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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2008.09.17 20:44

http://www.kookje.co.kr/news2006/asp/center.asp?gbn=sr&code=2500&key=20080918.22025204142&sword1=생태건축을&sword2=찾아서

 

 

생태건축을 찾아서 <4>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로에너지 솔라하우스'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 100% 자급자족 도전
태양광·지열 등 이용 에너지 자체 조달
다양한 단열·축열 기술로 낭비 최소화
1단계 솔라하우스 에너지 자립도 80%
건축비·설비 크기 줄인 실용모델 연구중

 
  제로에너지 솔라하우스에는 개별적으로 적용되던 에너지 절감기술이 통합 적용되었다.
생태건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일반인들에게 그 관심은 주로 건축재료에 쏠리고 있다. 황토를 비롯한 흙과 나무로 숨쉬는 집을 짓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생태건축의 중요한 고려사항이 된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태적인 재료로 집을 짓는다 해도 건물의 냉난방과 조명에 화석연료가 다량 소비된다면 결코 생태적인 집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생태건축은 지구의 생태계에 대한 고려가 우선해야 한다. 따라서 생태건축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에너지 소비다. 우리나라의 경우 총에너지 소비 중 주택에서 소비하는 것이 25%를 차지하고 있다. 주택의 에너지 소비는 선진화될수록 늘어 EU 회원국은 평균 49%에 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주택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에너지 전쟁의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다.

생태건축을 위해서는 화석연료의 소비를 줄일 수 있도록 태양열, 태양광, 바람, 지열 등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자연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이 동원돼야 한다. 생태건축에서 주택의 냉난방, 급탕 등에 필요한 에너지 소비의 절감방법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제로에너지 솔라하우스(ZeSH)'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태양광 발전기
화석연료로부터의 독립

대전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지난 2005년 10월 연구원 내 부지에 제로에너지 타운과 함께 준공한 솔라하우스는 주택에서 소비되는 에너지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기술들이 적용됐다.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총 면적 262㎡(80평) 규모의 솔라하우스 ZeSH1은 3단계로 진행되는 제로에너지 솔라하우스 1단계 연구의 결과물이다.

ZeSH1은 주택에서 소비되는 에너지 중에서도 약 78%를 차지하는 난방과 급탕에 쓰이는 에너지를 자립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에너지 자립'이란 화석연료로 생산한 외부의 전기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자체 건물 구조로 에너지 사용량 자체를 줄이고 나머지는 태양광, 태양열, 지열 등으로 조달하는 것이다.

주택에 적용되는 에너지 저감기술은 오래 전부터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돼 왔다. 단열재의 성능을 향상시키고 두께를 늘리거나 창호, 조명, 냉난방, 환기열회수, 자연형 태양열 시스템 등 다양한 기술들이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술들은 개별적으로 적용돼 에너지 절감에는 한계를 보여왔다. ZeSH1은 이러한 개별 기술들을 통합 적용해 에너지 절감에 가장 적합한 시스템을 모색하고 있다. 솔라하우스 연구를 담당한 백남춘 태양열연구센터장은 "건물의 에너지 소비패턴을 감안해 가장 적합한 절감기술들을 통합해 건축하면 100% 에너지 자립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여름철 햇빛을 막는 차양
ZeSH1의 1, 2층은 거주공간이며 지하층엔 태양열시스템 설비와 히트펌프 등이 설치돼 있다. 건축에 앞서 지역의 기후를 분석하고 건물의 방위, 단열두께, 축열효과 등 가능한 모든 요소들을 고려해 통합설계를 했다. 에너지 절감효과는 단열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 단열로 인한 에너지 절감비율은 49%로 가장 컸다. 기존 주택 단열재의 두께가 대체로 5㎝로 균일한데 비해 ZeSH1에는 부분별로 다양하게 두께를 달리하며 시공했다. 특히 열손실이 높은 천장에는 일반주택의 8배인 40㎝, 벽엔 25㎝ 두께로 단열재를 시공했다.

'청구서 없는 에너지' 태양을 잡는다

ZeSH1은 전기는 제외하고 난방과 급탕에 쓰이는 에너지의 70%를 자립하는 것을 목표로 기술이 적용됐다. 2005년 준공 후 지금까지 모니터링한 결과 난방과 급탕 등 열부하에 대한 자립도가 당초 목표보다 높은 75~80%로 나왔다. ZeSH1에는 에너지 자립을 위해 단열과 환기열 회수 외에 태양 에너지를 이용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이 적용됐다. 난방에 들어가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바닥축열장치와 부착온실, 축열벽, 자연채광 등의 자연형 시스템(패시브 시스템)과 태양열집열기, 저온축열복사난방, 온수급탕시스템 등 설비형 시스템(액티브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창호와 축열벽
거실의 창호 앞 바닥에 설치된 축열장치는 태양열을 실내에서 직접 붙잡는 햇빛흡수재이다. 겨울철 햇빛이 실내까지 비칠 때 태양열을 흡수해 실내 온도를 높인다. 또 창호를 제외한 전면 벽에는 축열벽이 설치돼 있다. 축열벽은 바깥쪽부터 유리, 타일, 벽체로 구성돼 겨울에 내부 공간이 60℃까지 가열된다. 벽체에 개폐할 수 있는 구멍을 설치해 열을 실내로 공급할 수 있다. 여름엔 한옥과 같은 차양을 내려 햇빛이 직접 벽면이나 실내로 도달하는 것을 막고 블라인드로 복사열을 차단한다. 액티브 시스템으로 지붕에 설치된 태양열 집열기는 건물 내의 난방과 온수공급 역할을 하고 태양광발전 시스템은 일부 전기에너지를 공급한다.

이처럼 다양한 에너지 절감과 생산 시스템이 결합해 ZeSH1은 에너지 수요가 많은 겨울철 외부 에너지 소비를 최소로 줄였다. 통합 시스템은 겨울철에 날씨 등의 영향으로 5일간 햇빛이 비치지 않아도 난방과 급탕이 가능하다. 난방을 위해 공급하는 온수의 온도를 32℃로 낮춰 열효율을 높인 덕분이다.

모니터링 결과 ZeSH1의 난방부하는 일반주택의 20~25% 수준으로 나타났다. 일반 주택의 연간 난방부하가 ㎡당 128㎾h인데 비해 ZeSH1은 46.2㎾h로 나타났으며 이 중에서도 34.1㎾h는 태양열시스템으로 충당돼 실제 화석연료로 인한 에너지 사용량은 9.5%에 불과했다.

 
  바닥축열장치.
경제성 감안한 상용모델 연구

제로에너지 솔라하우스의 1단계 사업에서는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고 다양한 기술들을 적용해 난방과 급탕에 소비되는 에너지를 줄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반면 2007년부터 수행하고 있는 2단계 연구는 전기까지도 포함한 총부하의 70%를 자립하는 것을 목표로 경제성도 고려해 상용화 보급모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반 주택과 비교해 추가로 들어가는 건축비는 15%를 목표로 하고 있다. 추가 건축비 15%는 우리보다 연구와 상용화가 앞선 유럽과 캐나다에서 보급하고 있는 주택의 건축비 수준이다. 15%면 주택 소유자가 10년 안팎의 기간에 에너지 절감으로 비용을 회수할 수 있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ZeSH2는 내달초 연구원 내 부지에 기공될 예정이다. 1단계 모델보다 진보된 기술들이 적용되고 상용화에 맞춰 설비들도 간소화된다. 1단계 모델의 지하실에 설치된 일체형 환기열회수장치는 컴팩트한 규모로 줄여 개별 방마다 설치된다. 또 지하실의 히트펌프도 기존에 비해 1/5 수준으로 크기를 줄여 공간활용도를 높인다. 태양열 집열판의 효율을 최대화하는 각도가 55~60도이기 때문에 이에 맞춘 ZeSH1은 지붕의 각도가 가팔라 내부의 거주성이 떨어졌다. ZeSH2에서는 태양열 집열판을 건물 전면의 벽에 설치하고 지붕엔 3㎾ 용량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할 계획이다.


'걸음마 단계' 국내 패시브 하우스 보급

- 에너지 저감기술 연구 활발

- 건축비 부담 줄이기가 관건

 
  태양광 발전 설비가 설치된 주택 모습.
환경 선진국인 유럽과 캐나다뿐 아니라 최근 석유가격 인상과 기후 위기를 계기로 환경 선진국인 유럽과 캐나다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991년 독일 다름슈타트에서 처음 건설된 패시브 하우스는 태양열, 태양광, 지열, 풍력 등 자연 상태의 에너지 외에 화석연료로 생산된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거나 최소화한 주택이다. 독일에서 4000채 이상, 유럽 전체에서는 6000채 이상의 패시브 하우스가 보급됐다.

유럽에서는 보급 초기 높은 건축비 부담 때문에 확산 속도가 느렸다. 단열을 위해 두꺼운 유리와 벽 시공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패시브 하우스가 처음 도입될 때에는 기존 건물에 비해 건축비가 최고 40%까지 더 들었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그 차이는 점차 줄어들어 추가비용이 10% 정도로 감소했고 일부 패시브 하우스는 기존 건물보다 더 적은 건축비로 완성한 예도 있다.

국내에서 주택의 에너지 저감기술 연구는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패시브 하우스 보급에는 아직 어려움이 많다. 특히 추가되는 건축비에 대해 소규모 주택회사나 사용자의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 유럽은 정부에서 제로에너지 주택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으며 신축주택에 태양열설비를 의무화하거나 패시브 하우스 보급을 위한 인증제도를 시행하는 나라도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백남춘 태양열연구센터장은 "주택에 대한 에너지 저감기술 적용은 정부의 의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우리나라에서 제로에너지 주택을 보급하기 위해서는 건설사와 사용자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정부의 정책적,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패시브 하우스는 주택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건물이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가에 관계없이 건축할 수 있다. 냉난방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단열과 함께 내부의 에너지가 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건물의 기밀도를 높여야 한다.

또 강제환기 과정에서 나가는 공기로 들어오는 공기의 온도를 올리거나 내려주는 환기열회수장치의 설치도 필수적이다. 환기열회수장치가 설치된 제로에너지 솔라하우스의 경우 겨울철 25℃의 실내공기가 나가면서 들어오는 외부공기를 데우면 영하의 날씨에도 22℃의 공기가 실내로 들어온다. 이와 같은 에너지 절감 시공을 통해 건물에서 외부로 빠져나가는 열을 가능한 줄이면 어떤 건물이든지 패시브 하우스 형태로 건축할 수 있다.
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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