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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170558

 

 

"팔도에서 모인 청년들, 이게 바로 노무현의 뜻"
[노무현 추모벽화②] 그들이 추모벽화를 그리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09.07.04 17:08 ㅣ최종 업데이트 09.07.04 17:08 이주빈 (clubnip)

  
봉하마을길에 연석에 그려지고 있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벽화의 윤곽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 이주빈
봉하마을

 

예상했던 것보다 작업속도가 빠르다. 섭씨 30도를 넘는 한낮의 더위 앞에서 52명의 자원봉사자 중 잠시라도 붓을 놓고 쉬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정수 '좋은세상 만들기' 대표는 "이 속도라면 오늘 안에도 추모벽화를 모두 완성할 수 있지만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약 500여개가 되는 봉하마을길 연석 중 이들은 약 150개의 연석에 추모벽화를 그릴 계획이다. 나머지 연석은 다른 이들이 릴레이 추모벽화를 그려주기를 바라는 뜻에서 남겨두기로 했다.

 

봉하마을 연석들, 노무현이 되고 촛불이 되다

 

4일 오후 3시 현재 추모벽화가 그려질 150개의 연석엔 스케치가 모두 끝났다. 그중 약 100개의 연석은 마무리 다듬이 붓질만 남았다. 52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물과 미소를 서로 건네며 힘을 내고 있다. 주말을 맞아 봉하마을을 찾은 추모객들도 지나가면서 "고생이 많습니다" "고맙습니다" 등 격려를 잊지 않고 있다.

 

스케치로 드러난 봉하마을 추모벽화의 얼개는 이렇다. 마을 바로 앞 연석엔 고 노무현 대통령의 밝게 웃고 있는 얼굴이 마치 살아서처럼 봉하마을 찾는 이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그 다음을 노란 리본을 단 오리들의 행렬이 봉하마을로 이어진다. 추모의 행렬이자 노무현 정신을 이어가고자 하는 이들의 행렬이다.

 

그 뒤를 수만개 촛불들이 일렁이며 '노무현 정신'을 대신한다. 그리고 마지막엔 광주의 초등학생들이 그린 고 노 전 대통령 관련 그림들이 그대로 연석에 그려진다.

 

  
전 노사모 대표였던 배우 명계남씨(가운데 밀짚 모자 쓴 이)가 자원봉사자들에게 일일이 말을 건네며 격려하고 있다.
ⓒ 이주빈
명계남

 

배우이자 전 노사모 대표였던 명계남씨가 정오 무렵 이들을 찾아 격려했다. 그는 "대통령님이 살아계셨으면 '좀 비키봐라, 나도 한번 그려보자' 하셨을 것"이라며 잠시 목이 메었다. 그는 자원봉사자들에게 일일이 말을 건네고 어깨를 다독이며 "어떻게 이런 이쁜 생각을 했냐"며 거듭 격려했다.

 

더위로 얼굴이 이미 익을 대로 익어버린 그들에게 말을 붙인다. 왜 이곳까지 와서 이 더위에 고생이냐고. 몇 사람의 육성을 전한다.

 

"하얀 나비가 된 노 대통령님, 잘 보고 가셨죠?"

 

  
최연소 참가자인 조준환(9) 어린이가 벽화의 밑바탕색인 하늘색을 칠하고 있다.
ⓒ 이주빈
조준환

# 조준환(초등 2학년) "그림을 보고 마을분들이 슬픔이 덜했으면 좋겠어요"

 

"힘들지만 재미있어요. 엄마가 봉하마을 가자고 했을 때 이곳이 이렇게 더운 줄 모르고 그냥 간다고 했어요. 마을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보면 좋아할 거 같아요. 또 노무현 대통령님을 잃은 슬픔에 젖어있는 마을사람들이 이 그림을 보면 슬픔이 덜어질 것 같아요. 광주에 돌아가면 친구들에게 봉하마을 벽화 중에 오리 그림 밑바탕 그림은 내가 그린 거라고 말할거예요."

 

# 유가영(안산·백석대) "역사에 남을 작업하고 왔다고 친구들에게 말하겠어요"

 

"친구 소개로 참여하게 됐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고 보람있어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구요. 노무현 대통령님의 서거를 접하고 슬프거나 애도하는 마음이 이곳에 오기 전까진 그리 크진 않았는데 여러 글귀 같은 것을 읽으며 미안하고 아픈 마음이 들어요. 돌아가면 친구들에게 역사에 남을 작업하고 왔다고 말하겠어요."

 

# 송준혁(한양대) "할 일 없이 놀지 말고 참여하자고 말해주고 싶어요"

 

"추모벽화하면 무거운 그림일 줄 알았는데 도안이 되게 밝아서 너무 좋아요. 사실 예전엔 정치엔 별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노무현 전 대통령님이 서거하시고 또 이렇게 추모벽화 그리기에 참여하면서 관심이 생겼어요. 여기 7시간 걸려서 왔는데 친구들에게 방학 때 할 일 없이 놀지 말고 어떤 식으로든지 참여하자고 말해주고 싶어요."

 

  
김지연(27)씨는 봉하마을에 빨리 오려고 서두르다 넘어져 왼쪽 무릎이 깨지는 상처를 입었다. 그는 봉하마을로 빨리 가고 싶어 날개짓을 하는 오리를 스케치하며 "이 오리의 마음이 바로 저의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 이주빈
김지연

# 김지연(그림동화작가) "대통령님이 하얀나비가 되어 우릴 칭찬해주러 오셨어요"

 

"재주라곤 그림 그리는 재주밖에 없는데 그 재주를 바로 여기서 쓸 수 있어서 너무 기뻐요. 제가 몸소 느끼는건데 노무현 대통령님 서거 전에는 젊은이들이 모이면 연예인 얘기나 하고 유행 개그어 따라나 하면서 정치는 아예 말을 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대통령님 서거하시고 나선 우리가 모르니까 돌아가신 거 같아 정치에 대해서 알려고 하고 포털사이트에서 일부러 검색하고 그래요.

 

지금 여기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서로 누가 부른지도 모르고 마음과 정성을 다해 그림을 그리고 있거든요. 이게 진정한 예술이고, 그렇게 만들어주신 분이 노 대통령님이신 것 같아요."   

 

  
봉하마을 추모벽화를 처음 제안한 허진씨가 광주 어린이들이 그린 노무현 대통령 그림을 연석에 옮겨 그리기 위해 들고 서있다.
ⓒ 이주빈
허진

 

# 허진(추모벽화 제안자) "팔도에서 모인 청년들, 바로 이게 노무현 대통령의 뜻"

 

"처음엔 이게 어떻게 성사될 수 있을까가 걱정이었고, 일정이 잡히고 나선 참가자들을 어떻게 한명도 빠짐없이 참여시킬 수 있을까 걱정이 컸어요. 근데 지금 보세요. 한명도 빠짐없이 50명이 넘는 사람이 붓을 잡고 있어요. 그게 목표였는데…. 머뭇거리지도 않고 뒤에 빠지지도 않고 모두 하나같이 참여하는 모습이 좋아요.

 

지금 여기에서 작업하고 있는 젊은 사람들이 서울서 오고, 안산서 오고, 충청도 아산에서 오고, 대구에서 오고, 광주에서 오고…. 팔도의 청년들이 다 모였어요. 이게 노무현 대통령님의 뜻이고 그토록 원했던 것이잖아요. 아까 하얀나비가 날아다녔는데 노 대통령님께서 하얀나비가 되어 우릴 보고 가신 것 같아요. 잘하고 있다고…." 

 

  
무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추모벽화 그리기에 여념이 없는 팔도에서 모인 청년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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