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소리> 2009-09-16 13: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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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열어 동영상 공개, 정보당국 해명 요청
이재진 기자 besties@vop.co.kr
16일 한국진보연대 사무실에서 인권단체 연석회의, 한국진보연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다함께, 민주화운동정신계승 국민연대 등 8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민주넷과 참여연대는 ‘우리나라에 대한 국군기무사 불법사찰 폭로 기자회견’을 열고 사찰이 진행된 경과를 설명하고 사찰한 정보기관 요원의 신원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문화예술단체 ‘우리나라’에 대한 공안기관의 사찰에 대해 시민사회단체가 국군기무사령부의 불법 사찰 의혹을 제기하며 정면 대응에 나섰다.
인권단체 연석회의, 한국진보연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다함께, 민주화운동정신계승 국민연대 등 8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민주넷과 참여연대는 16일 한국진보연대 사무실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국군기무사 불법사찰 폭로 기자회견’을 열어 사찰이 진행된 경과를 설명하고 사찰한 정보기관 요원의 신원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기무사 불법 민간인 사찰 의혹 제기
이번 공안기관의 사찰은 우리나라 일행이 재일동포의 초청으로 일본 고베에서 열리는 고베조선고급학교 창립 60돌 자선콘서트에 참여하기 위해 일본 간사이 국제공항에 입국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지난달 29일 11시 50분경 강상구 대표를 비롯한 우리나라 일행 7명은 일본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일행을 쫓아 카메라로 몰래 찍고 있는 40대 중반의 수상한 사람을 목격했다. 우리나라 일행은 카메라를 찍고 있는 A씨를 붙잡았고, 그가 메고 있던 배낭에서 한 묶음의 서류를 발견했다.
한 묶음의 서류는 우리나라의 일본체류 일정과 현지채증 및 동향파악을 지시하는 공문, 출연진 및 스텦 인적사항, 강상구 우리나라 대표 사진사본, 우리나라 블로그에 있는 팀원들의 소개글, 공연장 지도 및 객석 도표, 간사이 공항 출구 지도가 담겨 있었다.
우리나라 일행은 A씨에게 ‘어느 기관에서 나왔냐’고 집중 추궁했고, A씨는 스스로 ‘기무사’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A씨가 스스로 말한 것처럼 자신이 기무사 요원이고, 공문 내용대로 지시를 받았다면 군사법원법 43, 44조에 따라 명백한 불법 민간인 사찰에 해당된다.
시민사회단체들은 특히 상하단에 ‘3급 비밀’이라고 찍혀 있는 공문 양식과 구체적인 동향 파악을 지시한 내용을 볼 때 국가 정보기관 소속의 요원임을 추정할 수 있고, 최근 일본 민족학교에 책 보내기 운동을 한 ‘뜨겁습니다’라는 단체를 불법 사찰한 기관이 기무사라는 점, 스스로 기무사 요원이라고 밝힌 점을 미뤄볼 때 A씨가 기무사 소속으로 불법 사찰을 벌였다는 정황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동영상에는 사찰을 벌인 A씨가 우리나라 일행에게 걸려 집중 추궁을 당하자 당황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동영상에서 우리나라 일행은 A씨를 붙잡고 “어디서 오셨어요, 기무사에요, 보수대에요, 국정원이에요”라고 물었고, A씨는 “와다시와...”라며 일본말을 흐리다가 결국 스스로 ‘기무사’라고 실토했다.
영상에서는 또한 우리나라 일행이 카메라를 보며 “카메라를 확인 중인데 계속 우리를 추적한 것이다. 기가 막힌다”라고 탄식하는 장면도 담겨있다.
조작 사건 위한 준비 단계(?)
이번 사찰이 조작 사건을 위한 사전 준비 단계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기무사가 민간인을 불법 사찰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된 ‘뜨겁습니다’라는 단체 역시 일본 민족학교와의 교류활동이 감시 대상이었고, 이번 사찰도 민족학교와의 관련성에 초점을 맞춰 정보기관의 사찰이 진행됐다.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대표는 “하필 기무사를 동원해 민간인을 사찰한 이유가 뭐냐, 또다른 간첩 조작 사건을 만들려고 하는 것 아니냐, 민족학교가 조총련계 학교이다 보니까 그것을 빌미로 삼아서 간첩단 사건을 만들고 있는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동영상에는 사찰을 벌인 A씨가 우리나라 일행에게 걸려 집중 추궁을 당하자 당황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설령 기무사가 아닌 국정원 같은 국가 정보기관이 합법적인 내사를 진행했더라도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우리나라가 일본에서 한 활동은 콘서트에 참가해 민족학교의 창립일을 축하하기 위해 공연을 한 것 뿐이다.
강 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일본 민족학교와 교류를 시작해 매년 진행해오고 있고, 이번에 고베조선고급학교를 찾은 것은 창립 60돌을 맞아 주최 측이 학교시설이 낡아 기금을 모으기 위해 콘서트를 개최하고 우리나라를 공식 초청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재일동포가 북한국적자일 가능성이 있어 통일부로부터 북한주민접촉신청을 하고 수리 통보를 받은 상태였다. 국가 정보기관이 우리나라 일행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워 보이는 이유다.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되나
일본 현지에서 사찰이 진행되고 발각되면서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다른 영토에 대해서 동의없이 자국의 법집행을 할 수 없다. 일본 현지에서 수사를 하려면 우리나라 외교부 장관이 외교 채널을 통해서 수사를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처벌을 전제해야 수사를 할 수 있는데, 재일동포를 만나는 것이 범죄가 될 수 있느냐, 국제형사사범을 수사하기 위해 공조할 수 있는 기본적인 상황이 안된다”면서 “문서를 위조한 것인지, 사찰한 사람이 누군지, 어떤 법률적 절차에 따라 한 것인지 명확히 해명하지 않으면 국가보안법 남용과 군의 민간인 사찰을 넘어서 외교상의 문제도 될 수 있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무사, "우리랑 관련없다"
한편, 국군기무사령부는 이날 기자회견 도중 진보연대 사무실에 “문화예술단체 ’우리나라‘에 대한 국군기무사 불법사찰 4차 폭로 기자회견 관련 국군기무사령부 입장”이란 이름으로 팩스를 보냈다.
기무사는 입장문을 통해 “불법사찰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2009년 8월 29일 전후에 어떠한 기무사 요원도 수사활동을 위해 일본에 체류한 사실이 없음을 확인했다”면서 “기자회견을 강행할 시 향후 민․형사상 법적 절차를 통해 엄정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강실 진보연대 대표는 하지만 “명예훼손죄로 고소하겠다고 하는데, 우리한테 얘기할게 아니라 그 사람을 체포해서 왜 (기무사로)사칭했느냐고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또한 문서를 가지게 된 경위가 어떻게 된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고 반박했다.
사찰 피해자인 강상구 우리나라 대표는 “이번 사찰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인다. 어떤 기관인지 소상히 낱낱이 밝히고 어떤 이유로 사찰한 것인지 밝혀줬으면 좋겠다. 충분한 사과를 요청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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