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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생태환경

[4대강 답사③] '4대강 죽이기' 사업의 현장, 낙동강 하류를 가다(오마이)

by 마리산인1324 2009. 8. 2.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187864&PAGE_CD=N0000&BLCK_NO=3&CMPT_CD=M0006

 

 

 

답사는 끝났지만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4대강 답사③] '4대강 죽이기' 사업의 현장, 낙동강 하류를 가다
09.08.01 18:16 ㅣ최종 업데이트 09.08.01 18:19 이대암 (blurrytie)

환경과 문화유산을 파괴한다는 많은 반대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4대강 사업)을 착착 진행시키고 있다. 7월 24일, 지역주민과 시민단체·환경단체의 거센 반발에 정부는 하회보 건설을 사실상 철회했지만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에는 끝내 동의하지 않았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하회보 철회가 희망의 신호였지만, 너무도 희미한 신호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오마이뉴스>는 <운하백지화국민행동>에서 7월 25일부터 27일까지 실시한 '4대강 답사'에 동참했다. 4대강 정비 사업구간으로 지정된 남한강 일대와 낙동강 일대를 직접 돌아보며 4대강 사업이 불러올 재앙을 목격했다. 4대강 현장의 살아있는 이야기는 '1회: 남한강, 2회: 낙동강 상류, 3회: 낙동강 하류' 순으로 연재된다. <편집자말>

  
기사에서 이야기되는 ①강정보 ②달성보 ③합천보 ④함안보 ⑤낙동강 하구둑.
ⓒ 이대암
4대강 살리기

① [강정보] 정말 강을 살릴 생각이 있었다면...

 

큰 수풀을 헤치고 들어가니 강정보가 눈앞에 나타났다. 거대한 물결이 보를 빠르게 타넘고 있었다. 현재 6m 높이로 지어져있는 강정보는 4대강 사업계획에 따라 철거 후 두 배 높이인 12m로 만들어진다. 눈앞의 강정보를 바라보며 4대강에 세워질 보들의 크기를 가늠해볼 수 있었다. 지금의 두 배 높이. 하지만 그 큰 그림은 쉽사리 그려지질 않았다.
 
  
현재 6m 높이로 지어져있는 강정보는 4대강 사업계획에 따라 철거 후 두 배 높이인 12m로 만들어진다. 강정보를 통해 4대강에 세워질 보들의 크기를 가늠해볼 수 있다.
ⓒ 이대암
4대강살리기

강정보의 하류를 따라 내려가니 성서공업단지가 나왔다. 공업단지 주변을 돌며 공단을 거쳐 나온 지류를 찾아봤다. 가까이 다가가니 조금 역한 냄새가 풍겨온다. 색도 묘하게 짙다.

이 지류가 낙동강에 합류하는 화원나루에서는 공단 폐수에 의한 수질오염 실태가 날것 그대로 드러났다. 지류와 본류의 확연한 색깔 차이가 두 눈에 들어왔다. 이 지점이 바로 낙동강에서 수질이 가장 안 좋은 곳이다.

 

생태지평연구소 명호 연구원은 "낙동강에는 내륙 공단이 많다. 대통령이 정말 낙동강을 살릴 생각이 있었다면 부산에 가서 삽질 할 게 아니라 구미, 대구 일대의 공단을 둘러봤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질오염의 주범은 공단 폐수다. 이를 외면한 채 무턱대고 준설(강바닥을 파내 깊게 함)을 밀어붙여선 안된다"며 성토를 이어갔다.

 

눈앞 화원나루에서는 공단 폐수의 짙은 색이 점차 낙동강 본류로 퍼져가고 있었다.

 

  
성서공업단지에서 흘러나온 지류와 낙동강 본류의 색깔 차이가 확연하다. 사진 아래쪽 진한 부분이 성서공업단지 지류.
ⓒ 생태지평
4대강 살리기

 

② [달성보] 흐르지 않는 물은 썩게 된다

 

달성보가 들어설 지역은 '위천공단 논란'이 일었던 곳이다.

 

위천공단 논란은 대구시가 1996년부터 5년 계획으로 추진한 위천공단 설립에 대해 부산 경남지역에서 식수원인 낙동강이 오염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던 사건이다. 이는 낙동강이라는 동일한 식수원 문제를 둘러싼 지역 간의 치열한 분쟁이었다.

 

하지만 위천공단과 동일한 위치임에도 보 건설에 대한 부산 경남지역의 목소리는 조용하기만 하다. 이에 대해 명호 연구원은 "보의 건설이 강물을 어떻게 오염시키고, 얼마나 심각한 식수 문제를 불러오는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도동서원의 전경. 과도한 준설작업 후 거대한 욕조처럼 물이 정체되면서 수질이 악화됐다.
ⓒ 생태지평
4대강 살리기

보의 건설이 수질에 끼칠 악영향은 도동서원 앞에서 확연히 확인할 수 있었다. 서원 뒤로 우뚝 솟은 산, 그 앞을 흘러나가는 낙동강이 이루는 조화로 선경이라 불리던 도동서원. 하지만 과도한 준설작업 후 거대한 욕조처럼 물이 정체되면서 선경의 위상을 잃게 됐다.

 

흐르지 않는 물은 썩게 된다. 명호 연구원은 "강 아래쪽에서 산과 산이 물길을 가로막아 물이 정체됐고 수질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가두어진 물, 이후로 오염된 물은 보가 건설된 이후의 모습과 동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태지평연구소 박진섭 부소장은 "보가 건설되면 체류 기간이 10일 이상 늘어나 곧바로 수질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보의 건설은 필연적으로 강의 오염을 불러올 것이며 이는 식수 문제로까지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긴 시간을 바라봤지만 강물은 좀체 흘러갈 생각을 안 했다. 하류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 뱅글뱅글 천천히 일대를 맴도는 듯 했다. 강물 빛깔은 탁하디 탁했고, 도동서원도 이미 빛깔을 잃어버렸다.

 

③ [합천보] 홍수예방? 오히려 홍수를 부른다

 

낙동강이 흐르고 흘러 경상남도에 닿게 되면 회천이, 이어서 황강이 합류하게 된다. 명호 연구원은 "회천과 황강을 만나야만 비로소 낙동강이 깨끗해진다"고 말했다.

 

높이 9m의 합천보는 회천 합류점과 황강 합류점 사이에 건설될 계획이다. 그런데 박진섭 부소장은 두 합류점 사이에 위치한 합천보의 홍수 조절능력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그는 "홍수 상황이 닥칠시 위에선 회천의 물이 밀고 들어오고, 아래에선 황강에서 들이닥치는 물이 낙동강의 진출을 막을 것이다. 물이 정체될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 부소장은 합천보 외 다른 보들이 지닌 홍수 조절능력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가운데 있는 보에서 보면 아무리 하류로 물을 빼내더라도 상류로부터 물이 계속 흘러 들어오게 된다. 가운데 있는 보들은 홍수 조절을 위한 방류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아주 정확한 홍수 예측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홍수 범람은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운하백지화국민행동'의 4대강 답사단
ⓒ 생태지평
4대강 살리기

합천보 건설예정지 주변에는 농경지와 민가들이 꽤 늘어서있었다. 그간 큰 침수피해가 없는 지역이었기에 이렇게 농경지와 민가가 모여 있으리라고 추측된다. 합천보 건설로 홍수 위험이 높아지게 되면 이 농경지와 민가는 어떻게 되는 걸까. 순간, 고민됐다.

 

하지만 결국 사치스런 고민. 사업계획에는 '경작지 및 민가 이전'이라고 또렷이 그리고 태연히 적혀있었다. 보 건설을 위해 이 주변 일대는 다 날아갈 것이다.

 

④ [함안보] 댐인가? 보인가?  

 

회천과 황강이 합류한 낙동강은 한층 커다랗게 흘러나갔다. 강줄기를 따라 내려가다 보니 남강도 합류했고 머지않아 함안보 건설예정지가 눈에 들어왔다.

 

함안보는 낙동강 보 릴레이의 마지막 주자이다. 게다가 높이 13.2m, 길이 700m에 달하는 함안보는 4대강 사업의 전 보를 통틀어 가장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자연경관 1등급인 이곳에서 강바닥을 6m씩 긁어내며 가장 거대한, 가장 마지막 보를 만드는 것이다.

 

박진섭 부소장은 "우리나라 보의 90%가 높이 2m 이하이다. 보라고 하면 작은 하천에 설치하는 것이다. 높이가 5m 이상이면 댐이라고 칭하는 게 맞다"고 말하며 "높이 13.2m인 합천보는 과연 댐인가 보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이어서 "정부에선 '댐'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거부반응을 일으킬까봐 '보'라고 하는 것"이라며 정부에서 내세운 보는 보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가장 거대한 보이자 가장 마지막 보인 함안보의 건설예정지 전경. 과연 합천보가 들어선 후에도 낙동강의 용틀임은 계속될 수 있을까.
ⓒ 생태지평
4대강 살리기

가장 거대한 보이자 가장 마지막 보. 보 릴레이의 마침표로서는 가히 '손색이 없다'. 바다가 가까워올수록 한껏 더 힘차게 뻗어나가는 낙동강. 과연 합천보가 들어선 후에도 낙동강의 용틀임은 계속될 수 있을까.

 

아직은, 자유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⑤ [낙동강 하구둑] 승리의 기억 vs 실패의 기억

 

먼 거리를 달리고 달려 답사의 종착지인 부산의 낙동강 하구둑에 도착했다. 낙동강이 바다로 흘러드는 이곳은 낙동강의 끝이자 한반도 대운하의 끝이다. 아니, 대통령이 말을 바꾼 대로 '대운하'의 끝이 아닌 '4대강 사업'의 끝이다. 대운하든 4대강 사업이든 결국 그 종착지는 동일하다.

 

낙동강 하구둑은 두 가지를 상징한다.

 

첫째, 공사를 강행한 끝에 4년 만에 낙동강 하구둑을 완공시킨 당시 현대건설 사장이 누구였을까? 바로 지금 우리의 대통령 이명박 씨다. 이 씨에게 낙동강 하구둑은 승리의 기억이다. 그는 4대강 사업도 승리의 기억으로 새겨지길 바란다. 그래서 이 씨는 그의 업적인 낙동강 하구둑으로 4대강 사업의 화룡점정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둘째, 1987년 완공된 낙동강 하구둑은 완공 7개월만에 하류지역의 물이 적갈색으로 변하는 등 부영양호가 되었다. 물고기가 허옇게 뒤집어져 죽어나갔다. 결국 낙동강 하구둑은 원래 목적이던 용수확보를 포기하고, 수문을 닫아 바닷물 역류만 차단한 채 썰물 때 수문을 열어 오염된 물을 방류하기 시작했다. 4대강 사업은 낙동강 하구둑의 실패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정부의 4대강 사업은 지금 이 순간에도 맹렬히 진행중이다. 수많은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도 그저 묵살당할 뿐이다. 이명박 씨가 승리의 기억이자 최상의 시나리오를 써내려가는 동안 이 땅의 강들은 실패의 기억이자 최악의 시나리오로 빠져들고 있다. 그리고 그 재앙은 오롯이 우리의 책임, 우리의 몫이 될 것이다.

 

답사는 끝났지만,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낙동강 하구둑 일대의 을숙도에서 새들이 날아오르고 있다. 답사는 끝났지만,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 생태지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