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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사회

조계종 승려 1447명 시국선언 (오마이뉴스090615)

by 마리산인1324 2009. 6. 15.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157181

 

 

"왕이 포악하면 나라에 도적이 들끓는다
 MB 정부, 독재적 발상과 오만함 참회하라"
조계종 승려 1447명 시국선언... "수행자로서 자죄감에 얼굴 가눌 수 없어"
09.06.15 16:33 ㅣ최종 업데이트 09.06.15 16:57 김환 (kimhwan) / 유성호 (hoyah35)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대한불교 조계종 스님 시국선언 준비모임 주최로 열린 '이명박 정부 국정운영의 대전환을 촉구하는 불교계 시국선언'에서 법타스님이 여는 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시국선언

"남의 충고를 듣지 않고 자비심이 없고 포악하면 왕이 권위를 잃고 나라에 도적이 들끓게 된다." (증일아함경)

 

대한불교조계종 승려들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강력한 권고 메시지다. 이명박 정부가 지금껏 해왔던 국정운영의 대전환을 촉구한 것이다.

 

지난 9일 불교인권위원회가 '현 시국을 염려하는 불교계 108인' 명의로 시국선언을 발표한데 이어 대한불교조계종 승려 1447명도 15일 오후 1시 서울 조계사에서 '이명박 정부의 참회와 민주주의 발전을 염원하는 조계종 승려 시국선언 동참자 일동' 명의로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민주주의는 시련과 고통 속에 몸부림치고 있다"

 

'국민이 부처입니다'라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에서 이들은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또다시 시련과 고통 속에 몸부림치고 있다"며 "충격적인 전직 대통령의 서거라는 초유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반성조차 없는 현 정부의 부도덕한 행태와 죽음마저 또다시 음해하는 정치검찰의 패악을 목도하며 이 나라 민주주의가 천 길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음을 우리는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우리 내면에 남아있던 탐욕심으로 인해 위선과 오만 그리고 독단과 거짓에 능숙한 현 정부를 선택했던 우리의 어리석음이 결국 2년도 채 되지 않아 양심과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가 억압되고, 순수한 촛불마저 공권력에 짓밟히는 참담한 현실을 불러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안타까운 서거와 장례식을 전후한 전국적인 추모의 의미는 민주주의 숭고한 정신과 가치가 훼손될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계기였다"며 "이는 현 정부의 과거 지향적인 개발논리와 독재적 발상, 국민과 법과 질서를 유린하는 오만함에 대한 참회와 국정철학의 대전환을 촉구하는 국민적 호소"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집 잃은 용산 철거민이 공권력의 강제 진압 앞에 불에 타 죽는, 그리고 150여 일 동안 진상 규명과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는 비극적 현실을 양산하고 있다"며 "'국민을 섬겨 나라를 편안히 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공언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약속인지 모르겠다"고 질타했다.


"남과 북은 국민을 볼모로 대결의 길만 걷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대한불교 조계종 스님 시국선언 준비모임 주최로 열린 '이명박 정부 국정운영의 대전환을 촉구하는 불교계 시국선언'에서 현각 스님(불교환경연대집행위원장)이 참회를 촉구하며 죽비 봉정의식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시국선언

또한, 이들은 현 정부의 남북관계 대응책에 대해서 오로지 대결의 길만 걷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현 정부 출범 이래 어렵게 쌓아올린 남북의 신뢰관계는 한낱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마주 달리는 기차처럼 휴전선과 서해에서 일촉즉발의 위험천만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또 "개성공단마저 중단 위기에 처한 절박한 현실보다 우리를 안타깝게 만드는 것은 위기에 대한 현 정부의 대처능력과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남과 북이 국민을 볼모로 오로지 대결의 길만 걷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최근 자연공원법을 개악하여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 성지와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에 케이블카 설치 등 개발을 허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국민적인 여론을 도외시한 채 '저탄소 녹색성장 개발'이라는 자기모순과 당착에 빠져 신성한 기도처마저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승려 1447인은 정부에 ▲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 표현·집회·언론의 자유 보장 ▲ 취약계층에 대한 정책적 배려 ▲ 4대강 살리기 및 각종 문화재 파괴행위 중단 ▲ 자연공원법 개악 중지 ▲ 대북강경노선 철회 등을 요구했다.

 

법타 스님(전 은해사 주지스님)은 "우리들이 이 자리에 모여 시국선언을 발표하는 이유는 국민, 대한민국, 민족이 안녕치 못하기 때문이다"며 "민심이 천심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부디 귀를 열어 달라"고 호소했다.

 

진오 스님(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공사 대표)은 "대한민국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와 한나라당이 국민을 좀 더 편안하게 해줘야 하는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몰아붙이기식 정책을 선호하고 있다"며 "이 시국선언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좀 더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을 이행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고 말했다.

 

시국선언문 전문

 

"국민이 부처입니다"

- 이명박 정부 국정운영의 대전환을 촉구합니다 -

 

존경하는 원로대덕 큰스님 이하 사부대중 여러분 그리고 각고의 노력으로 일군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숭고한 가치를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국민여러분께 삼가 존경의 인사를 올립니다.

 

현하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또 다시 시련과 고통 속에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충격적인 전직 대통령의 서거라는 초유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반성조차 없는 현 정부의 부도덕한 행태와 죽음마저 또 다시 음해하는 정치검찰의 패악을 목도하며 이나라 민주주의가 천 길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음을 우리는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내면에 남아 있던 탐욕심으로 인해 위선과 오만 그리고 독단과 거짓에 능숙한 현 정부를 선택했던 우리의 어리석음이 결국 2년도 채 되지 않아 양심과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가 억압되고, 순수한 촛불마저 공권력에 짓밟히는 참담한 현실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또한 정치개혁과 권위주의 청산 그리고 국가기관의 독립성 확보라는 전임 정부의 노력에 의해 권능을 회복했던 사정기관이 스스로 독립성을 훼손하고 권력의 수족이 되어 표적수사라는 정치행위에 골몰하도록 방치한 결과, 전직 대통령이 순명의 길을 걸어 이에 항거한 오늘의 현실을 지켜보면서 시대를 살아가는 수행자로서 한없는 자괴감과 부끄러움에 얼굴조차 가눌 수가 없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안타까운 서거와 장례식을 전후한 전국적인 추모의 의미는 어떠한 경우에도 민주주의 숭고한 정신과 가치가 훼손될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계기이며, 현 정부의 과거 지향적인 개발논리와 독재적 발상, 국민과 법과 질서를 유린하는 오만함에 대한 참회와 국정철학의 대전환을 촉구하는 국민적 호소입니다.

 

그동안 현 정부는 천문학적 혈세가 투여되는 4대강 살리기 개발 사업으로 국민을 현혹하고 '4대강 주변의 문화재의 심각한 훼손, 수질대책, 식수문제, 부동산투기, 대운하의 변형' 이라는 의문에 어떠한 답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지난 40여 년간 자연공원법에 의해 전통사찰 경내지를 각종 공원으로 일방적으로 지정한 바 있는 정부는 사유권 침해와 전통사찰 보존구역에 대한 정책과 관리 및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방침조차 없는 가운데, 최근에 와서는 자연공원법을 개악하여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 성지와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에 케이블카 설치 등 개발을 허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조계종을 비롯한 국민적인 여론을 도외시 한 채 '저탄소 녹색성장이 개발'이라는 자기모순과 당착에 빠져 민족정기와 신성한 기도처마저 훼손하고 있는 현 정부의 반문화 정책을 반증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 정부의 친 기업이 아닌 철저한 친 재벌 정책은 비정규직의 대거 양산과 심각한 양극화 현실을 부채질하고 있으며, 집 잃은 용산 철거민이 공권력의 강제 진압 앞에 불에 타 죽는 그리고 150여 일 동안 진상규명과 장례조차 치루지 못하는 비극적 현실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국민을 섬겨 나라를 편안히 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공언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약속이며, 누구만을 대변하고 있는지 우리는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민족의 상생과 공존을 위한 남북 화해와 협력의 길은 또 어떠합니까! 공교롭게도 오늘은 역사적인 6. 15남북공동선언 9주년의 날입니다. 평양에서 포옹하는 양 정상을 바라보며 전쟁과 분단, 대립과 갈등의 지난 50여년의 세월을 마감하고 공존과 상생의 미래를 약속했던 그 날이었습니다. 그러나 현 정부 출범 이래 어렵게 쌓아올린 남북의 신뢰관계는 한낱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마주 달리는 기차처럼 휴전선과 서해에서 일촉즉발의 위험천만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핵개발과 실험으로 한반도 전체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고, 숙원으로 여겨졌던 금강산 관광에 이어 민족 번영의 단초로 생각해온 개성공단 마저 중단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절박한 현실보다 우리를 안타깝게 만드는 것은 위기에 대한 현 정부의 대처능력과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며, 남과 북이 국민을 볼모로 오로지 대결의 길만 걷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찍이 부처님은 기원정사에서 왕이 갖추어야할 덕목을 설하시며 "남의 충고를 듣지 않고 자비심이 없고 포악하면 왕이 권위를 잃고 나라에 도적이 들끓게 된다 -증일아함경-"고 했습니다.

 

국민 위에 군림하며 비뚤어진 공권력에 의지해 민주주의의 근간인 사상, 표현, 집회, 언론의 자유를 유린해 온 지난날을 깊이 반성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국가적 희망과 미래도 없다는 사실을 현 정부는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경제위기를 이야기하며 국민의 손과 가슴에 밝혀진 촛불의 의미를 호도하는 권력은 이미 그 대표성을 상실한 껍데기에 지나지 않음을 직시해야 할 것입니다.

 

비록 하안거 결제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걸어왔던 삶과 의로운 죽음이 가난한 여인이 밝힌 등불처럼 우리 사회에 큰 울림으로 퍼져 나가길 기원하며, 민주주의의 발전을 염원하는 수행자의 지혜와 양심의 목소리를 모아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힙니다.

 

하나. 이명박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수사를 사과하고, 검찰 등 사정기관의 공정성 확보와 중립화를 위한 제도 개혁에 나서야합니다.

 

하나. 이명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한 표현과 집회, 언론의 자유 등 기본권을 보장하고 이 시대의 공감대적 가치질서인 민주주의 실천에 적극 나서야합니다.

 

하나. 현 정부는 용산참사의 책임 있는 해결과 비정규직 노동자 등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통해 국민 통합에 나서야합니다.

 

하나. 현 정부는 4대강 살리기 및 각종 문화재 파괴행위를 일체 중단해야합니다.

 

하나. 현 정부는 자연공원으로 지정, 이용하는 과정에 역사성, 문화성, 종교성 등 정신문화적 가치를 배제하고, 전통사찰 경내지를 단순한 개발대상으로 치부하는 자연공원법 개악을 즉각 중지해야합니다.

 

하나. 이명박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대북강경노선을 철회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한반도에 평화와 안정의 확보에 진력할 것을 호소합니다.

 

불기2553(2009)년 6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