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2008-06-24 오후 3:11:38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20080624142333
"뼈저린 반성" 한다더니…'역공' 진두지휘
이명박 대통령이 전면에 선 정부여당의 대대적인 '반격'이 시작됐다. 지난 6월10일을 정점으로 촛불집회가 사그러들고 있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와 여당이 한 목소리로 '배후론'을 재차 제기했고, 검찰과 경찰은 일제히 시민들에 대한 강경진압과 사법처리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이 대통령도 직접 '국가정체성'을 운운하며 맹공을 퍼부었다. 자신이 특별 기자회견을 통해 '자책', '뼈저린 반성'을 언급하면서 국민들 앞에 고개를 숙인지 불과 5일 만의 일이다.
"소나기 지나갔다"…당·정·청 똘똘뭉쳐 '촛불진압' 대공세
당시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고백은 사뭇 감상적이었다. 그는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보았다", "시위대의 함성과 함께, 제가 오래전부터 즐겨 부르던 <아침이슬> 노래 소리도 들었다"고 말했었다.
한반도 대운하 등 그 동안 논란을 불러왔던 정책추진도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다. 이러저러한 꼬리표가 달리긴 했지만 이 대통령이 직접 '스톱'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국민과 함께 가겠다"고 거듭 머리를 조아렸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이명박 대통령의 스타일이 바뀌었다", "개혁보다 안정으로 국정운영의 목표가 바뀌었다"는 해석을 내 놨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한 치도 변하지 않았다. "소나기는 피하고 봐야 한다"는 대통령의 자신의 언급대로, 지금까지 그는 '여론의 소나기'를 잠시 피하고 있었을 뿐이라는 게 확인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24일 국무회의에서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지만,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일부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시위는 정부의 정책을 돌아보고 보완하는 계기로 삼겠지만 국가 정체성에 대해 도전하는 시위나 불법적, 폭력적 시위는 엄격히 구분해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이동관 대변인 역시 "국정기조가 개혁에서 안정으로 급선회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보도는 지나친 해석"이라면서 향후에도 '이명박식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다렸다는 듯 정부와 경찰은 소매를 걷었다. 이날 국무회의 직후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은 "정부는 민생경제 안정을 위해 불법시위에 대해선 단호히 대처할 수밖에 없다"며 "이제 촛불을 끄고 일터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청수 경찰청장도 "일부 세력에 의해 대정부 투쟁으로 변질되고 있다"면서 "인터넷 방송을 통한 모욕 및 명예훼손 행위 또는 경찰 진압관련 허위사실 유포, 불법시위 선동에 대한 수사를 할 예정이고 전의경 부상 및 장비 파손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도 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여당에선 "소 잔등에 올라타 불법·폭력집회를 해 오는 세력이 있다면 그것은 나라를 거덜내고, 국민을 거덜내자는 것(강재섭 대표)", "촛불집회에서 10%정도는 시민이고 나머지는 프로들"(홍준표 원내대표)"이라는 강경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언론만 확실히 잡으면"…청와대의 '위험한 도박'
이런 가운데 청와대가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대목이 있다. 바로 '대(對)언론 장악력의 강화'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번 광우병 사태의 확산과정에 일부 언론의 '선동'이 주요하게 작용했던 것은 사실이 아니냐"며 적개심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주목을 끌고 있는 청와대 조직개편안만 봐도 이명박 대통령의 노림수는 명확해 진다. 청와대 관계자는 "홍보와 정무기능의 강화가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수석급인 '홍보기획관실'을 신설했다. 산하에는 홍보1-2비서관, 국민소통비서관, 연설기록비서관 등 4비서관 체제다. 사실상 국정홍보처와 함께 지난 노무현 정부 내내 한나라당으로부터 '언론통제의 주범'이라는 맹비난을 받아 왔던 '홍보수석실'의 부활이라는 지적이다.
홍보기획관은 정식 청와대 직제에도 나와 있지 않은 직책이다. 기존의 홍보수석실은 새 정부출범 과정에서 폐지됐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작은정부의 원칙을 스스로 저버렸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를 부활시켰다.
청와대가 '홍보기능의 강화'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이러한 목소리는 '쇠고기 정국'이 달아오르기 시작하던 지난 4월부터 청와대 안팎에서 제기됐었다. (관련기사 : 홍보처 없애더니 이제와 "정책홍보 강화?) "잘 몰라서 반대한다"는 식의 문제의식이 결국 이번 '홍보기획관실'의 신설로 귀결됐다는 얘기다.
게다가 청와대 참모진의 '전면쇄신'이라는 물갈이 열풍 속에서도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만은 유임된 대목도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변인은 '촛불국면' 직전 국민일보 외압논란,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사퇴압력이 거세게 제기된 바 있다. 대통령이 직접나서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고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상황에서도 '대국민 소통의 당자자'만이 유일하게 살아 남았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해 보인다.
무차별 '낙하산'·반대언론엔 '재갈'…"언론독립 개념이 없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필두로 YTN 구본홍 사장 등 언론계 곳곳에는 이미 이명박 대통령의 '제사람 심기'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새 정부에 비판적인 논조를 보이고 있는 언론에 대한 '족쇄 물리기'도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검찰은 이번 '광우병 사태'의 확산과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MBC <PD수첩>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청와대는 이달 초 "주사파와 북쪽에 연계된 학생들이 뒤에서 촛불시위를 주도하는 것 같다"는 이 대통령의 언급을 인용보도한 <오마이뉴스>를 언론중재위에 제소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기사정정과 함께 손해배상금 5억 원도 요구했다. 청와대 측은 언론중재위의 판단을 지켜본 뒤 해당 언론사에 대한 형사고발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특별회견에서 대운하는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언론 문제는 아예 언급하지도 않았다"면서 "정권은 언론의 정치적 독립에 대한 기본 개념이 없고 언론이 정부에 예속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호균/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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