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문화유산을 파괴한다는 많은 반대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4대강 사업)을 착착 진행시키고 있다. 7월 24일, 지역주민과 시민단체·환경단체의 거센 반발에 정부는 하회보 건설을 사실상 철회했지만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에는 끝내 동의하지 않았다. 이는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하회보 철회가 희망의 신호였지만, 너무도 희미한 신호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오마이뉴스>는 운하백지화국민행동에서 7월 25일부터 27일까지 실시한 '4대강 답사'에 동참했다. 4대강 정비 사업구간으로 지정된 남한강 일대와 낙동강 일대를 직접 돌아보며 4대강 사업이 불러올 재앙을 목격했다. 4대강 현장의 살아있는 이야기는 '1회: 남한강, 2회: 낙동강 상류, 3회: 낙동강 하류' 순으로 연재된다. <편집자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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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에서 이야기되는 ①팔당댐 유역 ②양근대교, 전북리 습지 ③이포보, 여주보, 강천보. |
ⓒ 이대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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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팔당댐 유역] 삽질의 결과, 팔당 일대 = 한강고수지
양수리, 남양주, 양평 등이 있는 팔당댐 유역은 수도권 사람들에겐 특히나 중요하고 친숙한 곳이다. 이곳은 2천만 수도권 사람들의 생명줄인 식수원이며, 아름다운 강변을 따라 늘어선 경관은 수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쉼터이다. 이곳을 적시며 지나가는 한강이 식수원과 쉼터의 생명력이다.
그럼에도 한강이 흐르기에, 이곳은 당연히 4대강 사업 구역이다. 상수원보호구역이기 때문에 다행히 준설(강바닥을 파내 깊게 함)은 없다. 하지만 강 양변에는 연이어 고수부지, 고수호안 공사가 계획되어 있었다. 다산유적지, 두물머리, 수청리, 작은청산나루 등 이름난 경관에서도 공사가 진행된다. 생태지평연구소 명호 연구원은 "한강 고수부지를 떠올리면 된다"며 공사 후의 모습을 예견했다.
답사팀은 고수부지와 고수호안이 건설될 주요지점을 찾아가봤다. 착각일까. 멈춰선 곳마다 눈이 탁 트이는 시원한 광경이 펼쳐진다. 넉넉히 흐르는 강, 그 강과 눈높이를 맞춘 하천부지와 자연제방의 생태는 푸르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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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수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쉼터이다. 중앙선 기차길을 따라 남한강이 펼쳐져있다. |
ⓒ 생태지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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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명호 연구원은 "이제 양 강변이 쭉 파헤쳐질 것"이라며 감상을 깨뜨렸다. 명호 연구원은 "강변의 하천부지와 자연제방은 잘려나간다. 생태계를 단절시키는 인공적인 호안이 설치되며, 친수 목적이라는 고수부지에는 인공적 구조물들이 대거 들어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서 "이곳은 상수원 보호를 위해 준설을 하지 않는다지만 그 상류 쪽으로는 대규모 준설이 이어진다. 윗물이 더러워지면 이곳 역시 더러워질 수밖에 없다"며 식수원 오염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또한 생태지평연구소 박진섭 부소장은 "물의 정화작용을 해주는 늪지, 바닥과 부딪치며 흘러 산소를 공급받게 해주는 여울이 준설작업으로 모두 없어지면 수질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눈을 돌리니 '하천부지 수용 절대 반대', '친환경농업 살려주세요'란 플래카드가 눈에 띄었다. 수도권 사람들의 식수원과 쉼터 그리고 팔당댐 유역 주민들의 삶터. 이 셋 모두가 큰 변화에 직면해있다.
② [양근대교·전북리 습지] '준설+고수호안+고수부지'이란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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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근대교에서 바라본 남한강 상류의 전경. 4대강 사업이 진행되면 우측의 하천부지와 자연제방은 고수호안과 고수부지로 바뀐다. |
ⓒ 생태지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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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강상면의 양근대교에 올라섰다. 양근대교를 기준으로 남한강의 상류와 하류를 바라본다. 두 풍경은 별반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4대강 사업계획에 의하면 엄청난 차이가 생겨난다. 양근대교 아래로는 준설이 제한됐지만, 그 위로는 준설이 평균 2m 이상씩 끊임없이 이어지게 된다.
박진섭 부소장은 "정부는 준설을 통한 수질개선을 주장하고 있지만 하상준설은 수질개선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준설의 규모가 광범위하기 때문에 오히려 하천생태계 교란과 수질악화를 유발하게 된다"며 4대강 사업의 무리한 준설 계획을 비판했다.
문제는 준설만이 아니었다. 준설과 함께 언제나 따라붙는 공식은 고수호안과 고수부지이다. 답사단은 '준설+고수호안+고수부지' 공식이 적용될 전북리 습지를 찾아갔다. 길이 3km 이상으로 넓게 펼쳐진 이 습지는 버드나무로 가득 차있었다. 습지가 머금은 축축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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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리 습지에서는 습지가 머금은 축축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
ⓒ 생태지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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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북리 습지 역시 공사가 이루어진다. 정부에서는 하천 주변을 정리해 생태공원 조성, 산책로·자전거길 설치, 기초 생활체육시설 건설, 공공청사·박물관·미술관 등 공공·문화시설을 건설 등을 계획하고 있다.
명호 연구원은 "계획에는 세부적 설명이 없다. 지금까지의 관행을 봐선 '생태공원'이라 할지라도 건설 및 조경 위주이지 않겠냐"고 분석했다.
습지에서 낚시를 하고 있던 한명오씨는 "자연도 즐기고 고기도 잡고, 이 자체가 이미 훌륭한 공원이다. 콘크리트를 바르면 공원이 아니다"라며 아쉬워했다.
이 습지에는 과연 어떤 공사가 이루어지게 될까. 습지가 숨 쉴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③ [이포보·여주보·강천보] 사업 강행, 세종대왕도 막을 수 없다
남한강에는 총 3개의 보 건설이 계획돼 있다. 이포보, 여주보, 강천보 모두가 여주군에 들어선다. 여주군 일대 114㎞ 구간에서 5000만㎥가 준설되며 고수호안과 고수부지도 줄지어 지어진다. 한데 모인 이 3개의 보는 4대강 사업이 불러올 암울한 미래의 표식이었다.
이포보 건설예정지가 내려다보이는 이포교 상단에서 만난 여주환경운동연합 이항진 집행위원장은 "4대강 사업으로 여주시에 1조원이 풀린단 말에 많은 사람들이 취해 있다. 그러나 그 1조원이 어디로 갈 것이냐를 생각해야 한다"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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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유적지와 문화재가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양섬. 멀리 보이는 산 너머에는 세종대왕 왕릉이 위치해있다. |
ⓒ 생태지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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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항진 위원장의 안내로 찾은 여주보 건설예정지에서는 세종대왕의 왕릉이 눈에 들어왔다. 이 위원장은 "세종대왕 왕릉 진입로 앞쪽까지 준설과 제방 공사가 이루어진다", "역사와 문화를 등한시하는 4대강 사업 앞에서는 가장 존경받는 위인인 세종대왕이라도 아무 소용이 없다"며 혀를 끌끌 찼다.
세종대왕릉 능선을 따라 왼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양섬(4대강 사업계획표 상에는 왕대리섬)이 보였는데, 이곳은 많은 유적지와 문화재가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였다. 이 위원장은 "양섬에 공원 건설이 계획돼있다. 정부는 문화재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문화재를 소실시키려 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한강과 낙동강 주변에 산재해 있는 지정문화재는 어림잡아 72곳, 매장문화재는 177곳이고 실제 정밀 조사를 할 경우 수만에 이르는 역사 문화 유적이 나올 것이라 한다. 한번 소실된 문화재는 되돌릴 수 없음에도 정부는 4대강 사업을 강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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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 사업이 진행중임을 알려주는 표식의 하나. |
ⓒ 이대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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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 3개의 보중 가장 상류에 위치한 강천보 부지 일대에서는 '사업 강행중'의 증거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바닥에 뿌려진 페인트, 땅에 박힌 표지목, 나무에 묶인 천조각. 이 모든 공사의 표식들은 한결같이 시뻘건 색이었다. 이 시뻘건 색으로부터 재앙의 냄새가 스며나오고 있었다.
눈과 코가 피로했다. 오늘 만난 이 남한강을, 이제 다시는 못 만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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