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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사회

“닥치고 기소!” 정치검사 전성시대 /한겨레120319

by 마리산인1324 2012. 3. 20.

<한겨레신문> 2012.03.19 17:24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24138.html

 

“닥치고 기소!” 정치검사 전성시대
[인포그래픽] MB시대 ‘무리한 기소’ 주역 검사들 정리
권력 좇는 일부 간부 검사들에 실무급 검사들 휘둘려

 


※이 자료는 클릭할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한 ‘인터랙티브 인포그래픽’입니다.

 

검찰이 ‘권력의 하수인’이라는 조롱의 대상이 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이번 정부 들어 정권편향적인 검찰의 행태가 더욱 노골화하면서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의식은 단순한 조롱을 넘어 국가 공권력의 공정성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품게 하고 있다. 정권이 손보고 싶은 이들에 대한 수사는 무리해서라도 달려드는 반면, 현 정권의 비리에 대해서는 하나마나한 수사로 면죄부를 주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권력의 입맛에 맞는 수사 뒤에는 무리한 기소가 뒤따랐고, 재판 결과가 어찌됐든 수사 주체들은 영전하는 관행도 계속됐다.

 

 이명박 정부는 검찰 개혁을 입밖에 꺼내기는커녕, 몇몇 검사들의 정치적 속성을 충분히 이용하면서 잇속을 챙겨왔다. 전 정권들이 최소한 ‘검찰 개혁’을 화두로 삼았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한 검찰 간부는 “이 정부는 비비케이(BBK) 수사 검사를 대거 승진시킴으로써 ‘충성해라, 그럼 배려한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덕분에 검찰은 정권의 장단에 맞춰 칼을 휘둘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억울한 피의자들에게 돌아갔다. 나아가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가 위축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명박 정부 들어 검찰이 진행한 대표적인 표적 수사와 무리한 기소 사건을 그래픽으로 정리했다.

 

피디수첩의 광우병 보도에 대한 법원의 1심 무죄판결이 내려진 지난해 10월 20일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법원에서 조능희, 이춘근, 송일준, 김보슬 피디, 김은희 작가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피디수첩  

 

 정권의 주문에 맞춰 무리하게 이뤄진 대표적인 수사가 미국산 쇠고기 안정성 문제를 다룬 문화방송(MBC) <피디수첩>에 대한 수사다. 2008년 5월 전국적으로 일어난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는 새로 출범한 정권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다. 정부는 “피디수첩이 배후”라는 일부 보수언론의 보도에 발맞춰 6월 피디수첩 제작진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검찰은 특별전담수사팀을 꾸려 이례적인 저인망식 수사를 펼쳤다.

 

 3년3개월이 걸린 법적 공방은 검찰의 패배로 끝났다. 대법원은 지난해 9월 “정책 결정에 관여한 공직자 개인의 명예훼손이라는 형태로 언론인을 처벌할 때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 지휘라인에 있었던 검사들은 승승장구했다. 총감독격인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은 2009년 6월 검찰의 최고 수장인 검찰총장에 지명됐으나 ‘스폰서 의혹’으로 중도 낙마했다. 수사 실무를 지휘한 최교일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검찰 인사와 예산을 전담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을 거쳐 ‘검사장의 꽃’이라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다. 최 지검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피디수첩 제작진을 기소한 정병두 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춘천지검장과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을 거쳐 법무부 법무실장으로 영전했다.

 

 반면 최초로 이 사건을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임수빈 형사2부장(주임검사)은 “명예훼손죄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가 상층부와 마찰을 빚다 사표를 던졌다. 미국산 쇠고기 편을 만들었던 조능희 피디는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가장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검찰권을 남용하며 언론플레이를 일삼던 ‘정치검사’들은 줄줄이 출세한 반면, 양심적 검사는 옷을 벗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연주 사장 

정연주 <한국방송> 전 사장이 2008년 8월 12일 오후 배임 혐의로 서울 방배동 자택에서 검찰 수사관들에게 전격 체포돼 검찰로 향하며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국방송> 화면 촬영

 

 정연주 전 <한국방송>(KBS) 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피디수첩>과 더불어 검찰 내에서도 비판이 있었던 대표적인 무리한 수사였다. <한국방송> 이사회가 그를 해임한 주된 이유이자 검찰이 정 전 사장을 수사했던 내용은 배임 혐의였다. <한국방송>이 2005년 법인세가 과도하다며 국세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2448억원을 돌려 받을 수 있었는데도 정 전 사장이 서울고법의 조정 권고에 응해 556억원을 돌려받는 데 그쳤다는 혐의다. 그러나 1, 2심과 대법원 모두 이에 대해 무죄 판결했다.

 

 그러나 정 전 사장은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받았다. 출국정지→전격 체포→불구속 기소로 이어지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그는 이미 죄인이 됐다. 무려 3년6개월에 걸친 법정 공방이 지난 뒤에야 그는 대법원으로부터 해임이 위법했다는 판결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정 전 사장의 임기는 2009년 11월22일까지이기 때문에 복직은 이미 어려워졌다.

 

 당시 수사를 총지휘했던 명동성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대형로펌인 법무법인 ‘세종’에서 변호사로 있다. <피디수첩>과 정 전 사장 사건을 실무 지휘했던 최교일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현재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고, 박은석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장(당시 담당 부장검사)은 법무부 정책기획단장 등을 거쳐 대구지검 2차장이 됐다.

 

#미네르바 

인터넷에 정부 정책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게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던 ‘미네르바’ 박대성씨(오른쪽에서 세 번째)는 지난 4월21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한겨레 이정아 기자

 

‘미네르바’ 박대성(34)씨는 2008년 인터넷에서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 글로 누리꾼들과 일부 경제학자들과 누리꾼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2009년 1월 긴급체포와 함께 그의 삶에 들이닥친 검찰 수사로 그의 인생은 송두리째 뒤바뀌었다. 지난해 말 다른 사건의 증인 자격으로 출두한 법정에서 그는 “약으로 하루하루를 버틴다”며 흐느껴 울었다. 또 전문대 출신이라는 신상 등이 공개되면서 2차적인 피해도 입었다.

 

 그에 대한 검찰의 구속수사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검찰이 정부 비판적인 이들에 대한 본보기로 그를 손보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1심 재판부는 2009년 4월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즉각 항소하겠다고 별렀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박씨에게 적용된 전기통신법 제47조 1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무죄는 확정됐다.

 

 고통을 호소하는 박씨와 달리 그의 수사를 맡았던 검사들은 대부분 영전했다. 천성관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해 김수남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 김주선 당시 부장검사 등이 모두 좋은 자리로 갔다.

 

 #김상곤 교육감 

시국선언 교사들의 징계의결을 보류한 혐의(직무유기)로 기소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받은 뒤 밝은 표정으로 떠나고 있다. 차 문에 법원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009년 6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이명박 정부의 독선적 국정운영으로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며 시국선언을 했다. 교과부는 전교조 간부들에 대해 해임 등 중징계를 내렸으나 김상곤(62) 경기도교육감은 이 가운데 경기도교육청 소속 교사 15명에 대한 징계를 유보했다. 교사의 ‘표현의 자유’ 범위에 대한 논란이 있기 때문에 법원의 판결을 들어봐야 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검찰은 2010년 3월 이에 대해 김 교육감을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교육감을 뽑는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이뤄진 기소는 다시 한번 ‘정치검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법원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김 교육감이)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보겠다는 것은 검찰이 주장하는 재량권 일탈이 아니다”라며 무죄 판결을 내렸지만 검찰은 대법원 상고를 준비중이다.

 

 수사를 총지휘 했던 박영렬 수원지검장은 현재 법무법인 ‘성의’에서 변호사로 활동중이다. 윤갑근 당시 수원지검 2차장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영전했으며 변창훈 당시 수원지검 공안부장 역시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으로 영전했다.

 

박정수씨의 ‘G20 그림’ . <한겨레> 자료사진

 

#쥐그림 

 대학강사 박정수(42)씨는 2010년 10월 G20 서울정상회의 홍보 포스터에 쥐그림 낙서를 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검찰은 구속영장까지 청구해 검·경이 처벌권을 남용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법원은 영장을 기각했다. 이 그림이 정부를 풍자하는 ‘그래피티’였다는 박씨의 주장은 해외에서도 호응을 얻었지만 검찰은 G20 정상회의를 방해하는 공작이었다며 맞섰다. 대법원은 박씨에 대해 200만원의 벌금형을 확정했다.

 

 검찰의 의욕 넘치는 ‘쥐그림’ 수사는 비슷한 시기에 있었던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부실 수사와 대비되면서 많은 비판을 불렀다. 쥐그림과 불법사찰 수사를 총지휘했던 노환균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지검장에 연임했다가 대구고검장으로 이동했고 현재는 법무연수원장으로 옮겼다. 공상훈 당시 2차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으로, 안병익 공안2부장은 대검 감찰1과장으로 안착했다.

 

글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그래픽 조승현 sh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