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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사회

[사설]“쇠고기 장관고시는 위헌이다” (한겨레신문080614)

by 마리산인1324 2008. 6. 14.

 

<한겨레신문> 2008-06-14 오전 09:36:22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293257.html

 

 

“쇠고기 장관고시는 위헌이다”
사설
한겨레
국민적 저항을 받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장관 고시’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헌법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한겨레>에서 한국헌법학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 이석연 법제처장을 비롯해 이 학회에 소속된 교수·변호사 등 여러 성향의 인사들이 비슷한 의견을 냈으니 정부도 귀담아들어야 할 내용이다.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쇠고기 장관 고시는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한 중대 사안이다. ‘건강하게 생활하면서’(헌법 제35조), ‘보건에 관해 국가의 보호를 받고’(헌법 제36조), ‘행복을 추구하며’(헌법 제10조), ‘인간다운 생활을 할’(헌법 제34조) 권리는 헌법이 모든 국민에게 부여한 기본권이다. 장관 고시가 발효하면 이런 기본권이 침해받게 된다. 광우병 위험에 노출돼 건강권·생명권이 위협받고, 이런저런 음식을 마음 놓고 먹을 수 없게 되니 행복추구권 등도 제약된다. 지난 한 달 넘게 국민이 절감한 것이다.

 

헌법은 기본권의 제한은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 그것도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하지 말도록(헌법 제37조 제2항) 못박고 있다. 쇠고기 장관 고시는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재협상을 요구하는 이유다. 그것 말고도, 장관 고시 따위로는 애초 기본권을 제한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 기본권 제한은 국회의 법률로 이뤄지는 게 원칙이며, 대통령령 등에 위임하더라도 법률상의 근거와 한계가 분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고시는 그런 위임의 한계를 한참 벗어나 있다.

 

헌법은 또, ‘주권 제약’이나 ‘입법 사항’에 관한 조약에 대해선 국회의 동의를 거치도록(제60조 제1항) 하고 있다. 국가나 국민에 중대한 사안은 민주적 통제를 거쳐야 한다는 취지다. 기본권은 물론, 관련 산업이나 국가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고, 국가의 검역주권을 제약하는 쇠고기 협상 결과는 마땅히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한다. 게다가 장관 고시는 국내법과 세계무역기구 협정에서 정하고 있는 검역조건까지 불리하게 변경하는 등 곳곳에서 상위법과 어긋나, 효력을 주장하기 어렵다.

 

법률적으로도 장관 고시에 문제가 크다는 게 분명해진 만큼, 정부는 하루빨리 고시를 철회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도 이런 사정을 고려해 이미 제출된 헌법소원 청구 사건에 대해 신속한 판단을 내리는 게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