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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연> 2009.04.21

http://eplatform.or.kr/journal/view.do?paper=20090421154646670&pcd=EC01&prepaper=20090421154646670

 

 

 

[손석춘의 길]
운좋은 미네르바, 운나쁜 조선일보?

숱한 허위보도 해놓고도 무사한 조선일보

 

손석춘/새사연 원장

 

“미네르바에 휘둘린 우리 사회의 수준이 더 문제다”

<조선일보>사설 제목이다(2009년 4월 21일자). ‘미네르바’가 무죄로 풀려난 바로 다음날 유감없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나마 <조선일보>는 판결 자체엔 비난을 삼가는 ‘눈치’라도 있다. <동아일보>는 미련하다. 사설 제목도 “1심 무죄라고 ‘미네르바 현상’ 바람직한 건 아니다”로 달았다.

미네르바 무죄가 불편한 부자신문의 논설위원들

미네르바에 대한 무죄 판결은 대한민국 사법부에 대법관 신영철로 상징되는 ‘정치법관’만 있는 게 아님을 드러내주었다. 그래서다. 가뭄에 단비처럼 반가웠다.

미네르바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유영현 판사는 담담하게 말했다. 법리적으로 무죄 판단을 했을 뿐 외부 요소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단다. 유 판사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자료를 “꼼꼼히 살펴봤더니 그것만으로는 유죄라고 하기에 부족했다”고 밝혔다. 그의 판단력과 용기가 대한민국 사법부를 바꿔가는 데 씨앗이 되리라고 확신한다.

그에 비해 어떤가. <조선일보> 사설은. 여전히 미네르바 흠집내기에 나선다. <조선일보> 사설은 무엇보다 먼저 미네르바를 “경제학을 전문으로 공부한 적이 없었던 30세의 무직 청년 박씨”라고 규정한다.

<조선일보>에게 미네르바는 ‘학벌’없는 무직청년

사설은 이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경제 지식과 경제 정보를 짜맞춰”라고 폄하한다. 학벌중심, 권위중심의 사고가 물씬 묻어난다. 바로 그렇기에 “박씨 예언은 운이 좋아 그럴듯하게 들어맞은 것도 있지만 틀린 게 더 많다”는 주장이 무람없이 나온다.

<조선일보> 사설이 운이 좋았다고 한 근거는 “작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등을 예측한 것”이다. 사설은 그 예측이 “우연하게 맞아떨어지면서 그의 글을 37만 명까지 조회하는 일이 생겨났다”고 썼다.

하지만 사설이 모르쇠하는 대목이 있다. 미네르바가 리먼브러더스 파산을 예측한 바로 그 시점에 <조선일보>는 리먼브러더스 인수를 선동했다는 엄연한 사실이다. 바로 그렇기에 미네르바가 더 돋보이기 시작했다.

미네르바가 운이 좋았다는 <조선일보>의 주장을 짚어보면 자신들은 그저 “운이 나빴다”고 판단하는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진실은 다르다. 만일 <조선일보>가 ‘미네르바의 허위보도’를 단죄의 증거로 들이대려면, 지금까지 <조선일보>가 저질러온 수많은 허위보도들은 어떻게 할 셈인가.

<조선일보>의 숱한 허위보도는 누가 ‘판결’할까

가까운 보기만 들더라도 서울 용산참사와 관련해 전철련 남경남 의장에게 퍼부은 허위사실은 어떤가. 저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단식농성을 매도한 허위보도는 또 어떤가.

그래서다. 나는 “미네르바에 휘둘린 우리 사회의 수준이 더 문제다”라고 사설을 쓰는 ‘1등신문’의 용기가 차라리 놀랍다. 그 숱한 허위보도를 해놓고도 무사한 <조선일보>야말로 운 좋은 신문 아닌가. 감옥에 갔던 미네르바야말로 운 나쁜 네티즌 아닌가.

어떤가. 굳이 수준을 따지겠다면 미네르바가 아니라 <조선일보>이어야 옳지 않을까. 그 신문에 휘둘린 우리 사회의 수준을 문제 삼을 때가 아닐까. 지금 이 순간도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조선일보>와 같은 길을 걷고 있지 않은가.

손석춘 2020gi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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