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플러스> 2023.04.27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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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선언, 더 큰 위기 초래하는 재앙 될 수도
핵협의그룹, 다른 협의체와 다르지 않아
- 장창준 객원기자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례적으로 별도 문서인 워싱턴선언이 발표되었다. 워싱턴선언은 확장억제 관련 새로운 한미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을 설립하고, 핵무기탑재잠수함 등 더 많은 전략자산을 더 빈번하게 한반도에 전개하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
주요 언론들은 워싱턴선언 채택을 메인 기사로 취급하며, ‘확장억제 강화 명문화, 제도적 참여 보장’, ‘한미 안보협력 격상, 핵우산서 핵방패 진화’ 등의 평가를 하였다. 고도화되고 있는 ‘북핵 위협’에 맞서 보다 강력한 미국의 핵 안보 약속을 끌어냈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워싱턴선언, 무엇을 담고 있나
워싱턴선언에 담긴 가장 중요한 내용은 핵협의그룹의 설립이다. 선언에 따르면 NSG는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핵 및 전략 기획을 토의”하는 기능을 한다.
확장억제는 “핵을 포함한 미국 역량을 총동원하여 지원된다”라는 워싱턴선언 문구 그대로 미국의 한국에 대한 안보 공약을 상징하는 용어이다. 따라서 확장억제 강화는 오랫동안 한미 회담에서 다루었던 것이므로, 새로운 것이 아니다. 새로운 것이라면 핵무기탑재잠수함(nuclear ballistic missile submarine)같은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이다.
지금까지는 전투기와 항공모함 전개에 그쳤다면 앞으로는 핵 탑재잠수함까지 한반도에 전개하겠다는 것이다. 백악관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핵무기탑재 핵잠수함은 1980년대 초반 이후로 한국에 온 적이 없다. 따라서 40년 만의 한반도 전개이다.
‘핵 및 전략 기획 토의’는 윤석열 대통령이 연초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거론했을 만큼, 윤석열 정부가 공을 들인 사항이다. 핵무기를 갖지 않은 한국이 미국과 핵 및 전략 기획을 토의한다면 사실상 미국의 핵을 공동으로 운용하고, 기획하고,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한국이 공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이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고 미국 유력 언론들은 분석한다.
핵무기탑재잠수함과 핵 및 전략 기획은 이번 정상회담 전까지 언급되지 않던 새로운 내용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와 같은 미국의 유력 신문들이 ‘확장억제 강화 방안’이라는 평가하는 이유이다. 대통령실 역시 “사실상 미국과의 핵공유”라고 평가한다.
핵협의그룹, 특별한 의미 없다
그러나 기자회견에서 나온 바이든의 발언은 이런 평가를 무색하게 한다. 바이든은 “이 선언의 의미는 조치가 필요하다면 적절한 시기에 동맹국들과 협의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라고 워싱턴선언을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것은 ‘북의 핵 공격 시 미국의 핵 보복 명문화’였다. 그러나 바이든의 발언은 그것이 아니다. ‘핵 보복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가 아니라 ‘협의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이다.
따라서 기자회견에서 나온 “어떠한 핵을 쓰는 상황에서 한미 양국의 강력한 핵전력을 포함한 모든 압도적인 대응으로 신속하게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라는 윤석열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 ‘협의 노력’을 강조한 바이든의 발언은 윤석열의 ‘압도적 대응, 신속하게 대응’ 발언 뒤에 나왔다. 윤석열의 발언을 정정한 셈이다.
한미 사이에는 한미 통합국방협의체,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 한미 억제전략위원회, 한미 미사일 대응 정책협의체, 한미 미사일방어 공동연구협의체 등 다양한 협의기구가 있다. 핵협의그룹은 여기에 협의기구가 하나 더 추가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다.
한 가지 더 지적해야 할 것은 핵협의‘그룹’이라는 명칭이 갖는 착시효과이다. 기존의 ‘협의체’, ‘위원회’와 달리 핵협의그룹은 ‘그룹’이라는 명칭을 달고 있다. 논의기구로 보이는 협의체, 위원회와 달리 ‘그룹’은 공동행동을 모색하는 단위라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한미확장억제전략협의체(Extended Deterrence Strategy and Consultation Group)의 영문명 역시 ‘그룹’이다. 미국에 있어 2016년 신설된 한미확장억제전략협의체와 이번에 신설된 핵협의그룹은 동일한 위상의 협의체에 불과하다. 보다 진전된 ‘핵대응기구’라는 착시효과를 내기 위해 윤석열 정부가 ‘그룹’이라고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핵협의그룹은 특별한 의미를 갖지 않는다. 핵 위협 대응 기구가 아닌 또 하나의 핵 협의기구일 뿐이다. 워싱턴선언에도, 바이든의 발언에도 구체적인 핵대응 메시지는 없다. 윤석열 정부는 ‘사실상 핵공유’라고 자평하지만, 미국의 립서비스에 불과하다.
핵무기탑재잠수함, 더 큰 위기 초래할 것
핵무기탑재잠수함은 전개될 수 있다. 그러나 핵무기탑재잠수함의 한반도 전개는 ‘북핵 위협 대처’가 아닌 ‘한반도 긴장 고조’라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이미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수많은 전투기와 항공모함 등 전략자산이 전개되고, 북이 이에 대응하는 군사훈련을 실시하면서 한반도 위기는 고조되어 있다.
워싱턴선언에 명시된 것처럼 핵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이 한반도에 전개된다면 북은 더 강도 높은 군사 대응에 나설 것이다. 지금까지 전개되었던 전략자산은 핵무기탑재 여부가 불분명했다. 따라서 이번 워싱턴선언은 미국이 전개하는 전략자산에 핵무기가 탑재된다는 사실을 공개한 최초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북은 비례적 대응, 초강경 대응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고, 실제 그것을 행동에 옮겨왔다. 만약 핵 탑재 전략자산이 전개된다면 북 역시 핵 탑재 군사훈련 혹은 미사일의 정상각 발사 등 지금보다 더 높은 수위로 대응할 것이다.
한미 워싱턴선언은 위기를 해소하는 결과가 아닌 위기를 더 고조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안보를 지키려는 노력이 안보를 해친다는, 이른바 안보딜레마가 심화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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