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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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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0재 추도사 - 이해찬
(서프라이즈 / 논가외딴우물 / 2009-08-31)


 

 

오늘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님을 떠나보낸지 100일을 맞이하였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님을 지켜드리지 못한 죄스러움이 가시기도 전에 또 한 분의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님을 보내드려야만 했습니다. 2009년의 뜨거운 여름을 분노와 슬픔, 사랑으로 다 보내버리고 말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멀고 먼 그곳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을 만나셨습니까. 권양숙 여사님의 손을 부여잡고 내 몸의 반쪽을 잃어버렸다고 흐느끼시던 김대중 대통령님의 손을 그곳에서 편히 잡아주셨습니까. 역사의 고비마다 자신의 몸을 기꺼이 던지셨던 두 분의 마지막 희생으로 이 땅의 민주주의와 평화는 다시 깨어나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은 독재정권과 싸울 때에는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민주주의를 외쳤습니다. 이 땅의 평화가 흔들릴 때에는 남북을 가로막은 철책을 넘어 평화의 다리를 놓아주셨습니다. 한 평생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서, 정치 개혁을 위해서 쉼 없는 길을 걸으셨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당신은 힘없고 평범한 국민들의 곁에 계셨습니다. 원진 레이온 피해자들이 당신을 뵙고자 봉하마을까지 많이 내려오셨습니다. 기억하십니까? 현대중공업이 오랜 파업을 하고 있을 때 제가 모시고 최루탄 구름 속을 헤치며 들어가서 그 노동자들과 손을 잡았던 날을 기억하십니까. 국민이 뽑아준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국민을 위해 모든 권력을 스스로 내놓으셨습니다. 재임시절 내내 당신이 하셨던 고뇌와 시름은 언제나 국민의 것이었습니다.

 

당신은 국민과 함께 하는 민주주의,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 사회,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를 열기 위해 노력하셨습니다. 퇴임 후에도 작지만 새로운 도전을 즐겁게 시작하셨습니다. 당신은 국민만을 사랑한 진정 바보 노무현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이제 여기 모인 우리가 바람이 되겠습니다. 당신께서 지켜내신 민주주의와 평화 그리고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한 꿈을 이어가는 깨어 있는 바람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강물이 되겠습니다. 당신께서 남기신 뜻을 받들어 통일한국과 선진복지국가 건설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는 강물이 되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오늘 아침 바로 이곳에, 정토원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당신이 좋아하시던 노란 수련이 피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도 노란 수련을 좋아하셨습니다. 100재를 모신 이 자리에 기적과 같이 노란 수련이 피었습니다. 님은 가셨지만 우리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우리 마음속에 수련이 피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이 우리 마음 속에 부활하셨습니다. 이제 김대중 대통령님과 함께 편하게 동행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우리가 함께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해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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