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平欺狂男女群
일생동안 남녀의 무리들을 속여서
彌天罪業過須彌
하늘을 넘치는 죄업은 수미산을 지나치고
活焰阿鼻恨萬端
산채로 무간지옥에 떨어져도 그 한이 만갈래나 되는데
一輪吐紅掛碧山
둥근 수레바퀴 붉음을 내뱉으며 푸른산에 걸렸다.
상기 게송은 이성철큰스님께서 주석하시던 백련암에서 열반에 드시기 전 자신의 진솔한 마음을 세상에 전한 임종게이다.
부처님 이래로 큰 수행자들은 열반에 들기 전에 임종게를 남겨 후학들에게 교훈을 주어왔다. 그러나 한결같이 은유의 게송으로 깨달음을 전하고 신심과 수행정진을 독려해오는 게송이었으나, 이성철스님이 남긴 임종게는 전무후무할 독보적이며, 파격적인 것이어서 불교계에서는 진천동지(震天動地)할 소식이었다. 성철스님의 임종게는 어찌보면 무슨 ‘양심선언’처럼 비쳐지기도 한다. 범인은 상상할 수 없는 초인적인 수행정진력으로 하루 두 끼의 조악한 음식과 함께 10년간 자리에 눕지 않고 좌선(長坐不臥)공부를 하고, 철저한 무소유사상속에 수행정진한 결과로 열반 후, 해묵은 누더기 옷 몇 벌과 몽당 연필 하나 달랑 남긴 분이 도대체 무슨 죄업이 수미산을 지나치고 무간지옥에 떨어져도 한이 만갈래나 되더란 말인가? 생전에 후학들에게 화두를 주어오시더니 마지막 가시는 길에도 화두를 주시는 것 같다.
성철스님의 임종게를 보면서 부처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부처님은 중생을 위해 49년간 법을 설하였으니 집대성하여 팔만대장경이다. 부처님은 열반에 드시기 전, 자신은 진리에 대해 단 한 마디도 말씀하신적이 없다고 언명하셨다. 중생의 병 따라 처방해주신 응병여약(應病與藥)의 팔만대장경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러나 불교를 깊이 배우다 보면 부처님의 무한자비를 깨달을 수 있다. 진리는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實相離言) 때문이다.
가장 수행자로서의 양심적으로 사신 분이 임종게에 자신마져 허물이 수미산을 지나치고 무간지옥에 떨어져도 한이 만갈래나 된다 하였는데, 신불(神佛)을 빙자하여 세 치 혀를 잘 놀려 재벌 및 떼부자가 되어 거들먹 거리는 졸부적(猝富的) 종교인들이 성철스님의 임종게를 보면 가슴이 혹은 서늘해지고 혹은 진땀이 나지 않을 수 있을까?
기독교에서 뿌리는 유인물을 의하면, 일부 목회자들이 성철스님의 깊은 뜻을 깨닫지 못하고 기회는 이때라는 듯 설교시간에 목청을 돋워 성철스님의 임종게를 인용하면서 ‘성철스님이 무간지옥에 갔다’고 하면서 기독교의 교세확장을 외치고 있다고 한다. 자신을 돌아보라는 소식인것을 개닫지 못하고 있다.
성철스님 같은 양심적 고승이 극락세계에 가 버리면 지옥중생은 누가 구제한다는 말인가? 진정한 기독교의 목사, 천주교 신부들이라면 성철스님의 깊은 뜻을 깨닫고 지옥고에 고통받는 중생들을 위하여 다투워 지옥행을 자원하여야 마땅 할 것이다. 다시 말해 한 생을 마감하면서, 자신은 진리에 대해 한 마디 말씀을 아니 하였다고 하시는 부처님. 또 한 생을 가난하면서도 실천하는 선수행자로써 사신 분이 일생동안 남녀의 무리를 위해서 설법하시고서 도리어 일생동안 남녀의 무리를 속였다고 임종게를 발표하는 성철스님. 이 모두 불교만이 행사할 수 있는 독보적 가풍이 아닐 수 없다. 성철스님의 임종게, 우리 모두 경건히 화두로 삼아 공부해보자. 우리는 가장 양심적이며 자비로웁고 용기있는 위대한 스승과 작별하였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
(2001년12월31일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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