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 부활'을 폭로한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13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감춰져온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번에 민간인 사찰이 부활했다는 것만은 분명히 드러났다"며 "기무사의 '공안본색'이 다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
ⓒ 남소연 |
| |
노태우 정권 시절이던 1990년 10월. 국군보안사령부(보안사) 소속의 윤석양 이병은 야당 정치인이 포함된 민간인 1300여 명의 사찰카드를 공개하며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을 폭로했다. 윤 이병의 '보안사 민간인 사찰' 폭로로 정권은 '민간인 사찰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다음해 1월 보안사의 명칭도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로 바꾸었다.
기무사는 명칭을 바꾼 1991년 1월 이후부터 지금까지 민간인 사찰은 하지 않고 있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12일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공개한 기무사 요원의 수첩과 동영상, 사진은 기무사의 공언이 '말'뿐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작년에 이어 기무사의 공안본색이 드러났다"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 부활'을 폭로한 이정희 의원은 13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그동안 감춰져온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번에 민간인 사찰이 부활했다는 것만은 분명히 드러났다"며 "작년에 불온서적을 지정하고, 이를 헌법소원한 법무관을 수사했던 기무사의 '공안본색'이 다시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민간인 사찰이 과연 민주노동당에만 한정된 일일지 의문"이라며 "기무사령관이 대통령을 독대하면서,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그것을 보고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의원은 "대통령 독대를 시작하면서 (기무사가) 그런 속성을 가지도록 (청와대가) 사찰을 조장하고 보장해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국민의 의식은 후퇴하지 않았지만 집권층은 권력기관에 의존해 정권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면서 "이것은 분명히 20년 전으로 후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 의원은 사찰메모수첩에 나오는 'CCTV설치건'과 관련, "아마 고정적으로 몇 사람을 추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어떤 집이나 회사 등의 장소에 드나드는 사람들까지 보기 위해 CCTV 설치를 요구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추정했다.
또한 이 의원은 기무사가 공무집행방해죄로 고발하겠다는 것과 관련, "기무사의 민간인 미행과 촬영 등은 적법한 공무가 아니기 때문에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할 수 없다"면서 "형사고발을 하더라도 무혐의 처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조중동이 민간인 사찰을 보도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용산참사 등에) 무대응한 것처럼 조중동도 빨리 일을 지워버리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기무사나 국방부도 기묘할 정도로 연락을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의원은 사찰자료 입수경위와 관련, "입수자를 보호할 의무가 내게 있고, 사찰자료가 국가기관의 불법행위를 말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입수경위를 묻지 않았다"고 설명한 뒤,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이 드러났기 때문에 먼저 사과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정희 의원과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써먹지 않을 정보를 왜 사찰까지 하며 수집하겠나?"
- 기무사가 민간인을 '조직적이고 장기적으로 많은 비용을 들여' 사찰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증거가 뭔가?
"먼저 '조직적'이라는 근거는 동영상에 있다. 거기에는 찍고 있는 사람(기무사 요원)의 얘기가 녹음됐는데 "부장님"으로 직함을 부르고, "버스 타고 쫓아가라" 등 여러 명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런 걸 보면 서너 명이 한 팀이 되어서 차를 타고 움직였던 것 같다. 또 (사찰메모수첩에) '수사활동 세미나'를 하고 어떤 식으로 (사찰을) 할지 계획을 하는 것도 '조직적'이라는 증거다.
'장기적'이라는 것은 1월에 쫓아다닌 사람들과 7월에 쫓아다닌 사람들, 8월 평택에 와서 찍은 사람들이 연관돼 있었다. 8월에 찍은 사람들은 7월에 서울에서 찍었다. 이렇게 연결이 되기 때문에 장기적 사찰이라고 봤다. 또 '고급아파트 출입 시 소형차가 곤란하다, 중장기 예산에 반영해야 한다'는 대형차를 사달라는 요구가 있고, 장비를 탑재한 승합차도 필요한데 이것의 구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메모도 나온다. 결국 많은 비용(예산)을 들여 사찰활동을 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 노태우 정부는 1991년 '민간인 사찰을 하지 않겠다'며 보안사를 기무사로 바꿨다. 결국 18년 만에 민간인 사찰이 부활했다고 보는 건가?
"그렇다. 그동안 감춰져온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번에 드러난 것만은 분명하다. 8월 초 찍은 사진을 보면 기무사의 해명이 말이 안 될 정도로 (민간인 사찰 증거가) 뚜렷하다. 특히 민주노동당이라는 공당의 활동을 사찰했다. 다른 영상에서도 군이나 군인, 군무원과 관련된 활동은 찾아볼 수 없다. 조직적으로 민간인 사찰을 부활시켰다고 본다."
-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은 이명박 정부의 '공안파 득세'와도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기무사가 작년에 불온서적을 지정하고, 이것을 헌법소원한 법무관을 수사하면서 '공안본색'을 드러낸 바 있다. 이런 '공안본색'이 이번 민간인 사찰로 다시 확인됐다."
- 기무사령관의 대통령 독대 부활도 민간인 사찰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나?
"현재 확인된 사람이 민주노동당 당직자다. 하지만 과연 민주노동당에만 한정됐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을 독대할 정도로 정보보고를 해야 한다면, 더 많고 중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그것을 보고했던 것 아닌가 의심스럽다."
- 그렇다면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활동을 청와대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나?
"써먹을 때가 없는데 정보수집활동을 할까? 쓰임이 있기 때문에 정보수집을 한다고 생각한다. 기무사령관 독대 부활, 검경의 공안 분위기 등 (청와대가 알고 있다는 정황과) 맞아떨어지는 것이 있다. 게다가 민간인 사찰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놓고 그걸 뛰어넘어 정보를 수집하러 나섰다. 국정원도 업무범위를 한정당했지만 그걸 뛰어넘는 활동을 해오지 않았나? 정보를 보고받지 않는 한 정보기관의 속성상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싶어 한다. 누군가 정보를 보고받는 한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자 하는 속성을 버릴 수 없다. (청와대가) 기무사에 대한 대통령 독대를 시작하면서 그런 속성을 전면에 내세우도록 조장해주고 보장해줬다고 볼 수 있다."
"고정적으로 몇 사람을 추적한 것 같다"
|
▲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쌍용자동차 노조 농성 현장에서 활동했던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S씨가 소지했던 수첩의 민간인 사찰 메모와 테이프 등을 공개하고 있다. |
ⓒ 남소연 |
| |
- '다음 주부터 경찰과 동행'이라고 메모된 대목을 놓고 '경찰의 협조' 아래 사찰이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경찰이 다음 주부터 동행한다'는 것은 이미 (기무사와 경찰이) 협의했다는 얘기다. 무엇이든간에 경찰이 직접 수사를 하도록 해서 수사자료를 남기겠다는 것이고, 심지어 체포까지 하겠다는 것이다. '경찰 동행'은 사건을 빨리 만들어내기 위해 것 아닌가 싶다. '오늘부터 일활 작성'이라는 메모는 일일활동 일지를 작성해 보고하겠다는 것인데, 그런 것을 보면 (기무사와 경찰이) 공조해서 민간인 사찰을 묵인하거나 공모해서 진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CCTV 설치 메모는 어떻게 해석하나?
"아마 고정적으로 몇 사람을 추적한 것 같다. 어떤 집이나 회사 등의 장소에 드나드는 사람들까지 보려고 했던 것 같다. 그래서 CCTV 설치 요구가 나온 것으로 판단한다."
- 수첩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16명인데 사찰대상자는 모두 몇 명인가?
"고정적으로 사찰을 당한 사람은 서너 명이다. 계속 쫓아다니면서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했다. 감청을 하려면 영장을 받아야 하고, 끝나면 본인에게 통보해야 한다. 그렇게 법원으로부터 최소한의 통제를 받는다. 미행에는 어떤 통제도 없다. 촬영에도 어떤 통제가 없다.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쫓아다닌다. 내 일상을 감시당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수사기관은 이런 행위를 '현장활동'이라며 막대한 예산을 들이고 있나."
- 사찰대상자로 확인된 사람 중에 민주노동당과 관련된 인사들이 적지 않은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추측하기 어렵다. 다만 이게 민주노동당에만 한정된 것인지 의문이다."
- 혹시 조직사건을 엮기 위한 사전작업은 아닌지?
"확신하기 어렵다. 이게 사건일까 사찰일까? 특정한 범죄수사로 보려고 해도 군과 관련된 연관성이 전혀 없다. 민주노동당 당직자가 24시간 일해도 모자랄 판에 다른 무슨 일을 할 가능성은 없다. (당직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찍힌 것을 봐서도 군과 관련된 활동은 없다. 그냥 개인의 일상이다. 이게 사건을 염두에 둔 것인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다만 경찰이 동행하겠다고 한 것은 뭔가 꾸미려고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 기무사는 수첩메모 내용 등과 관련,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건과 연관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군과 관련, 헌법에 기본 규정이 있다. 민간인은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지 않는다. 이렇게 군과 민간을 철저하게 분리해놓았다. 민간인이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경우는 계엄 시거나 중대한 국가기밀에 관한 죄를 저질렀을 때다. 군과 민간의 철저한 분리가 헌법정신이다. 그에 따라 수사기관도 분리되는 게 정상이다. 군 수사기관은 헌법에 규정된 선에서만 조사를 하는 게 맞다."
- 이미 국정원도 정치정보를 수집하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민간인 사찰까지 터져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로 후퇴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철저히 20년 전으로 후퇴하고 있다. 1990년 윤석양 이병이 보안사 사찰을 폭로하기 이전으로 후퇴한 것이다. 우리 사회 전반에서 87년 체제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국민의 의식은 후퇴하지 않았지만 집권층은 권력기관 의존을 되살리고 부추기고 있다. 이것은 20년 전으로 후퇴하는 것이다."
"조중동, 빨리 잊히길 바라면서 '무대응' 하고 있어"
- 수첩, 동영상, 사진 등 사찰자료를 입수하게 된 경위는?
"제가 그 자료를 입수하면서 그 경위를 묻지 않았다. 입수자를 보호할 의무가 내게 있다. 사찰자료가 국가기관의 불법행위를 말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입수경위를 묻지 않았다. 먼저 적법한 공무가 있고, 그걸 방해해야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 민간인 미행, 촬영 등은 적법한 공무가 아니기 때문에 (사찰자료 입수행위는)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기무사가 항의하고 형사고발할 처지가 아니다. 기무사는 국민의 감시를 받은 국가기관이고 민간인 사찰이 드러났으면 먼저 사과하는 게 맞다."
- 기무사측에서는 강제로 빼앗겼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제가 (입수경위를) 더 알려고 하지 않았다."
- 기무사가 형사고발하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기무사에 자료가 있다면 고발할 때 뭔가 내놓을 것이다. 일단 기무사가 무슨 자료를 가지고 있는지 봐야 한다. 기무사는 신아무개 대위가 자신이 하는 일과 직급 등을 밝혔다고 했는데 그렇게 했는지 의문이다. 기무사가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형사고발해봐야 무혐의 처리 받을 가능성이 높다."
- 조중동은 민간인 사찰 보도를 전혀 하지 않았는데.
"예상한 일이다. 이명박 정부의 특징이 무대응, 무답변이다. 그렇게 해서 빨리 일을 지워버리고 싶은 생각이 있는 것 같다. 이 사건을 보는 조중동의 의견도 그럴 것이다. '무대응이 상책'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잊고, 문제는 잠잠해지겠지 하고…."
- 기무사나 국방부에서 연락이 왔나?
"기묘하다 싶을 정도로 연락이 안 온다. 다른 사안들은 잘못됐다든지 사실관계를 설명하겠다든지 늘 연락이 왔는데 이번에는 철저하게 무대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