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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사일 발사에 발끈한 우리 정부가 대북 쌀과 비료 제공 중단을 선언하자, 북한은 쌀 비료 중단은 남북간 인도주의 사업의 중단을 의미한다면서 더 이상 이산가족 상봉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인도주의 사업만은 지속되어 왔던 지난 경험을 놓고 봤을 때 이같은 사업 중단은 남북관계가 장기간 냉각상태에 들어갈 수 있음을 시사해 많은 이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의 쌀 비료 제공 중단은 현명한 처사였을까. 이철기 동국대 교수는 '성급한 행동'이라고 단언했다. 이 교수는 쌀과 비료 제공을 중단한다고 해서 미사일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닌데도 남한 정부가 판단을 잘못하고, 미국의 대북 압력에 휩쓸려 성급한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참여정부가 새로 시작한 남북 사업이 하나도 없다" 이 교수는 쌀과 비료 제공 중단으로 정부의 대북 정책과 한반도 정책에 대해 되짚어 봐야 한다면서 "참여정부가 들어선 후 남북관계에서는 새로 시작한 사업이 하나도 없다"고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했다. 특히 그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자 않아 결과적으로 미국에 끌려 다니는 행동을 보였다"고 평가하며 "현 정부는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는 미국 입장을 존중하고, 한반도 문제에서는 우리가 주도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한 마디로 순진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부시 미 행정부의 요구는 100% 다 들어줬으나 남북관계 진전, 한반도 문제 정상화에서 남한 정부는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남북 인도주의 사업의 중단으로 남북관계가 10여 년 전 김영삼 정부 때로 돌아간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에 동의한 이 교수는 "해법은 6.15공동선언 정신을 남북이 다시 한번 명심하고 준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북쪽이 이산가족 상봉을 재개하고 이에 발맞춰 남쪽이 쌀 비료 제공을 재개하면 좋을 것"이라며 북쪽이 먼저 계기를 제공해 주기를 희망했다. 다음은 지난 22일 통일교육원에서 진행된 이철기 동국대 국제관계학과 교수와 인터뷰 전문이다. 이 교수는 평화통일시민연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쌀·비료 제공 중단, 북한 주민에게 고통만 준다" - 대북 쌀 비료 제공 중단을 선언한 이후의 남북관계를 두고 '10여 년 전 김영삼 정부 시절'로 후퇴한 것 같다는 의견이 있다. "쌀·비료 제공 중단은 미국과 일본보다도 먼저 강력한 대북 제재를 한 것과 같다. 한 마디로 성급한 행동이었다. 우리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의 기본 중 하나가 정경분리였는데 정치적 이유로 해서 쌀 비료 제공을 중단한 것은 성급했다. 또한 쌀·비료 문제가 인도주의 문제로 이산가족 상봉과 연관되어 있는데, 충분히 파장과 역작용을 파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중단한 것은 결국 남북간 신뢰를 손상시키고 관계의 단절 내지는 후퇴를 가져온 계기가 됐다. 쌀·비료 제공을 중단한다고 해서 북한 미사일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쌀 지원 안 하면 북한 주민에게 고통만 줄 뿐 미사일 문제 해결에도 남북관계에도 도움이 안 된다. 우리 정부가 미국의 대북압력에 휩쓸려서 성급하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왜 정부는 쌀·비료 제공 중단을 강행했다고 보는가. "일단은 국내 보수여론의 압력이 컸을 것이다. 실체없는 '대북 퍼주기' 논란에 정부가 상당히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쌀·비료 제공 중단은 이종석 장관이 한나라당 방문해서 한 말이다. 그 자체가 보수세력들의 여론에 밀렸다는 반증이다. 여론에 영합하다가 자충수를 둔 셈이다. 그리고 남북관계 속도조절이나 대북지원 중단을 요구했던 미국의 압력도 있었을 것이다." - 남북관계에서 쌀 비료 제공의 의미는 무엇인가. "상징적 의미가 크다. 남북간 신뢰의 기초가 되는 것인데 그걸 중단한 거다. 쌀·비료 제공 중단 직후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중단한 것은 대북포용정책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켰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도 신중하게 대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 쌀 비료 제공 문제가 여론에 휘말릴 문제인가. "북한이 식량난에 시달리는 게 사실이고 같은 동포로서 인도적 면에서 당연히 지원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쌀·비료 제공은 우리 입장에서도 상당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제공하는 쌀은 남한에서 소비할 수 없는 몇 년 묵은 쌀이다. 보관비만 천문학적인 액수가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경제적 측면에서도 제공할 필요성이 있다. 시혜를 베푼다는 시각은 옳지 않다. 비료도 마찬가지다. 작년 비료제공에 문제가 생겼을 때 비료회사 CEO를 만난 적이 있는데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더라. 연간 생산량에 북한지원량을 계산하는데 비료제공에 차질이 생기면 회사가 존폐위기에 내몰린다는 것이다. 만약 회사가 망하면 비싼 외국산 비료를 사와야 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농민 몫이 된다. 이처럼 남북관계는 이제 서로 의존적이며 얽혀 있다. 남북관계가 상당히 발전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라크 파병해주고, 전략적 유연성 받아들이고... 얻은 것은?"
"참여정부가 들어선 이래 남북관계에서 새로 시작한 사업은 하나도 없다. 개성공단·금강산·철도연결은 김대중 정부 때 6.15공동선언에 따라 이행된 사업이다. 새로운 사업을 한다든지 한 단계 도약한다든지 그런 게 없다. 현 정부는 6.15 합의에 따라 한 단계 진전시킬 시도를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들어서자마자 핵문제가 터져 발목이 잡힌 측면이 있지만, 새 비전으로 상황을 타개해야 하는데 LA발언·몽골발언 등 말만 했지 사실상 정책으로 외화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결과적으로 미국에 끌려다닌 행동을 보였다. 현 정부의 정책은 글로벌 이슈는 미국 입장을 존중하고,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라크파병도 해주고, 전략적 유연성도 받아들이고, 용산기지 이전비용도 우리가 다 댔다. 그럼에도 우리는 얻은 게 없다. 부시 정부의 대북정책이 완화될 줄 알았나 본데, 순진한 생각이었다. 부시 정부의 본질이나 미국정책에 대한 인식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요구는 100% 이상 들어주고 이라크에 3000명 이상 파병하는 비정상적인 일까지 했음에도 남북관계 진전이나 북미관계 정상화에서 우리는 아무 것도 얻은 것이 없다. 김영삼 정부 시절 북한 1차 핵사태 때도 '핵을 가진 자와는 대화할 수 없다'는 명분으로 대북강경 정책을 쓰면서 결국 한반도 문제에서 아무런 역할도 못하고 경수로 비용만 지불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남북관계가 막히면 한반도 문제에 대한 발언권이나 통제권은 외세가 가질 수밖에 없고 우리는 방관자 처지로 전락한다. 대북 지렛대나 발언권을 상실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 남북관계 정책에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여론의 압력도 있지만 국민들의 지지기반이 취약해진 한계도 있을 것이다. 국민들은 지난 총선에서 참여정부에게 과반수를 만들어줬다. 그걸 바탕으로 평화 지향적인 대북정책을 밀고 나가야 하는데 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이에 국민들이 실망했고,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지금과 같은 역작용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만들어줬음에도 국가보안법 조항 하나도 바꾸지 못하는 상황이 아닌가.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고 한반도 문제 해결의 중심에 서지 않으면 이번에 보는 것처럼 한반도 평화가 크게 지장받을 수 있다는 것을 정부가 알아야 한다." "북한이 먼저 이산가족 상봉 재개하는 것이 좋다" -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해법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일단 남북이 2000년에 합의한 6.15정신을 다시 한번 명심하고 준수해야 한다. 상황이 상당히 어렵기는 하지만 초심으로 돌아가서 화해협력, 민족공동번영 정신을 살려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하루속히 국민들을 잘 설득해서 쌀 비료 제공을 재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계기와 명분이 필요한데 아무래도 남쪽보다는 북쪽에서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북쪽이 이산가족 상봉 중단을 풀면 그것을 명분삼아 쌀 비료 제공을 재개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 우리 정부는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에서 지지의사를 표명했고 북한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일본이나 미국은 이미 경제제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유엔 대북결의로 큰 진전을 보기 어렵다.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중국과 남한이다. 그런데 중국은 가능성이 없으니 결국 남한에 상당한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 유엔결의를 명분삼아 남북관계에 대한 간섭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말해 달라. "내년 대선에 우리의 운명이 걸렸다. 미국에게는 2000년 대선은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한 마디로 미국이 책봉한 사람이 당선되질 않고,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내년 대선은 결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할 테고, 평화개혁세력의 재집권을 막기 위한 공작도 상당할 것이다. 한국에서 내년 대선에 보수정당이 집권하게 되고, 오는 9월 일본에서는 고이즈미 총리 후임으로 아베 신조가 당선된다면 한·미·일 3국의 강경 보수 3각동맹이 형성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는 위기상황에 처하게 된다. 참여정부는 미국에 대해 할 말은 꼭 해야 한다. 미국의 강경정책, 대북제재에 휩쓸리지 말고 중심을 지키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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