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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노무현

각계 33인의 필진 참여 추모집 <노무현, 부치지 못한 편지>

by 마리산인1324 2009. 7. 17.

 

<대자보> 2009/07/13 [15:03]

http://www.jabo.co.kr/sub_read.html?uid=28459§ion=sc1§ion2=

 

 

 

고 노무현 전대통령 '어록' 통해 본 MB정권의 가치?
[책동네] 각계 33인의 필진 참여 추모집 <노무현, 부치지 못한 편지> 눈길
 
김철관
지난 7월 10일 오후, 고 노무현 전대통령 49재를 맞아 유골함이 안치됐던 봉화산 정토원을 떠나 봉하 마을에 안장됐다. 봉분에는 ‘대통령 노무현’이라고 새겨졌다. 봉분 앞 지석에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라는 생전의 발언이 새겨져 있다.

13일 오후 49재가 끝난 이 시간에도, 고 노무현 전대통령의 묘역을 찾는 참배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특히 이른 새벽에도 참배객들이 묘역을 들리고 있다고. 이런 모습들을 언론을 통해 접하면서 지난 2009년 5월 23일 유명을 달리하면서 가족에게 남긴 유서 “미안해 하지마라, 누구도 원망하지마라, 운명이다”라는 문구가 문득 떠올랐다. 마지막 유명을 달리할 때까지 ‘원망을 해야 할 사람’들을 ‘원망하지 말라’는 그 말이 뇌리를 스쳐간다. 마지막까지도 원망하지 말고 용서하라는 그의 신념과 철학이 국민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우리 근대사를 보면 대통령은 권위주의의 상징이었다. 조선시대 왕처럼 그의 말 한마디에 산천초목이 흔들거릴 때도 있었다.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여겼던 대통령도 있었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 때부터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까지 완전 권위주의 상징이었다. 이후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 이후 조금씩 권위주의가 탈권위주의로 바뀌는 듯했고,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정부를 거치면서 참여정부 노무현 대통령은 탈권위주의로 탈바꿈했다. 역대 대통령을 거치면서 권위주의에서 탈권위주의로 진화해온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현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서 권위주의 정권으로 회귀했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탈권위주의의 상징이었던 고 노무현 전대통령의 생전 발언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지도 모른다.

▲     © 김철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49재를 맞아 김대중 전대통령, 박노해 시인과 안도현 시인, 박경신 고려대 법대 교수, 이용섭 국회의원, 조기숙 참여정부 홍보수석, 이준희 인터넷기자협회장, 정세형 변호사 등 33인의 필진이 참여해 만든 추모집 <노무현, 부치지 못한 편지>(퍼플레인 출판, 2009년 7월)의 마지막 주제인 ‘노무현 어록’에는 그의 생전 의미 있는 발언들이 담겨 있다.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1988년 7월 8일 제142회 국회 19차 본회의 사회문화에 관한 대정부 질문’이었다.

“정부는 입만 열면 노사화합을 외칩니다. 그러나 노조 한번 해보려고 하다가 전기도 끊기고 수돗물도 끊긴 공장 바닥에서 스티로폼 한 장 깔고 앉아서 생라면을 씹고 있는 이 노동자가 가족이 가져다준 주먹밥마저 빼앗겨서 불타버리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는 이 노동자가, 그리고 끝내는 감옥 갔다가 해고되어서 길거리에 내쫓낀 이들 노동자가 그들을 내팽개친 기업주와 이 땅 위에서 서로 화합하고 살기를 기대하십니까.”

지난 노태우 군사정권 시절의 노동자 탄압을 잘 표현해 주고 있는 듯하다. 현 정부 아래 진행되고 있는 용산철거민 참사사건, 쌍용자동차 노동자 정리해고, 생존권을 부르짖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등을 생각하니 ‘군사정권 시절로 회귀했다’라는 집회연사들의 발언들이 과장이 아닌 듯 느껴진다.

지난 1992년 14대 총선에서 낙선해 한 발언은 고인이 된 그의 신념을 더욱 실감케 한다.“사람은 자기가 설 자리에 서야 합니다. 남자는 죽을 자리라도 가야 할 땐 가야 합니다.”

개인의 사생활, 명예훼손 등을 하면서까지 측근과 자신의 신상을 파헤치는 검찰의 압박 수사에 전직 대통령인 그는 명예를 걸고 죽을 자리를 위해 스스로 목숨을 던진 것이었다. 그래서 정치적 살인(타살)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는 것 같다.

특히 2002년 4월 5일 새천년민주당 대선 경선이 한창 진행형 일 때, 보수언론이 장인(권양숙 여사의 아버지) 좌익 경력을 문제 삼아 집중 포화를 하고 있었다. 이때 노 예비후보는 다음과 같은 발언을 한다. 이 발언은 세상에 회자가 되기도 했다.

“제 장인은 좌익 활동을 하다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제 아내와 결혼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잘 키우고 지금까지 서로 사랑하면서 잘 살고 있습니다. 뭐가 잘못 됐습니까? 이런 아내는 제가 버려야 합니까? 그렇게 하면 대통령 자격이 있고, 이 아내를 그대로 사랑하면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것입니까? 여러분, 이 자리에서 여러분들께서 심판해 주십시오. 여러분이 그런 아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대통령자격이 없다고 판단하신다면 저 대통령 후보 그만 두겠습니다.”

이 발언은 <오마이뉴스>, <대자보>, <딴지일보> 등 당시 진보적 시각의 인터넷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유명한 일화가 됐다. 즉 노무현 후보를 색깔론으로 덧씌우려고 한 보수언론의 공격에서 인터넷언론이 승리한 대표적인 예가 됐다. 그래서 당시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두고 온라인(인터넷)매체의 승리라고 부르기도 했다.

곧바로 2002년 4월 6일 인천경선에서 보수언론을 향해 그는 한마디 던진다. “언론에게 고개를 숙이고 비굴하게 굴복하는 정치인이 되지 않겠습니다.” 임기가 끝날 때까지 정책이나 발언에 대해 반대 여론을 폈던 조중동 등 보수언론과의 마찰이 끊이질 않았다.

대통령 임기 개시 한 달 후인 2003년 4월 4일 국회 국정연설에서 그는 대통령의 상징으로 표현된 권위주의 포기 선언을 한다. “이제 대통령의 초법적인 권력행사는 이상 더 없을 것입니다.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장 등 이른바 권력기관을 더 이상 정치권력의 도구로 이용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이들 권력기관을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겠습니다.”

이 발언은 권위주의 상징인 대통령 지휘 권력기관을 모두 포기한 셈이었다. 이명박 정권 들어서 이들 기관들의 반칙과 편법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이 때,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많은 예가 존재하지만 대표적으로 박연차 리스트과 관련된 당시 국세청장의 행각 그리고 며칠 전 북한지령 해커설 등을 유포한 국가정보원, 잔잔한 촛불시위를 무자비 탄압한 경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강압적 수사한 검찰 등의 예로 볼 때, 이들 권력 기관이 권력의 시녀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그는 지난 2005년 12월 27일 시위 농민 사망과 관련해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한다. “공권력은 특수한 권력입니다. 정도를 넘어 행사되거나 남용될 경우에는 국민들에게 미치는 피해가 매우 치명적이고 심각하기 때문에 공권력의 행사는 어떤 경우에도 냉정하고 침착하게 행사되도록 통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공권력의 책임은 일반국민들의 책임과 달리 특별히 무겁게 다루어야 하는 것입니다.”

공권력은 신중히 다뤄야 한다는 노무현 전대통령, 이명박 정권은 법과 질서를 이유로 공권력을 남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볼 문제이다.

임기 마지막 해인 2007년 6월 2일 참여정부 평가포럼에서 그는 자신을 사랑한 사람이 세상을 사랑하고 불의에 분노할 수 있다고 강변한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세상을 사랑합니다.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불의에 대해 분노할 줄 알고, 저항합니다.” 세상의 불의, 현 세상의 불의에 저항하라는 그의 발언의 의미를 모든 국민들이 되새기는 기회로 삼으면 어떨까.

지난 2009년 4월 22일, 검찰의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일 때 그의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을 통해 마지막 심정을 토로한다. “이상 더 노무현은 여러분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가 없습니다. 자격을 상실한 것입니다. 저는 이미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져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수렁에 함께 빠져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은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 적어도 한 발 물러서서 새로운 관점으로 저를 평가해 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 발언이 있는 후, 한 달 뒤인 5월 23일 오전 가족들에게 “미안해 하지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등졌다. 49재도 지났다. 극락왕생, 고 노무현 전대통령의 명복을 빌어본다.

역대 대통령 중 초대 이승만 대통령, (장면 내각수반), 윤보선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 최규화 대통령 등이 서거했다. 서거한 대통령 중에서 국민의 추앙을 받은 대통령이 진정 있었던가. 전혀 아니었다. 2년 전만 해도 대통령이었던 16대 노무현 전대통령이 서거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달랐다. 지난 5월 23일 서거이후 장례식까지 500만 명의 인파가 그를 추모했고, 지금도 봉하마을 봉분 앞에는 추모객들이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이유가 뭘까. 생전 어록을 통해 그의 삶을 알 수 있듯 ‘삶의 진정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