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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사회

법의 날에 생각한다 (박원순 090425)

by 마리산인1324 2009. 4. 25.

 

<원순닷컴> 2009년 04월 25일 08시 05분

http://wonsoon.com/356

 

 

법의 날에 생각한다

 

- 박 원 순 -

 

 

오늘은 <법의 날>이다.
당연히 법의 존엄성과 법치주의를 되새기고 법치주의가 우리나라에 좀 더 정착하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법의 날>을 제정한 취지일 것이다.

오늘 과연 <법의 날>의 제정 취지처럼 법은 우리에게 존중받고 있으며 법치주의는 뿌리내리고 있는가?

법치주의의 핵심은 "법 앞의 만인의 평등"이다. 모든 사람이 법 앞에 평등해야 법치주의는 우리사회에서 보편적 원리로 다가올 것이다. 대통령에서부터 평범한 시민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그 법앞에서는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여전히 특혜와 성역이 수없이 존재한다. 법망을 피해가거나 법의 엄중한 심판 대신에 가벼운 처벌로 끝내는 경우가 수없이 많다. 때로는 거액의 수임료를 전관예우를 받는 변호사를 통해 이런 정의롭지 못한 결과를 유도해 내기도 하고 때로는 권력의 영향력을 통해 사법의 잣대를 기울게 하기도 한다.

최근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바라보면서 과연 검찰은 공정하게 수사하고 있는지 의심을 들게 한다. 전 정권 실세나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사뭇 시퍼런 검찰의 칼로 엄중하게 처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 대신 현 정권에서 실세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가볍게 처리되거나 아예 본격적으로 수사를 하고 있지 않다는 인상이 든다. 물론 수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종합적인 논평을 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일까?

법치주의가 만인의 평등이라고 하지만 이 법치주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사실 권력이 없거나 가난한 이에 대해서라기 보다  권력이 크고 돈이 많은 사람에게 엄격히 적용되는 것이 더 긴요한 일이다. 무권력자, 빈곤계층은 그러지 않아도 법의 적용을 피할도리가 없다. 그러나 요리저리 피해가는 권력자와 부자를 엄중히 처리하지 않으면 법치주의는 만신창이가 되고 만다. 죽은 권력보다 시퍼렇게 살아있는 권력에 매스를 대는 거이 훨씬 더 중요한 일이다.

최근 장자연 사건을 두고 오락가락한 경찰의 태도도 온전한 법치주의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켜왔다. 연약한 연예인을 성노리개로 사용한 힘있는 사람들이 과연 제대로 처리되었는지 깊은 의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여러가지 사건을 놓고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시켜온 경찰의 행태가  이런 의심을 낳은 근거이다.

모든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경찰과 검찰, 사법부 없이 "법의 날"은 아무런 의미없는 날일 뿐이다. 가난한 이에게나 부자에게나, 권력자에게나 비권력자에게나 모두 공정한 경찰과 검찰, 사법법 없이 법이 존중받고 법치주의가 살아나기는 힘들다. 오늘 우리는 법의 불신과 법치주의의 추락에 대한 심각한 위기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우리의 검찰과 경찰에게 이런 형사소송법의 격언을 다시 들려주고 싶다.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는 세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