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2009-01-21 오후 05:33:27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334558.html
밖은 -10.8도인데 불 안 때고도 집 안 19.5도 | |
[환경현장] 두메 산간 ‘제로 에너지’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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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 |
한파가 물러난 지난 15일 아침 강원도 홍천군 내면 율전리 살둔 마을의 기온은 아직 영하 10.8도였다. 이곳에 최근 완공된 한 목조 주택의 실내 온도계는 난방을 위해 장작 한 개비, 석유 한 방울 쓰지 않았는데도 19.5도를 가리켰다. 기온이 1.8도까지 오른 지난 17일 오후 실내온도는 22도로 포근했다. 방안 화분의 수선화에서 싹이 나오고 있고 히아신스는 벌써 분홍과 흰 꽃을 피웠다.
우리나라 최고 오지 마을의 하나에 화석연료를 전혀 쓰지 않는 ‘제로 에너지 하우스’가 들어섰다. 초 에너지 절약형 건물인 ‘패시브 하우스’를 독학해 온 평범한 시민 이대철(64)씨의 작품이다. 이제까지 우리나라에도 패시브 하우스가 몇 채 건설됐지만 대부분 정부나 기업의 시범건물이거나 전문가의 참여 아래 이뤄졌다.
이중유리에 단열코팅 창…나무 덧문도 달아
이 주택의 핵심원리는 “들어온 열은 하나도 내보내지 말자는 것”이라고 이씨는 설명했다. 햇볕은 최대한 받아들이고 건물 내부를 보온병처럼 빈틈없이 감싸 열 손실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이론은 간단하지만 실제로 그런 집을 짓기는 쉽지 않다.
무역회사에 다니다 은퇴한 뒤 전원에 살면서 1997년 베스트셀러인 <얘들아, 우리 시골 가서 살자>를 내기도 했던 이씨는, 지난 10년간 닥치는 대로 책을 사보고 시민단체에 가입하는 등 에너지 문제 공부에 몰두했다. 여기서 얻은 결론은 “절약밖에 없다”는 것이었고, 이는 화석연료를 일절 쓰지 않고 태양과 소량의 목재로 유지하는 집을 짓자는 계획으로 이어졌다.
이씨가 터를 잡은 살둔 마을은 강원도에서도 가장 추운 곳의 하나로 꼽힌다. 여기서 ‘제로 에너지 하우스’가 성공한다면, 널리 알려 에너지 문제 해결에 조금이나마 기여하자는 게 이씨의 포부이기도 하다. 주 에너지원인 햇빛을 최대한 받아들이기 위해 집은 서쪽으로 약간 비튼 남향에 일자 형태로 자리 잡았다. 창문은 남쪽엔 가능한 한 넓게 북쪽은 심하다 싶을 만큼 작게 냈다.
창에 대한 그의 생각은 독특하다. “흔히 햇빛이 적은 유럽 방식대로 값비싼 삼중유리를 쓰거나 이중유리를 두 겹으로 달아 창을 통한 열 손실을 줄이는데 급급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그런 시설이 오히려 실내로 들어오는 햇빛 양을 줄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중유리에 단열코팅한 창을 냈다. 또 밤 동안 넓은 유리창으로 열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창 위에 나무로 된 덧문을 달았다.
벽체용 자재로는 미국의 에너지절약 주택에 많이 쓰는 구조단열패널(SIP, Structural Insulated Panel)을 썼다. 창고나 조립식 주택에 많이 쓰는, 양쪽에 컬러 강판을 대고 사이에 스티로폼을 넣은 샌드위치패널과 비슷하지만 철판 대신 개량합판을 댄 것이다. 벽체는 물론 천정과 바닥에도 깊이 30㎝ 이상의 스티로폼을 단열재로 넣고 알루미늄으로 된 열 차단 필름을 깔아 열 이동을 차단했다.
지하 파이프 통해 지열로 데운 바깥공기 들어와 자동 환기
보조 열원으로는 베치카(일종의 벽난로)와 태양 집열기가 설치돼 있다.
거실에 설치된 덩치가 큰 벽난로는 이씨가 러시아의 설계를 들여와 직접 고안한 일종의 ‘벽 온돌’이다. 1천 장이 넘는 내화벽돌을 쌓아 만든 벽난로는 외부 공기를 주입하면서 장작을 때 1200도까지 가열할 수 있다. 이 장치의 특징은 내화벽돌로 구불구불한 통로를 만들어 열을 최대한 저장하도록 한 것이다. 굴뚝으로 나가는 공기는 40도를 넘지 않는다. 이씨는 “보통 난로는 불이 꺼지면 30분만 돼도 차갑지만 이 난로는 1시간을 땐 뒤 36시간까지 실내를 23도로 유지시켜 준다”고 말했다.
마당에 설치한 태양열 집열기는 대형 평면 오목거울로 초점 부분에 모인 열로 물을 데워 지하에 저장하는 얼개이다. 부산의 한 벤처기업이 개발한 이 태양추적형 집열기는 온수와 보조열원으로 기대했으나 현재 30도 정도의 온수만 공급하는 실패작이다.
158㎡ 규모 짓는데 본인 인건비 빼고 1억2천만 원 들어
이씨는 “석 달 동안의 건축과정은 수많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며 계산착오로 창문의 크기를 너무 작게 해 천장에 창을 낼 수밖에 없었던 점과 제 성능을 못 내는 태양 집열기를 들었다. 하지만, 그는 “지난 3주 동안 살아본 느낌은 성공적”이라고 자평했다. 158㎡(47평) 규모의 이 집을 짓는데 1억 2천만 원이 들었다. 그러나 여기엔 설계와 자재구입 등에 들어간 이씨의 인건비는 포함되지 않았다. 애초의 목표대로 이씨는 다소 귀찮더라도 제로에너지하우스를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이씨의 아들인 이훈 서울대 환경생태계획 연구실 연구원은 “지자체에 알렸지만 별 관심이 없었던 반면 건설과정을 지켜본 주민들은 매일 찾아와 집을 둘러보고 간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인 ‘에너지전환’ 회원 30여명도 이날 버스를 타고 와 집에 관한 설명을 이씨 부부로부터 들었다. 그는 이 주택건축에 관한 상세한 내용을 홈페이지(http://zeroenergyhouse.kr/)에 공개하고 있다.
현장을 살펴본 에너지전문 기업인 김종선 ㈜코팩 아이엠씨 대표는 “설계, 자재, 시공 측면에서 실험주택을 넘어선 상당한 수준”이라며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석유로 환산한 연간 에너지 소비량이 ㎡당 1.5~3ℓ 정도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김하연 에너지관리공단 수요관리실장은 “아직 개념단계인 패시브 하우스를 개인이 우리 실정에 맞게 구체화했다는 점이 값지다”며 “정부도 기준 설정 등 제도 도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홍천/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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