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2009-06-10 오후 4:47:40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090610160932§ion=03
함세웅 "대통령 말씀, 언어의 유희 되지 말길…"
6월항쟁 정부 기념식서 현 정부 질타…"국정 운영 기조 바꿔야"
제22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서 함세웅 신부(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을 향해 작심하고 쓴소리를 던졌다.
10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는 행정안전부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6월 항쟁 기념식이 열렸다. 6월 항쟁은 지난 2007년부터 국가기념일로 지정돼 정부 주최로 기념 행사가 열려 왔다.
이날 이명박 대통령,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반면 정세균 민주당 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참석했다. 이 대통령의 기념사는 이달곤 행안부 장관이 대독했다.(☞관련 기사 : MB의 6.10 기념사 "불법ㆍ폭력이 민주주의 왜곡")
함세웅 신부는 "국가기념일인데 어찌해서 한나라당 대표님이 이 자리에 오지 않는가"라며 "그러면서 어떻게 대화를 얘기하는가"라고 이 대통령, 박 대표의 불참을 거론하며 "대통령 말씀이 다 아름답지 않느냐. 언어의 유희가 되지 말고 가슴 깊은 곳에서 나오는 국민 감동시키는 말씀이었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 10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정부 주관으로 열린 제22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함세웅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이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낭독하고 있다. ⓒ뉴시스 |
함 신부는 "기쁠 때 같이 웃고, 슬플 때 함께 울고, 바쁠 때 서로 돕고, 어려울 때 위무(慰撫)하고, 불의에는 항거하고, 부당한 외세의 간섭에 당당히 맞섰던, 민주주의의 전통이 퇴색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6·10 민주항쟁은 3·1독립운동, 4·19민주혁명, 5·18광주민중항쟁의 정신을 이은 우리 민족의 역사적 보편 가치로, 이 기념식을 넘어 서울광장에서, 전국 곳곳에서 펼쳐야 할 민족·민주주의 문화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한다"며 "정부와 당국은 이를 깨닫고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0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릴 예정인 6월 항쟁 기념 범국민대회를 정부와 경찰이 나서서 봉쇄하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독선과 오만은 자신을 파괴하고 공동체 죽이는 무서운 병"
함세웅 신부는 "인권과 민주주의의 기반인 '표현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가 허물어지고, '언론의 자유는 위축됐다'며 "거짓 언론들은 묘하게 국민을 속이고 있다"며 쓴소리를 이어갔다.
그는 "삼성과 촛불 재판에서 확인하듯 사법부는 이미 국민의 신뢰를 잃고, 정의에 기초하지 않은 검찰은 국민의 조롱을 받고, 민중의 지팡이인 경찰은 오히려 시민들에게 폭력의 몽둥이가 되고 있는 서글픈 현실"이라며 "6·10 민주 항쟁은 공직자 모두의 철저한 쇄신과 근원적 자정을 진지하게 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함 신부는 "우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문 행렬에서, 연이은 교수들의 시국선언에서, 세상살이에 지친 국민들의 모습에서, 6·10 민주 항쟁의 현실적 의미와 교훈을 확인한다"며 "우리의 호소가, 있는 그대로 대통령께 전달되기를 바라며 기도한다"고 밝혔다.
함세웅 신부는 "독선과 오만은 자기 자신을 파괴하고 나아가 공동체를 죽이는 무서운 병"이라며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고 국민 통합을 높이는 방향으로 국정 운영의 기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함세웅 신부가 이날 발표한 글 전문이다.
제22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일을 맞아 국민에게 드리는 글 6·10민주항쟁 22주년을 맞는 오늘, 우리는 더욱 결연한 자세로 순국선열들과 호국영령 그리고 민주·통일열사들을 기리며 진지한 성찰의 기도를 올립니다. 6월항쟁의 주역이며 상징인 박종철님, 이한열님과 익명의 모든 희생자들 특히 시대의 고민을 껴안고 투신한 6월항쟁의 또 한 분의 주역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억하며, 6·10민주항쟁 정신을 재현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6·10민주항쟁의 거룩한 뜻을 이어받아 정의와 평화, 민주주의와 통일을 위해 온 힘을 쏟을 것을 새삼 다짐합니다. 6·10민주항쟁 정신은 민주주의를 사랑하고 실천하는 각 부문 모든 영역, 구성원 전체의 폭넓은 연대와 결속을 명합니다. 우리는 모두, 이 시대적 소명을 깨닫고 겸허하게 이 요구에 응답해야 합니다. 항일투쟁 선열들의 고귀한 얼을 간직한 우리는 전쟁과 기근, 가난과 독재를 극복한 용기 있고 슬기로운 겨레입니다. 우리는 생명을 다해 나라를 사랑하고, 참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 민족공동체의 가장 아름다운 가치입니다. 6·10민주항쟁 정신은 일체의 사리사욕을 끊고 집단이기심을 넘어, 공동선을 위해 몸 바치는 제헌(祭獻)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 민주주의가 실종되어가고 있습니다. 오천년 역사의 빛나는 전통을 간직한 이 나라 강산이 마구 파헤쳐질 위기에 처해있고, 용산에서 벌어졌던 참사는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비정규직을 비롯한 서민들의 생존권은 벼랑에 몰려있습니다. 기쁠 때 같이 웃고, 슬플 때 함께 울고, 바쁠 때 서로 돕고, 어려울 때 위무(慰撫)하고, 불의에는 항거하고, 부당한 외세의 간섭에 당당히 맞섰던, 민주주의의 전통이 퇴색되어가고 있습니다. 6·10민주항쟁은 3·1독립운동, 4·19민주혁명, 5·18광주민중항쟁의 정신을 이은 우리 민족의 역사적 보편가치로, 이 기념식을 넘어 서울광장에서, 전국곳곳에서 펼쳐야 할 민족·민주주의 문화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합니다. 정부와 당국은 이를 깨닫고 보장해야 합니다. 인권과 민주주의의 기반인 `표현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가 허물어지고, `언론의 자유`는 위축됐습니다. 거짓 언론들은 묘하게 국민을 속이고 있습니다. 기자들은 초심의 순수성을 되찾아 정론을 펼쳐야 합니다. 삼성과 촛불재판에서 확인하듯 사법부는 이미 국민의 신뢰를 잃고, 정의에 기초하지 않은 검찰은 국민의 조롱을 받고, 민중의 지팡이인 경찰은 오히려 시민들에게 폭력의 몽둥이가 되고 있는 서글픈 현실입니다. 6·10민주항쟁은 공직자 모두의 철저한 쇄신과 근원적 자정을 진지하게 명하고 있습니다. 세상이 민주주의를 역행할 때마다 자유를 갈구하고 평등과 평화를 기원하고 뭇 삶들의 생명을 존중하던 자비와 사랑의 사상은 위기에 처하게 마련입니다. 민주주의는 물과 공기와 같습니다. 물과 공기가 없으면 생명이 살 수 없습니다. 민주주의가 없으면 우리 공동체는 필연적으로 몰락합니다. 물량주의와 배금주의가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 그리고 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빛과 소금과 같습니다. 빛은 어둠을 밝히고 소금은 음식의 맛을 내고 부패를 막습니다. 민주주의는 소외된 이웃을 껴안고, 아름답고 평등한 사회공동체를 이룩하는 토대입니다. 민주주의는 일상의 삶에 늘 신명을 불어넣어, 결코 시대정신이 썩지 않도록 우리 모두를 일깨우는 길잡이이며 원동력입니다. 민주주의는 바로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역사의식의 확인으로, 수천 년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에 뿌리내린 공유의 가치입니다. 민주주의는 무엇보다도 바른 인간관, 바른 공동체관, 바른 역사관을 요구합니다. 이것이 바로 6·10민주항쟁의 정신이며 참되고 굳건한 민주주의의 원칙입니다. 우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문행렬에서, 연이은 교수들의 시국선언에서, 세상살이에 지친 국민들의 모습에서, 6·10민주항쟁의 현실적 의미와 교훈을 확인합니다. 우리의 호소가, 있는 그대로 대통령께 전달되기를 바라며 기도합니다. 국민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위로하고, 국민들이 흘리는 땀과 눈물을 닦아주고, 국민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독선과 오만은 자기 자신을 파괴하고 나아가 공동체를 죽이는 무서운 병입니다.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고 국민통합을 높이는 방향으로 국정운영의 기조가 바뀌어야 합니다. 민주주의의 위기를 걱정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저 빛나는 6월민주항쟁의 정신을 바로 "오늘 이 자리에서" 함께 확인하고 실천을 다짐합니다. 선열들이여, 이 나라를 돌보소서. 선열들이여, 남북의 일치와 화해를 이루어주소서. 선열들이여, 우리 겨레 모두를 깨우쳐 주소서! 감사합니다. 2009년 6월 10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함 세 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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