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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사회

수사·기소권 양손에 쥐고 권력따라 오락가락(경향신문090601)

by 마리산인1324 2009. 6. 2.

 

<경향신문> 2009-06-01 18:05:35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6011805355&code=940301

 

 

수사·기소권 양손에 쥐고 권력따라 오락가락

 

조현철·박홍두·구교형기자 cho1972@kyunghyang.com

 

ㆍ무소불위의 검찰 권력
ㆍ문민정부 이후 최고 사정기관 부상
ㆍ권한 남용막을 견제장치·제도 없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검찰이 사상 최대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와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에서도 대대적인 쇄신안이 제기되고 있다. 위기를 자초한 쪽은 검찰이다. 검찰은 지난 수십년 동안 국가 최고 사정기관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반면 ‘정치검찰’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검찰이 진정 법과 정의를 공정하게 실현했는지, 국민을 위해 검찰권을 행사했는지 실태를 점검하고 검찰이 바로서기 위해 어떤 개혁이 필요한가를 모색해본다.

1일 낮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임채진 검찰총장(오른쪽)과 문성우 대검차장이 확대간부회의가 끝난 뒤 점심식사를 위해 구내식당으로 가고 있다. 김문석기자

 

 

검찰은 국민을 대리해 정의를 구현하는 조직이다. 검찰은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추구하며 거악(巨惡)을 척결한다는 명분으로 최고 사정기관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국민에게서 나온 권한이 검찰 손에서 배타적·독점적으로 운영되면서 수사가 공정성과 형평성을 잃고 사법 정의가 왜곡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 공정·형평성 잃은 검찰권 행사 = 지난해 9월 검찰은 18대 총선 때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동작구에 뉴타운을 건설키로 동의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고발된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을 무혐의 처분했다. 당시 검찰의 논리는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허위사실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재정신청을 통해 정 의원을 정식 재판에 회부했고 결국 유죄를 선고했다.

최근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된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사건도 검찰의 자의적인 사건 처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참여연대는 1999년 11월부터 이 사건에 대해 고소·항고·재항고·재고소 등을 6차례나 거듭하며 수사를 요구했지만 검찰은 번번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2008년 조준웅 삼성 특별검사팀이 죄가 된다며 기소했다. 1·2심은 무죄판결이 났지만 대법원에서 유죄취지로 파기환송됐다.

검찰이 수사를 방기한 대표적인 예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내란사건이다. 1994년 검찰은 ‘12·12 군사 쿠데타’와 ‘5·18 민주화운동 진압’ 등과 관련, 내란죄로 고발된 전·노 전 대통령에 대해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며 기소유예 처분했다. 이 사건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가 검찰 결정은 위법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검찰은 결국 ‘5·18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뒷북 수사에 착수했다.

이 같은 사건들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는 검찰이 정치적 고려 등으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대표적인 ‘직무유기’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 견제 안 되는 검찰 권력 = 유신 시절 최고 사정기관은 중앙정보부, 전두환·노태우 정권에서는 보안사였다. 김영삼 문민정부 이후 이들이 밀려난 뒤 검찰은 20여년 가까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고 있다. 우리 사회가 민주화되면서 법절차를 통한 사정이 보편화됐고 사법처리 대상을 선별할 수 있는 기소권을 법률로 보장받고 있는 검찰이 부상하게 된 것이다.

검찰의 힘은 커졌지만 검찰 조직을 견제하는 제도는 마련되지 않았다. 기소독점을 견제하는 항고, 공소심의위원회 등의 제도가 있지만 모두 검찰 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어서 객관적이라 보기 힘들다. 재정신청이나 영장심사, 재판 등 사법부 견제도 있지만 사후 조치에 그친다. 검찰의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해 1990년대 후반 이후 특별검사제,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검사동일체 원칙 폐지, 현직 검사의 청와대 파견 금지 등의 조치가 이어졌지만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의 잘못된 법 집행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온다. 촛불정국 때 광고를 게재하고 기부금을 모집한 지방대의 한 학생회장은 검찰이 3차례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그러나 검찰은 여전히 수사를 계속하고 있어 이 학생은 지난 학기 휴학해야 했다. 민변의 민경한 변호사는 “오랫동안 수사한 이후 뚜렷한 혐의 사실이나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는데도 장기간 기소여부를 결정하지 않거나 저인망식 수사를 하는 것은 검찰의 공소권 남용이고 당사자에게 심각한 법적 불안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법원으로부터 영장심사와 재정신청, 국회의 국정감사, 인사 청문회 등을 통해 다양한 방식의 통제를 받고 있다”면서 “검찰이 무소불위의 기관이라는 평가는 과도하다”고 반박했다.

<조현철·박홍두·구교형기자 cho1972@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