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 이야기/사회

‘인터넷 종량제’ 힘 잃나 (한겨레050414)

by 마리산인1324 2008. 6. 3.

 

<한겨레신문> 2005.04.14(목) 02:31

http://www.hani.co.kr/section-004000000/2005/04/004000000200504140231175.html

 

 

‘인터넷 종량제’ 힘 잃나



경쟁업체 게임업계도 반대 '고립'

소량이용자 요금 덜내게 설계안돼

“가입자 쟁탈전 수천억을 투자비로”


 

케이티의 ‘메가패스 사업 경제성 분석’ 문건은, 케이티가 초고속 인터넷 요금제를 종량제로 바꿔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초고속 인터넷 사업 실적과 전망을 얼버무려 왔음을 보여준다. 정액제에서는 수입이 늘지 않아 투자를 하기 어렵다고 주장해온 것과 달리, 초고속 인터넷 매출과 영업이익 두루 호조를 보이는 것으로 돼 있다. 따라서 인터넷 종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케이티의 주장이 앞으로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 동종업계도 반대=케이티는 2003년 인터넷 요금제의 종량제 전환 계획을 마련해 공론화를 시켜왔다. 2003년 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주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종량제 전환 계획을 밝힌 뒤, 토론회 등을 통해 종량제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근에는 이용경 사장까지 나서서 종량제 도입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종량제 도입을 둘러싼 논란은 시간이 지나면서 케이티의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인터넷 요금제의 종량제 전환에 찬성하는 쪽은 케이티뿐이고, 나머지는 두루 반대하는 구도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케이티와 경쟁하는 하나로텔레콤도 최근 종량제에 반대한다고 밝혔고, 정치권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게임 등 온라인 콘텐츠 업체들도 반대하고 있다. 진대제 정통부 장관도 “게임업계 사람들로부터, 인터넷 요금제를 종량제로 바꾸면 비즈니스 모델이 통째로 사라지는 게임들도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누리꾼, 콘텐츠산업, 아이티 강국을 향한 정책을 두루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인터넷은 가스와 다르다=케이티는 해마다 갑절씩 증가하는 데이터양에 비해 수입이 늘지 않아 통신망을 확충할 수 없고, 이용량에 따라 요금을 무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는 논리로 종량제 전환을 주장한다.

종량제에 반대하는 쪽은 “수도나 가스는 쓰는 양에 비례해 재료비가 더 들지만, 인터넷은 그렇지 않다”고 반박한다. 인터넷을 수도나 전기와 같은 것으로 이해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은 “종량제로 하면, 소량 이용자는 지금보다 요금을 덜 내서 좋고, 소량 이용자가 다량 이용자의 요금을 보전하는 문제도 해결돼 좋을 것 같은데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케이티의 종량제 모델에는 소량 이용자의 요금을 낮춰주는 게 포함돼 있지 않다. 케이티 관계자는 “소량 이용자는 지금과 같은 요금으로 이용하게 하고, 다량 이용자에게만 요금을 더 받는 부분 종량제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정액제로도 투자 가능=케이티는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한 명을 유치하는 비용으로 2003년에는 14만1천원, 2004년에는 18만6천원을 썼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업체 가입자를 빼올 때는 40만원 가량 든다”고 말했다. 초고속 인터넷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로 들어가, 업체들의 가입자 유치 비용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경쟁업체 가입자를 빼오면서 위약금을 대납해주고 요금을 부당하게 깎아주다 통신위원회에 들켜 수십억원의 과징금을 물기도 했다. 오는 7월에는 파워콤도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 뛰어들어, 가입자 쟁탈전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소모적인 가입자 쟁탈전을 벌이느라 쓰는 비용만도 연간 4천억~5천억원에 이른다”고 짚었다. 학계 전문가는 “인터넷 종량제가 공론화됐으니 소량 이용자의 요금 부담을 줄여주면서 통신망 확충에 쓸 재원도 늘리는 방안을 찾는 쪽으로 논의를 발전시켜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섭 정보통신전문기자 j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