 과제’로 보면서 참여당과의 논의는 뒤로 미루고 있는 상태다. 더구나 29일 아침 열린 진보진영 연석회의는 사회당과 진보신당의 애매한 태도로 인해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연기된 상태.
이래저래 어려운 시기를 견디고 있는 참여당과 유시민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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