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2008-06-04 오전 8:09:49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40080603184600
연례총회에 대권주자 등 '스타 정치인' 총출동
미국 대선을 위한 민주당 마지막 경선이 끝나는 3일(현지시간) 다음날 버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앞다퉈 참석하는 행사가 무엇일까.
바로 AIPAC(American Israel Public Affairs Committee)이다. '미국-이스라엘 공공문제 위원회'라는 거창한 명칭으로 번역되는 이 단체는 대표적인 로비단체로 알려진 전미총기협회(NRA) 등 산업계 로비단체와는 그 영향력과 위상에서 차원이 다른 최강의 로비단체다.
미 의회에 대한 AIPAC의 영향력에 대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소름끼치도록 효과적"이라고 말했고,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지구 상에서 가장 위력적인 로비단체"라고 평가할 정도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신께 감사하게도 우리에게는 AIPAC이 있다"면서 "전세계에서 우리에게 가장 위대한 지지자며 친구"라고 찬사를 보냈다.
미국의 특정 외교정책이 노골적으로 이스라엘을 위한 것처럼 평가되면 언제든 AIPAC의 로비가 거둔 성과로 치부될 만큼 '음모론'의 산실이기도 하다.
매케인, AIPAC 연례총회 개막연설에서 오바마 외교정책 맹비난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일찌감치 결정된 매케인은 이미 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컨벤션센터에서 `유대인총회'로 불리는 AIPAC 연례 정책총회 개막연설에 나섰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이란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주문하는 동시에 이란 지도자들과 조건없는 대화를 하겠다는 오바마를 겨냥, "역사를 심각하게 오해하고 있다"며 이란에 대한 오바마의 외교 정책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일각에서는 이 연설로 이미 11월 4일 미국 대선의 승패는 결정났다는 '예언'까지 나오고 있다. AIPAC의 이번 행사에는 매케인을 비롯해 오바마 후보는 물론, 3일 또는 4일 중으로 경선 패배를 인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등 민주당 대선주자가 4일 폐막식에 특별 연사로 참여할 뿐 아니라 조지 W.부시 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상하 양원 의회 지도자들도 대거 참석할 정도로 막대한 비중을 지닌 정치행사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스라엘 쪽에서도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 등 유력 인사들이 참가해 그야말로 유태인뿐 아니라 친유태인 진영의 스타급 정계 인사들이 총동원되는 행사이다.
최근 '이스라엘 로비설'은 미국의 외교정책을 유태인들이 막후에서 좌지우지한다는 단순한 '음모론'에서 벗어나 강력한 군산복합체 형태로 미국-이스라엘을 하나의 이해관계로 묶는 실체가 있는 현상으로 파악되고 있다.
"어떤 대선후보도 이스라엘에 대해 함부로 말못한다"
특히 지난해 출간된 <이스라엘 로비와 미국의 외교정책>은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와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교수가 함께 쓴 책으로 이런 관점을 구체적인 자료로 뒷받침하고 있어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일으켰다. 이 책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스라엘도 미국의 군산복합체에 이용당하고 있을 뿐이라며 더 큰 실체는 국가를 초월한 미국의 군산복합체라는 반박도 제기됐다.(☞미국이 중동 평화를 원한다고?)
하지만 미국의 정치인들이 이스라엘과 유태인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지 못하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미어샤이머와 월트 두 교수는 "미국의 어떤 대선후보도 이스라엘을 정면으로 비난하거나 미국의 정책을 보다 균형있게 가져가야 한다는 제안을 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그렇게 행동하는 후보는 낙마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힐러리 클린턴이 이스라엘에 대해 어떻게 입장이 바뀌었는지를 살펴보자. 지난 2월 뉴욕에서 열린 AIPAC 모임에서 힐러리는 "이스라엘은 근본주의와 테러리즘의 어둠이 드리운 곳에서 보루가 되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1998년만 해도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설립을 지지했던 그는 돌연 이스라엘의 열렬한 지지자로 변하더니 2006년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전쟁을 벌일 때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오바마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3월 시카고에서 열린 AIPAC 모임에서 그는 1년 전 유세 중에는 언급했던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고통에 대해서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오바마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훼손할 어떠한 일도 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3일 <아시아타임스>의 '승자는 이스라엘 로비'라는 기사에 따르면, AIPAC는 미국기업협회(AEI), 안보정책센터(CSP), 허드슨연구소,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PNAC)' 등 미국의 유력 싱크탱크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런 싱크탱크들에는 네오콘(미국의 신보주주의자)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리처드 펄, 더글러스 페이스, 데이비드 웜서 등 네오콘 인사들이 이라크 정권교체 등을 비롯한 중동의 궁극적 재편계획을 담은 '깨끗한 단절: 지역 안보를 위한 새로운 전략(A Clean Break: A New Strategy for Securing the Realm)'이란 정책보고서를 당시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제출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미 의회, AIPAC에 의해 사실상 장악?
AIPAC의 무기는 무엇보다 정치자금이다. AIPAC의 뜻을 지지하는 정치인들은 상당한 기부금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미국의 의회는 AIPAC에 의해 사실상 장악돼 있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결정하게 되기까지 '이스라엘 로비'가 개입됐는지 논란이 되고 있지만, 지난 2003년 1월 당시 AIPAC의 하워드 코어 회장이 <뉴욕선>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에 무력 사용을 승힌해줄 것을 의회에 은밀히 로비한 것은 AIPAC이 거둔 성과 중 하나"라고 말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로비라는 것은 공동체 전체의 의사를 반영한다는 명분이 있더라도 실제와 다른 경우가 많다. 이라크 전쟁도 지난 2007년 갤럽이 13번에 걸친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유태계 미국인 중 77%가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인 전체 52%보다도 높은 수치다.
그런데도 이라크 전쟁이 일어나고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것은 로비에 의한 것임을 뒷받침한다는 지적이다. 미어샤이머와 월트 두 교수도 "이라크 전쟁은 로비의 영향력에 따른 측면이 크다"고 주장한다.
매케인 당선되면 이란 공격 가능성 지속
이제 이란에 대한 전쟁 가능성도 '이스라엘 로비'에 의해 높아지고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07년 3월 미 의회는 국방예산안에 이란을 공격하기 전에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조항을 포함시키려고 하자 AIPAC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 조항이 포함되면 사실상 군사적 공격 방안이 실행하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조항은 포함되지 못했다. 민주당 경선주자였던 데니스 쿠치니치 민주당 하원의원은 "AIPAC 때문에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AIPAC는 지난 2002년 연례 총회에서 크게 주목받은 주제를 상정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함께 대테러 전쟁에 나서자는 것이었다. 당시 참석자들은 아라파트, 오사마 빈라덴, 사담 후세인, 탈레반, 하마스, 헤즈볼라, 이란 그리고 시리아를 동시에 비난했다. PNAC가 2002년 4월 부시 대통령에 보낸 서한에서 "이스라엘은 미국과 함께 '악의 축'과 싸우고 있다"고 주장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부시 대통령 재임 중이 아니더라도 매케인이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될 경우 이란에 대한 미국의 공격 가능성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게 하는 대목이다.
이승선/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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