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소리> 2016-02-09 10:35:34
http://www.vop.co.kr/A00000990717.html
자기 눈 가리는 미사일과 위성 혼동하기
이정무 편집국장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맞추어 예의 ‘위성’과 ‘미사일’에 대한 고의적인 혼동이 또 시작됐다. 대부분의 보도는 이렇게 전개된다. 북한이 서해안 어디에서 장거리 미사일을 쐈고, 이 미사일의 1단계 로켓이 어디에 떨어졌고, 2단계는 어찌되었고, 그래서 최종적으로 지구 궤도에 무언가 올라갔다. 이 올라간 물체가 위성으로서 정상적 역할을 할 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 미사일은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고, 어쩌고.....
스스로도 멋이 적다고 생각했는지 북한의 로켓이 미사일인가 위성인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보도도 이어진다. 로켓에 사용되는 기술이 탄도 미사일에 사용될 수도 있고, 위성을 궤도에 쏘아올리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건 수차례 겪은 같은 경험에서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같은 기사에서 미사일과 위성이 왔다갔다하는 건 분명히 고의적인 혼동이다. 몇 년마다 계속되는 이 혼동은 수준낮은 정치다.
위성과 미사일은 다르다. 위성은 지구 궤도를 돌면서 상당기간 자신의 임무를 수행한다. 원시적 수준의 통신이건, 군사적 첩보를 모으는 것이건, 지구의 반대편을 연결하는 상업적 임무건 그렇다. 미사일은 다르다. 미사일은 대기권을 벗어나서 그냥은 갈 수 없는 지구 반대편 쯤으로 가서 다시 대기권 안으로 들어와 애초에 지정한 도시나 군사시설로 향한다. 그 곳에서 폭발해 상대에게 치명적 피해를 입힘으로써 수명을 다한다. 사실 이것도 다 몇 차례의 북한 위성 혹은 미사일 파문에서 배운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쏜 북한의 로켓은 미사일일까 위성 발사체일까? 북한에 적대적인 모든 발표에서 이 로켓은 위성 발사체였다. 페어링을 벗어던진 로켓의 최상단부(이른바 ‘탄두’)는 다시 지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걸 미사일이라고 부르는 것은 맞지 않다. 전문가들의 평가가 인용될 때 뚜렷이 드러나는 것처럼 일단 대기권을 벗어난 ‘탄두’가 다시 지상으로 돌아오는 것은 간단한 기술이 아니다. 북한의 로켓은 여기에 최적화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도 우리 언론은 하나같이 이번에 발사된 것을 장거리 미사일이라고 부른다.
이런 혼동이 고의적으로 발생하는 건 아마 위성은 평화이고, 미사일은 무기라는 통념 때문일 것이다. 이 통념도 사실 틀렸다. 군사위성은 평화의 도구인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북한이 지금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이 과연 미국 본토에 도달할 ICBM일까, 아니면 자신들이 이미 만들어낸 무기를 제어하는 데 필요할 군사적 용도의 위성일까? 모르긴 몰라도 이 위성은 자신들에 대한 미국의 있을 수도 있는 선제공격에 대한 탐지 차원에서도 절실할 것이다. 어쩌다 한 발의 핵무기를 미국 본토에 ‘배달’할 수 있는 발사체보다 지구궤도를 돌면서 꼭 필요한 정보를 모아올 위성이 그들에게는 더 필요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성은 국민들의 공포를 만들어내기엔 아무래도 함량부족이다. 그래서 이 혼동이 만들어진다.
위성이건 아니건, 북한이 장거리 로켓 기술을 보유하는 건 북한과 적대하고 있는 측에서는 불편한 일이다. 최소한 유엔 안보리의 결의가 이를 금지하고 있는 건 명백한 사실이다. 우리가 우리 기술로 위성을 쏘아올리지 못하고 러시아의 협조를 받아 그것도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우리가 잠재적 적국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나라들이 이를 용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의 로켓 발사가 갖는 군사적 의미를 분석하는 것, 그에 대비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고의적으로 사람을 바보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북한이 미사일을 쐈는데, 그 탄두가 지구를 뱅뱅 돌고 있다는 걸 국민들에게 들으라고 발표하는 정부나, 이를 앵무새처럼 받아 부르는 언론이나 참으로 한심하지 않은가. 이렇게 자기 눈을 가리면 스스로도 바보가 된다. 갑자기 기정 사실로 바뀌고 있는 한반도의 사드 배치가 그런 바보짓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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