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라이즈> 2009-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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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 경향 배너를 내립니다
작년, 2008년 5월 7일 아침 서프라이즈는 서프앙님들께 어려운 선언을 하나 하였습니다. 만평 한 컷과 기사 하나 그리고 선언문이라기 보다는 설득에 가까운 내용을 담아 공지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최상단 대문에 한 달 간 걸어두었습니다.
'서프라이즈는 경향신문을 구독합니다' [ 2008-05-07 ☞ 다시보기 ]
“언론이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정론직필을 추구하려면 광고주의 눈치를 보지 않아야 합니다. 언론이 광고주로부터 자유로울 때 비로소 바른 길을 갈 수 있지만 그 대가로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 '광고수입 감소로 인한 경영과 운영의 어려움'입니다.
어려울 때 힘이 됩시다. 무거운 짐을 나누어 듭시다.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우리가 채우며 바꾸어 갑시다. 그래서 이 땅에 바로 선 언론을 만들어 봅시다. 서프라이즈는 경향신문을 구독합니다. ”
그랬습니다. 이 땅에 바로 선 언론이 없었기에 우리는 절망하였고, 이명박 정권 출범이후 조중동의 폐해가 극도로 심해지는 것을 피부로 느끼면서 대안매체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은 분들은 아무도 없으셨을 겁니다.
서프라이즈는 결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새로운 매체를 세울 수 없다면, 욕을 먹는 한이 있더라도 경향과 한겨레 구독운동을 벌여 언론의 폐해를 줄여야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시점을 저울질하면서 비공개적으로 댓글 토론을 통해 의견 수렴을 해 보았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절절이 겪어야 했던 섭섭함이 많았던 탓에 여전히 그 앙금은 짙게 남아 있었지만, 대안매체에 대한 아쉬움이 워낙 컸던지라 진정성을 담아 잘 설득하면 가능도 하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대체로 서프앙님의 의견은 경향에 대해서는 포지티브였으나 한겨레엔 심한 네가티브였습니다.
그런 가운데, 5월 7일 아침 그 날은 절묘한 날이었습니다. 경향 강진구 기자의 특종기사 “미국소 한해 40만마리 광우병 유사증세 보여”기사가 새벽 세시에 인터넷에 올랐고, 김용민 화백의 명품 만평 “나보다 니들이 더 무서워”의 조합이 너무나 좋아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모자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날 오전, 김용민 화백의 만평과 강진구 기자의 특종기사에 서프앙께 드리는 글을 담아 '서프의 경향 구독'을 선언하며 내친 김에 경향신문 배너를 서프 대문에 걸고 기사격려하러가기 및 구독독려운동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서프 직원들 1인당 네 개까지 보유 가능한 다음(Daum) 아이디를 총동원하여 아고라에 퍼 날랐고 자극받은 집단지성의 힘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이후 5월 중순의 청소년 문화제에서 당겨진 불씨에 촛불이 점화되고 광화문이 촛불로 덮이면서 경향구독운동은 힘을 받았고 자연스럽게 광고주기 운동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언소주의 적극적인 활동에 힘입어 경향, 한겨레에 대한 인식과 접촉 면적이 넓혀지면서 지금에 이어져 왔습니다.
서프라이즈가 경향살리기에 기여한 바, 따지고 보면 미미한 정도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서프가 그 일을 시작하지 않았더라도 누군가의 노력에 의해 자연스럽게 지금까지의 흐름을 타고 왔을 것이고, 지금 와서 보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만, 그것을 조금 앞당길 수 있었고 작지만 불씨를 당겼던 역할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것이지요.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오늘, 서프라이즈는 ‘경향신문’ 배너를 대문에서 내리기로 결정하며 그것을 공표합니다. 물론 경향배너를 달 때 경향의 허락을 받았던 것도 아니며 (배너 달고 며칠 후 경향으로부터 ‘누구 허락을 받고 배너를 달았느냐’는 항의성 전화를 받았지만 내용을 설명하자 감사하다고 하였지요) 광고비를 받아 왔던 것도 아니기에 배너를 그냥 내리면 그뿐이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경향의 배너를 내리는 것’에 대해 선언을 하는 것은 우리 나름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함입니다.
1. 서프라이즈는 경향이 우리 사회의 등불이 될 수 있는 진정한 언론으로서의 사명을 다해 줄 것을 강력하게 희망합니다. 그것을 위해 서프라이즈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을 것이며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뜻을 함께 할 것입니다.
2. 서프라이즈는 언소주의 활동을 적극 지지하며, 언소주에서 지향하는 목표와 추구하는 바에 적극 동참합니다. 따라서 언소주에서 벌이고 있는 경향, 한겨레 광고주기 운동 역시 지지하며, 서프에서 구독하고 있는 경향 역시 변함없이 매일 만나게 될 것입니다.
3. 그럼에도 서프에서 경향배너를 내리는 것의 의미는, 경향이 외적인 발전을 꾀하여야 하는 것과 함께 내적인 성장을 기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그를 위해서는 경향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일에도 깊은 고민과 성찰을 해야 할 때도 되었다는 의사를 전달하기 위함입니다.
4. 경향이 스스로 안고 있는 모순과 내재적 종양을 제거하는 과정을 통해 거듭나지 못한다면, 언제나 정론도 아니면서 정론인양 착각하며 살아가게 될 날들에 대한 우려와 그로인해 또 다시 우리에게 줄 상처와 피해가 조중동의 그것 못지않게 위중할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5. 자식에게 매를 들 때 죽으라고 패는 부모는 없습니다. 서프라이즈는 경향에 대해 준엄한 질책의 마음을 전하는 한편, 여전히 경향에 대한 애정을 접지 않을 것이며, 경향이 바른 언론, 정직한 언론,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이 될 수 있도록 서프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그를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경향의 발전과 건승을 기원합니다.
2009년 6월 21일
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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