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사라진 한미FTA ·반값등록금... 야당 노릇 포기하나
[분석] 변경된 민주통합당 정강정책 '경제·복지' 분야 살펴봤더니...13.05.16 21:17 최종 업데이트 13.05.16 21:17
5·4 전당대회에서 최종 확정되기까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민주통합당(민주당)의 정강정책이 여전히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대선 패배 이후 이른바 '혁신' 과정의 하나로 기존 정강정책을 '우클릭'하면서, 내부적으로 '정체성 혼선' 논란에 휩싸였다. 강령정책분과위원장으로 이 작업을 주도한 이상민 의원은 민주당 정책의 우경화에 대하여 "'우클릭', '정체성 혼선' 등의 논란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 일축했다.
이른바 "국민의 눈높이"라는 명분으로 정강정책의 개혁적 색채를 지우는데 주력한 민주당 지도부는 박근혜정부의 실정을 막아내지는 못할지언정 야권 전체에 커다란 우려와 아쉬움을 던져주고 있다. 변경된 민주당 정강정책 중 경제-복지 분야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개선 의지 상실한 FTA-통상 정책
가장 대표적으로 논란이 되었던 개정안은 한미FTA 전면 재검토 정책이다. 민주당은 기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한-미"라는 단어를 빼고, "전면 재검토"를 "피해 최소화 및 지원을 위한 실질적 방안을 적극 마련한다"로 바꿨다. 개정작업을 주도한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이에 대하여 "현재 80여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거나 협상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여 모든 FTA로 변경"했으며, "전면재검토는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를 내놓았다.
그러나 이는 한국 통상정책의 현실에 비추어보아 궁색하기 그지없다. 그동안 진보개혁진영이 한미FTA를 특정하여 전면 재협상 내지 폐기까지 주장했던 이유는, 한미FTA가 ISD제도 등 국가 주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한미FTA는 심각한 경제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미국식 경제제도를 한국에 그대로 이식하는 수준의 전면적인 민영화, 개방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처럼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한미FTA를 전면 재검토하는 문제는 다른 국가와의 FTA를 재검토하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문제다.
한미FTA를 전면 폐기하는 것은 국민의 최고 이익이라 할 수 있는 주권을 지키기 위한 당위며, 앞으로 빚어질 수많은 피해를 막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현실적이냐 비현실적이냐를 따질 문제가 아니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이명박정부와 새누리당이 진보개혁진영에 대하여 "한미FTA 전면 폐기는 비현실적"이라 비난했던 논리를 스스로에게 들이대는 모순에 빠지고 말았다.
개념 정립도 하지 못한 '경제민주화'
변경된 민주당 정강정책은 경제민주화 관련 내용에서도 "기업의 건전하고 창의적인 경영 활동에 대한 존중과 지원"한다는 내용을 덧붙여 그 의미를 퇴색시켰다. 혹자는 기업의 경영활동을 존중하고 지원한다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한국 사회 현실에서 '경제민주화'라는 과제가 제기되었던 배경과 의미를 고려해볼 때 심각한 문제다.
'경제민주화'에 핵심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 등 소외 계층이다. 이들은 재벌 총수 일가의 비정상적인 계열사 지배구조, 그리고 이로 인해 파생되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독과점 등으로 피폐한 삶을 강요받고 있다. 특히 노동자들은 대다수가 중소기업에 고용되어 있고,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의 형태로 고용되어 있다. 이들은 재벌 대기업의 중소기업 후려치기와 독과점으로 인한 피해를 이중 삼중으로 받아야 한다. 따라서 '경제민주화'는 노동자 등 소외계층의 요구를 핵심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거꾸로 '경제민주화' 과제에서 노동자 관련 강령과 정책들을 모조리 삭제하려 하였다. 5·4 전당대회 직전 공개된 '개정안'은 강령에서 "87년 노동자대투쟁의 계승"과 "노조법과 노동관계법 개정"이라는 문구를 아예 삭제했다. 또 노동분야 핵심정책에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 '최저임금제도 현실화', '청년의무고용할당제 강화'와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 핵심적인 정책 목표도 모조리 사라졌다.
이러한 '개정안'은 민주당 내 전국노동위원회의 조직적 반발을 불러왔다. 민주당 전국노동위원회는 4월 2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마디로 천박하고 정치철학의 부재를 드러내주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크게 반발하였다. 결국 민주당 지도부는 부랴부랴 노동현안에 대한 정책의 기존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는 선에서 당내 분란을 무마해야 했다.
'경제민주화' 개념에 대한 민주당 지도부의 몰이해는 기업과의 관계를 나타낸 표현에서도 나타난다. 민주당이 제기한 "기업의 건전하고 창의적인 경영 활동에 대한 존중과 지원"을 이루는 최선의 방법이 바로 재벌의 독과점과 비정상적인 총수일가의 계열사 지배구조를 혁파하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경제민주화'가 마치 '기업의 건전하고 창의적인 경영활동'을 방해하는 것처럼 '경제민주화'의 의미와 개념을 왜곡했다. 이와 같은 논리는 대선기간 새누리당 내에서 김종인과 이한구 사이에 벌어졌던 '경제민주화 논란'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다.
3+1 핵심복지는 포기 수순
복지분야에서도 '보편적 복지' 개념이 훼손되고, 핵심 정책들이 대거 수정, 삭제되었다. 민주당은 2010년 6월 지방선거 이후 무상의료·무상급식·무상교육, 반값등록금을 뼈대로 한 '3+1 보편복지'공약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책 개정 작업 중 '보편적 복지' 개념을 아예 삭제하려 시도했다.
진보개혁진영이 주장해온 '보편적 복지'는 복지 실현은 국가의 의무이며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상식에서 출발한 개념이다. '보편적 복지' 개념은 이미 2011년 서울시 주민투표 당시 '보편적인 무상급식'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70% 이상의 국민이 '보편적 복지'를 지지한 것으로 충분히 정당성을 획득한 개념이다. 이러한 흐름이 있었기에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보편적 복지' 개념을 차용한 대규모 복지공약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보편적 복지는 인기영합주의며 비현실적"이라는 새누리당과 보수세력의 철 지난 비난을 여과 없이 수용하려 했다. 노동정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당내 반발이 극심했음은 물론이다.
민주당은 '무상의료'도 '의료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 및 의무의료 실현'이라 수정했다. 강령·정책분과위원장인 이상민 의원은 이에 대해 "무상의료가 마치 모든 의료비용을 공짜로 해주는 것처럼 여겨져 국민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국민들이 보험료를 납부하는 등 자기 부담금도 있기 때문에, 무상의료보다는 의무의료라는 말로 바꿨다"고 변명했다.
그러나 이상민 의원의 변명은 민주당 기존 강령을 왜곡하고, 국민들이 처한 의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민주당의 기존 강령·정책에서도 '무상의료'에 대해 국민들의 보험료 납부 등을 고려해 이미 '실질적 무상의료'라고 유연성 있게 표현하고 있다.
또 지금 한국 의료현실은 의료 서비스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문제가 기본이지만 이와 더불어 비용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무상의료'라는 표현은 의료서비스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도 국민들의 비용부담을 해결하겠다는 정책적 목표도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 결국 민주당의 '무상의료' 정책 수정은 새누리당이 '무상의료는 퍼주기식 공짜'라고 비난했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인 데 불과하다.
민주당은 '반값등록금' 공약은 아예 폐기했다. 개정 책임자인 이상민 의원은 "반값 등록금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해 넣을 수 없었다"고 또 다시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이러한 변명은 '반값등록금'이 문재인 대선 후보의 주요 공약이었다는 점,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지속된 민주당의 주요 정책이었다는 점에서 매우 설득력이 떨어진다. 실제로 민주당은 19대 국회 제1호 법안으로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안과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그런데 이상민 의원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변명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민주당이 반값등록금 실현과 고등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과 원칙을 포기한 것은 아닌지 깊은 우려와 분노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포기하겠다는 것이라면 민주당은 진보·개혁 야당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대학생 조직인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도 최근 서울 영등포구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반값등록금 정책 포기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반값등록금 운동을 주도해 온 한대련은 기자회견에서 "약속을 스스로 저버리는 것은 민주당 스스로 반값등록금 공약이 선거용 빈공약이었음을 시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선에서 드러난 국민적 열망을 담아내야
민주당의 정강정책 수정과 관련하여 당내 개혁적 성향의 386출신 우상호 의원은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등 당 핵심 정책을 포기하는 건 맞지 않다"며 "이념 위치를 바꾸는 것보다 이념을 현실화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평가했다. 고려대 김윤태 교수도 "보편적 복지라는 표현을 삭제하는 것은 중도화가 아니라 복지 후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정책의 이른바 '우클릭'은 지금까지 드러난 민심과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민주당은 민생과 직결된 경제/복지 정책부터 국민적 열망을 담아내는 진보 개혁적 정책으로 되돌려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민주당이 살 길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대선 패배 이후 이른바 '혁신' 과정의 하나로 기존 정강정책을 '우클릭'하면서, 내부적으로 '정체성 혼선' 논란에 휩싸였다. 강령정책분과위원장으로 이 작업을 주도한 이상민 의원은 민주당 정책의 우경화에 대하여 "'우클릭', '정체성 혼선' 등의 논란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 일축했다.
이른바 "국민의 눈높이"라는 명분으로 정강정책의 개혁적 색채를 지우는데 주력한 민주당 지도부는 박근혜정부의 실정을 막아내지는 못할지언정 야권 전체에 커다란 우려와 아쉬움을 던져주고 있다. 변경된 민주당 정강정책 중 경제-복지 분야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개선 의지 상실한 FTA-통상 정책
▲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지난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상인연합회 사무실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경제민주화 실천을 약속하고 있다. | |
ⓒ 남소연 |
가장 대표적으로 논란이 되었던 개정안은 한미FTA 전면 재검토 정책이다. 민주당은 기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한-미"라는 단어를 빼고, "전면 재검토"를 "피해 최소화 및 지원을 위한 실질적 방안을 적극 마련한다"로 바꿨다. 개정작업을 주도한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이에 대하여 "현재 80여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거나 협상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여 모든 FTA로 변경"했으며, "전면재검토는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를 내놓았다.
그러나 이는 한국 통상정책의 현실에 비추어보아 궁색하기 그지없다. 그동안 진보개혁진영이 한미FTA를 특정하여 전면 재협상 내지 폐기까지 주장했던 이유는, 한미FTA가 ISD제도 등 국가 주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한미FTA는 심각한 경제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미국식 경제제도를 한국에 그대로 이식하는 수준의 전면적인 민영화, 개방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처럼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한미FTA를 전면 재검토하는 문제는 다른 국가와의 FTA를 재검토하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문제다.
한미FTA를 전면 폐기하는 것은 국민의 최고 이익이라 할 수 있는 주권을 지키기 위한 당위며, 앞으로 빚어질 수많은 피해를 막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현실적이냐 비현실적이냐를 따질 문제가 아니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이명박정부와 새누리당이 진보개혁진영에 대하여 "한미FTA 전면 폐기는 비현실적"이라 비난했던 논리를 스스로에게 들이대는 모순에 빠지고 말았다.
개념 정립도 하지 못한 '경제민주화'
변경된 민주당 정강정책은 경제민주화 관련 내용에서도 "기업의 건전하고 창의적인 경영 활동에 대한 존중과 지원"한다는 내용을 덧붙여 그 의미를 퇴색시켰다. 혹자는 기업의 경영활동을 존중하고 지원한다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한국 사회 현실에서 '경제민주화'라는 과제가 제기되었던 배경과 의미를 고려해볼 때 심각한 문제다.
'경제민주화'에 핵심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 등 소외 계층이다. 이들은 재벌 총수 일가의 비정상적인 계열사 지배구조, 그리고 이로 인해 파생되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독과점 등으로 피폐한 삶을 강요받고 있다. 특히 노동자들은 대다수가 중소기업에 고용되어 있고,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의 형태로 고용되어 있다. 이들은 재벌 대기업의 중소기업 후려치기와 독과점으로 인한 피해를 이중 삼중으로 받아야 한다. 따라서 '경제민주화'는 노동자 등 소외계층의 요구를 핵심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거꾸로 '경제민주화' 과제에서 노동자 관련 강령과 정책들을 모조리 삭제하려 하였다. 5·4 전당대회 직전 공개된 '개정안'은 강령에서 "87년 노동자대투쟁의 계승"과 "노조법과 노동관계법 개정"이라는 문구를 아예 삭제했다. 또 노동분야 핵심정책에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 '최저임금제도 현실화', '청년의무고용할당제 강화'와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 핵심적인 정책 목표도 모조리 사라졌다.
이러한 '개정안'은 민주당 내 전국노동위원회의 조직적 반발을 불러왔다. 민주당 전국노동위원회는 4월 2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마디로 천박하고 정치철학의 부재를 드러내주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크게 반발하였다. 결국 민주당 지도부는 부랴부랴 노동현안에 대한 정책의 기존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는 선에서 당내 분란을 무마해야 했다.
'경제민주화' 개념에 대한 민주당 지도부의 몰이해는 기업과의 관계를 나타낸 표현에서도 나타난다. 민주당이 제기한 "기업의 건전하고 창의적인 경영 활동에 대한 존중과 지원"을 이루는 최선의 방법이 바로 재벌의 독과점과 비정상적인 총수일가의 계열사 지배구조를 혁파하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경제민주화'가 마치 '기업의 건전하고 창의적인 경영활동'을 방해하는 것처럼 '경제민주화'의 의미와 개념을 왜곡했다. 이와 같은 논리는 대선기간 새누리당 내에서 김종인과 이한구 사이에 벌어졌던 '경제민주화 논란'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다.
3+1 핵심복지는 포기 수순
▲ "반값등록금 포기? 다음 선거 포기!" 민주당 규탄집회 반값등록금 국민본부와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회원들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민주통합당사앞에서 '반값등록금 정책포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
ⓒ 권우성 |
복지분야에서도 '보편적 복지' 개념이 훼손되고, 핵심 정책들이 대거 수정, 삭제되었다. 민주당은 2010년 6월 지방선거 이후 무상의료·무상급식·무상교육, 반값등록금을 뼈대로 한 '3+1 보편복지'공약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책 개정 작업 중 '보편적 복지' 개념을 아예 삭제하려 시도했다.
진보개혁진영이 주장해온 '보편적 복지'는 복지 실현은 국가의 의무이며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상식에서 출발한 개념이다. '보편적 복지' 개념은 이미 2011년 서울시 주민투표 당시 '보편적인 무상급식'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70% 이상의 국민이 '보편적 복지'를 지지한 것으로 충분히 정당성을 획득한 개념이다. 이러한 흐름이 있었기에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보편적 복지' 개념을 차용한 대규모 복지공약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보편적 복지는 인기영합주의며 비현실적"이라는 새누리당과 보수세력의 철 지난 비난을 여과 없이 수용하려 했다. 노동정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당내 반발이 극심했음은 물론이다.
민주당은 '무상의료'도 '의료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 및 의무의료 실현'이라 수정했다. 강령·정책분과위원장인 이상민 의원은 이에 대해 "무상의료가 마치 모든 의료비용을 공짜로 해주는 것처럼 여겨져 국민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국민들이 보험료를 납부하는 등 자기 부담금도 있기 때문에, 무상의료보다는 의무의료라는 말로 바꿨다"고 변명했다.
그러나 이상민 의원의 변명은 민주당 기존 강령을 왜곡하고, 국민들이 처한 의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민주당의 기존 강령·정책에서도 '무상의료'에 대해 국민들의 보험료 납부 등을 고려해 이미 '실질적 무상의료'라고 유연성 있게 표현하고 있다.
또 지금 한국 의료현실은 의료 서비스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문제가 기본이지만 이와 더불어 비용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무상의료'라는 표현은 의료서비스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도 국민들의 비용부담을 해결하겠다는 정책적 목표도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 결국 민주당의 '무상의료' 정책 수정은 새누리당이 '무상의료는 퍼주기식 공짜'라고 비난했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인 데 불과하다.
민주당은 '반값등록금' 공약은 아예 폐기했다. 개정 책임자인 이상민 의원은 "반값 등록금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해 넣을 수 없었다"고 또 다시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이러한 변명은 '반값등록금'이 문재인 대선 후보의 주요 공약이었다는 점,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지속된 민주당의 주요 정책이었다는 점에서 매우 설득력이 떨어진다. 실제로 민주당은 19대 국회 제1호 법안으로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안과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그런데 이상민 의원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변명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민주당이 반값등록금 실현과 고등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과 원칙을 포기한 것은 아닌지 깊은 우려와 분노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포기하겠다는 것이라면 민주당은 진보·개혁 야당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대학생 조직인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도 최근 서울 영등포구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반값등록금 정책 포기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반값등록금 운동을 주도해 온 한대련은 기자회견에서 "약속을 스스로 저버리는 것은 민주당 스스로 반값등록금 공약이 선거용 빈공약이었음을 시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선에서 드러난 국민적 열망을 담아내야
민주당의 정강정책 수정과 관련하여 당내 개혁적 성향의 386출신 우상호 의원은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등 당 핵심 정책을 포기하는 건 맞지 않다"며 "이념 위치를 바꾸는 것보다 이념을 현실화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평가했다. 고려대 김윤태 교수도 "보편적 복지라는 표현을 삭제하는 것은 중도화가 아니라 복지 후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정책의 이른바 '우클릭'은 지금까지 드러난 민심과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민주당은 민생과 직결된 경제/복지 정책부터 국민적 열망을 담아내는 진보 개혁적 정책으로 되돌려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민주당이 살 길이다.
덧붙이는 글 | 김성훈 기자는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입니다. 이 글은 우리사회연구소 홈페이지에도 게재됐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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