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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사회

회향하는 오체투지 순례단, '임진각 시국선언문' 발표(오마이뉴스090606)

by 마리산인1324 2009. 6. 6.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150908&CMPT_CD=E0942

 

 

"역사와 국민에게 지금 혼란도 충분한 불행
차라리 권력 스스로 진퇴 엄중히 판단해야"
회향하는 오체투지 순례단, '임진각 시국선언문' 발표... 묘향산 방북 허가 촉구
09.06.06 20:04 ㅣ최종 업데이트 09.06.06 20:29 이경태 (sneercool) / 권우성 (kws21)

  
6일 오후 경기도 파주 임진각 망배단에서 열린 '오체투지순례 위령제 및 회향행사'에서 수경 스님, 문규현 신부, 전종훈 신부와 순례단이 총 124일의 1,2차 오체투지순례를 마치며 108배를 하고 있다.
ⓒ 권우성
오체투지순례

"역사와 우리 국민에게는 지금까지의 혼란만으로도 충분한 불행이기에, 만일 권력의 존재 자체가 분열의 원인이라고 한다면, 100번 넘는 대국민 사과가 오히려 국민에게는 1000일이 넘는 고통으로 다가온다면, 차라리 권력 스스로 진퇴를 엄중히 판단하는 것이 역사와 민족을 위한 길임을 고통스럽게 촉구하는 바이다."

 

6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망배단에 도착한 오체투지 순례단이 "차라리 권력 스스로 진퇴를 엄중히 판단하라"고 일성을 토해냈다. 지난 3월 28일 계룡산에서부터 71일, 작년 지리산부터 계룡산까지의 1차 순례 53일을 포함해 124일 동안 자신을 낮추고 몸을 땅에 내던지며 '기도'해온 이들의 분노였다.

 

오체투지 순례가 "대립과 갈등을 넘어 희망의 길을 찾기 위한 것"이었기에 순례단은 지난 124일 간 '침묵'을 택해왔다. 비판보다 반성을 앞세웠다.  

 

수경 스님 등은 지난 3월 2차 순례에 나서기 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지금 시대의 아픔은 이명박 대통령 때문에 생긴 것만은 아니다,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라며 오체투지 순례가 또 다른 대립과 갈등의 골이 되는 것을 피했다. 또 "참말로 몸과 마음을 던져서 문제를 풀어갈 씨앗을 만들 수 있는 기도를 하려고 한다"고 소망을 밝혔다.

 

그러나 오체투지 순례단은 이날 회향식에서 '임진각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며 마침내 목소리를 높였다. 

 

  
108배를 하고 있는 전종훈 신부, 수경스님, 문규현 신부.
ⓒ 권우성
오체투지순례
  
'오체투지순례 위령제 및 회향행사'에서 수경 스님, 문규현 신부, 전종훈 신부가 '소지' 행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오체투지순례

  
순례에 참가했던 전종훈 신부가 문정현 신부의 품에 안겨 흐느끼고 있다.
ⓒ 권우성
오체투지순례

 

"차라리 권력 스스로 진퇴를 엄중히 판단하는 것이 역사와 민족을 위하는 길"

 

"우리 오체투지 순례단은 이 세상의 가장 느리고도 낮은 자세로 참으로 머나먼 길을 걸어서 왔다"는 글로 시작된 시국선언문은 그간 그들이 느낀 참담한 심경이 절절히 녹아 있었다. 특히 124일 간의 고행의 길 끝에서 얻은 형형한 결의도 보였다.

 

"날마다 천 번 이상 온몸을 던지는 오체투지 순례는 차마 필설로 다 하지 못할 고통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육체적 고통은 차라리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동안 우리 순례단은 생명과 평화는 고사하고 너무나도 처참한 한반도의 현실을 목도하고 말았다."

 

순례단은 ▲용산참사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 철거 ▲미디어 악법 추진 ▲'5대강 살리기'(섬진강 포함)로 명패만 바꾼 '한반도 대운하' ▲종교 갈등 ▲경색된 남북관계 등을 들며 "처음 오체투지를 시작할 당시보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더욱 거세되고 세상사는 더더욱 험악해졌다"며 참담함을 금치 못했다.

 

순례단은 특히 사회 각계각층에서 시국선언 등을 통해 촉구하고 있는 대통령의 공개사과가 이뤄지더라도 "이는 단발마적인 임기응변식 조치에 불과하다"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순례단은 "현재의 상황에서조차 권력 스스로가 위기를 정확히 직시하지 못하거나, 상황 자체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대안을 모색하지 못하거나 혹은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낼 자신이 없는 것은 아닌지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단정했다.

 

또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단순명쾌한 진리를 거부하는 권력의 모습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순례단은 이어, "역사와 우리 국민에게는 지금까지의 혼란만으로도 충분한 불행이었다"며 "100번 넘는 대국민 사과가 오히려 국민에게 1000일이 넘는 고통으로 다가온다면 차라리 권력 스스로 진퇴를 엄중히 판단하는 것이 역사와 민족을 위한 길임을 고통스럽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사람·생명·평화의 길을 찾아가는 '오체투지 순례단'이 6일 오후 경기도 파주 임진각 망배단에 도착하고 있다.
ⓒ 권우성
오체투지순례

 

묘향산 천제 거행, 북측 동의 얻었다... 통일부 결정만 남아 있어

 

한편, 순례단은 이날 임진각이 오체투지 순례의 마지막 목적지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순례단은 "수차 말씀드린 바와 같이 상악단(묘향산), 중악단(계룡산), 하악단(지리산)은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이 국가적 재난과 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마음과 역량을 하나로 모아 통합하고 나아갈 바를 하늘에 묻고 고하는 천제를 거행하던 장소"라며 "순례단은 선조들의 발걸음을 따라 6월 15일 묘향산에서 천제를 거행하며 한반도 평화를 하늘에 청하고자 하였다"고 말했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에서도 "그리하여 우리 순례단 또한 고행의 길을 계속 가지 않을 수 없다"며 "이 길이 스스로 빛이고자 했고 희망을 갈구하는 국민들께 드리는 위안의 길이기 때문에 생명과 평화, 사람의 길을 위한 우리들의 기도는 마침내 묘향산의 상악단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순례단의 방북은 불투명한 상태다. 북측으로부터 순례단 27명에 대한 초청장도 받았지만 통일부가 순례단의 방북 신청에 대해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

 

순례단은 이와 관련해 "현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가 전쟁 불사 논리가 아니라면 신뢰 회복 차원의 인도적·종교적·경제적 민간교류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 정책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 믿기에 정부의 결정을 지켜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