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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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선 문성근·정동영, 광장 귀퉁이서 시민과 호흡
정동영, “노선없이 12월은 없다”...민주당 성찰 강조
김용욱 기자 2012.04.20 10:59
▲ 여의도 광장 귀퉁이에서 시민과 만나는 문성근 민주당 당대표 권한대행(위)과 정동영 상임고문 |
총선에 패배한 민주통합당의 여의도 광장 귀퉁이 정치가 신선하게 다가온다. 지난 18일부터 문성근 당대표 권한대행은 점심시간에 맞춰 여의도공원 국회의사당 방향 입구 귀퉁이에서 조그만 스피커에 10미터 길이의 마이크 하나만 놓고 시민과 직접 대화를 시도했다. 의전도 없고 무대도 없고, 동원된 관중도 없었다. 광장 귀퉁이 화단의 경계석 모서리에 올라서 지나는 여의도 직장인들과 시민에게 이번 총선 패배를 반성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들었다.
문성근 권한대행이 시민정치 활동 당시 했던 방식이지만 당대표가 돼서 진행한 격식 없는 실험은 파격적이라고 할 만 했다. 처음엔 10여 명 남짓 모였지만 일찍 점심을 먹은 직장인들이 커피나 아이스크림 등을 든 채 서서히 발길을 멈추기 시작했다. 트위터를 보고 달려왔다는 민주당 지지자들도 있었다.
현수막조차 없이 즉흥적으로 기획된 시민과의 대화는 몰려든 카메라의 위압에 눌려 묘한 어색함이 감돌기도 했다. 어색함을 인지한 문성근 권한대행은 직접 마이크를 들고 시민 속에 찾아가 질문을 권하고, 기자들에게 협조를 당부했다.
시민들은 조금씩 모여들었고 나중엔 100여명이 넘는 수가 문 권한대행과 멀찍이 섰다. 질문을 던지는 데는 어색해했지만 잠시 자전거를 타고 가다 멈추는 시민에서부터,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시민까지 대화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날 문성근 대표는 “이명박 새누리당 정권 4년 동안 모든 것이 망가졌지만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다수당을 이루지 못했다. 깊이 사죄드린다”며 “국회에만 있는 정치인들은 시민이 물어도 대답도 안 하고 완전히 쌩깠다. 재미가 없었다. 시민의 의견과 지적을 직접 듣고 당에 반영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광장 귀퉁이에 선 의미를 설명했다. 문 대표는 시민과의 대화를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정동영, 경제이론까지 곁들이며 노선 중요성 강조
이튿날인 19일엔 문성근 대표가 4.19 묘소 참배 일정 때문에 못하게 되자 강남을에서 패배한 정동영 상임고문이 섰다. 정동영 고문의 대화는 미리 알려져서인지 시민들도 18일보다는 조금 더 편안해 보였고, 질문도 활발했다. 정동영 고문은 2013년 체제의 중요성을 얘기했고, 새로운 체제를 위한 민주당의 성찰과 노선전환을 강조했다.
정동영 고문은 아예 광장 귀퉁이 화단에 ‘정동영과 대화’라는 조그만 현수막을 걸고 벤치 하나를 잡아 반원 형태로 대화를 진행했다. 18일 문성근 대표의 대화보다 훨씬 친밀감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시민들은 정동영 고문의 진지하면서도 위트 있고 열정적인 답변에 박수를 치기도 하고 질문도 활발하게 던졌다.
정동영 고문은 이번 총선 패배에 대한 단호한 평가 속에 노선을 명확히 하지 않는다면 대선의 승리는 없다고 단언했다.
한 시민의 강남을 부정투표 논란 물음에 정동영 고문은 “강남을 부정투표 논란에 여러분이 관심이 둬주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4.11 총선에서 시민은 승리 했는데 민주당은 왜 야당의 승리로 가져가지 못했는지 성찰해야 하며 이에 대한 책임규명이 더 중요하다”며 “그러지 않고 ‘4.11 총선 결과도 진 게 아니다. 이만하면 잘한 것 아니냐’는 인식으로는 역사를 못 바꾼다”고 강조했다.
정동영 고문은 “우리는 4월과 12월이라는 역사적 기회에서 4월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며 “여기에 대한 성찰과 교훈을 얻고자 문성근 대표가 이 자리에서 국민의 소리를 듣겠다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성북구 돈암동에서 온 한 시민은 재개발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이날 민주당에 가서 민원을 넣기도 했지만 민주당의 태도에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시흥동에 산다는 한 주민은 정동영 의원이 어느 여성에게 폭행을 당한 당시의 마음을 묻기도 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일하는 한 직장인의 질문도 이어졌다.
인터넷에서 이날 일정을 보고 왔다는 강서구 화곡동 차 아무개 씨는 “지난 대선 이후 정동영 의장에 실망하고 지지를 안 했지만, 최근 어려운 사람들과 같이 하고 강남에 몸을 던지는 것을 보고 다시 지지하게 됐다”며 “이번에 민주당이 패한 것이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주당은 자기 계파와 욕심만 채우려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이 과반수를 넘으면 새누리당처럼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어도 민주당 지지자들은 찍었겠지만 중립적인 사람들은 그럴 바엔 차라리 새누리당을 찍자고 한 것이다. 그래서 강원 등에서 새누리당 지지 결과가 나왔다. 정동영 의장은 버리는 정치를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정동영 고문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심판한 후에 뭐가 나에게 달라지는지 보여줘야 한다. 정권이 바뀐 후 어떤 사회가 도래하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정 고문은 “선거 때 강남구청에 인사하러 갔다가 점심을 구청 구내식당에서 먹었다”며 “구내식당을 삼성에버랜드가 운영하고 있었다. 2년 전에는 현대푸드가 운영했다. 구청 총무과장이 1층 커피숍도 삼성이 운영한다고 전했다. 동네 미장원에 머리를 자르러 갔더니 원장님이 ‘삼성이 미용실 체인을 한다고 한다. 국회에서 막아달라’고 하셨다. 저는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 문화적 교육적으로 우월적 지위에 있는 강남에서 경제민주화의 손을 들어주길 바랐기 때문에 승리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정동영 고문은 “저의 선택과 상관없이 2013년의 문을 열어야 한다”며 “빈곤과 질병에 시달리는 노인들에게 4조 원의 재정을 투입해 기초노령연금을 18만 원으로 하자는 공약을 두고 새누리당은 공약에서 뺐고, 민주당은 당시 실현 가능성 운운하면서 분명하게 얘기하지 않았다. 총론으로 기초노령연금 얘기했지만 구체적 의지를 갖추지 않았다. 노령연금을 구체화 하는 것은 개인의 이익의 문제도 있지만 경제 운용의 우선 정책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이명박 새누리당의 재벌 대기업 중심주의와 FTA 경쟁만 남는 세상이 아니라 약자와 취약계층의 구매력 확충으로 새로운 성장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동영 고문은 경제이론까지 곁들여 가며 설명을 이어갔다. 정 고문은 “노인연금 4조원의 99.9%는 국밥을 더 먹든, 택시를 한 번 더 타든, 미용실을 한 번 더 가든 내수시장으로 간다”며 “산술적으로만 봐도 0.4% GDP 성장요소다. 케인스의 유효수요이론과 맞닿는다”고 말했다.
정동영 고문은 “4.11 총선은 이런 구체적 사회상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하고 ‘MB를 심판해 달라, 민간인 사찰 심판하자’는 데만 그친 한계가 있었다”며 “노선 없이 12월은 없다. 노선 없이 4월이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구체적으로 어떤 길을 갈지 국민의 손에 쥐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30대를 중심으로 희망을 품게 되고 투표장으로 돌아오게 한다. 이들이 다시 돌아와야 할 이유를 주는 것이 가치이고 노선”이라고 강조했다.
대화 도중엔 MBC 앵커 출신 신경민 당선자도 함께했다. 문성근, 정동영, 신경민 모두 1시간여의 대화가 끝나자 시민과 인증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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