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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환 한국헌법학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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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재투표·대리투표의 불법성을 인정해놓고 법 자체는 무효가 아니라고 결정한 것에 대해 법조계에서도 "헌법재판소의 형식을 빌어 정치적 행위를 한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승환 한국헌법학회장(전북대 교수)은 29일 헌재 결정과 관련해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우선 일사부재의 원칙은 명문규정에 있든 없든 국회의 법률 처리 절차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불문의 원칙"이라며 "이는 일사부재의 원칙이 헌법상의 원칙이라는 것이고, 이를 위반하게 되면 법률 위반에 그치는 게 아니라 헌법에 위배되는 것인데 헌재는 이를 잘못 해석했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대리투표의 불법성을 인정해놓고 법은 유효라고 한 것에 대해서도 "대리투표는 형사상 범죄행위로 유권자들은 대리투표 하게 되면 형사처벌을 받는다"며 "그런 행위를 놔둔 것은 국회의원이 법률안 표결시 범죄행위를 저질러도 상관이 없다는 얘기가 된다. 헌재는 국회의원에게 표결과정에서 범죄행위 저질러도 괜찮다는 또다른 면책특권을 부여한 결정"이라고 혹평했다.
김 회장은 "무엇보다 재판관들이 이런 결정을 내리고 자기들은 이 결정을 이해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며 "이 결정을 지켜본 국민과 언론만 헛갈리는지, 과연 자신들은 헛갈리지 않는지 말이다"라고 했다. 김 회장은 이번 결정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형식을 빌어서 정치적 행위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헌법재판관들은 '헌재가 여전히 존재할 이유가 있는지' 스스로 자기 질문을 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국회에서 법률안을 처리할 때 어떤 범죄가 발생하건 앞으로는 문제가 안되고 오로지 힘이 모든 걸 정당화시켜준다는 걸 확인시켜줬다"고 개탄했다.
김 회장은 "실제로 이 나라를 지켜야 할 것은 국민이라는 걸 다시한 번 깨닫게 해줬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헌재의 미디어법 무효 기각 결정에 대해 김승환 헌법학회장과 나눈 일문일답 요지이다.
-헌재가 방송법 개정안의 재투표가 일사부재의의 원칙에 위배됐다는 것을 인정해놓고 정작 법은 유효라고 결정했다.
"헌법재판소가 일사부재의 원칙의 법적 성격을 잘못했다. 일사부재의 원칙은 헌법에 규정이 없고, 국회법 92에 규정돼있기 때문에 이를 물리적으로 해석하면 일사부재의 원칙이 헌법이 아닌 국회법상 원칙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사부재의 원칙은 명문규정에 있든 없든 당연히 적용되는 것이다. 국회의 법률 처리 절차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불문의 원칙이다. 다시말해 일사부재의 원칙은 법률상 원칙이 아니라 헌법상의 원칙이다. 이를 위반하게 되면 법률 위반에 그치는 게 아니라 헌법에 위반하는 것이다."
-방송법 신문법 등 미디어법이 유효하다는 건 위헌이라고 할 정도의 하자는 아니라고 하기도 했던데.
"권한쟁의심판 청구는 헌법 위반 만이 아니라 법률 위반도 문제를 삼는다. 피청구인의 처분이 청구인의 헌법상 뿐 아니라 법률상 권한을 침해하는 것도 다룬다는 것이다. 헌법 위반이 있으면 무효고 법률 위반이 있으면 무효가 아니다? 그것은 아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한다면.
"헌법 위반이 아니라고 봤는데 그게 아니다. 설령 법률 위반이라고 치자. 그러면 그것은 문제가 없느냐. 헌재의 권한쟁의심판은 법률 위반에 대해서도 판단을 하며 법률 위반이라고 판단하면 있으면 무효인 것이다."
-대리투표도 인정했던데.
"신문법 때만이 아니라 방송법 개정안 투표 때도 대리투표가 있었다. 이것은 형사상 범죄행위다. 대리투표를 그냥 넘어간다는 것은 국회의원의 경우 법률안 표결시 범죄행위를 저질러도 상관이 없다는 얘기가 된다. 유권자들은 대리투표 하게 되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국회의원은 표결과정에서 범죄행위 저질러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또다른 면책특권을 국회의원에 부여한 결정이다."
-이번 결정에 대해 평가한다면.
"재판관들이 이런 결정을 내리고 자기들은 이 결정을 이해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이 결정을 지켜본 국민과 언론만 헛갈리는지, 과연 자신들도 결정을 내려놓고 헛갈리지는 않는지 말이다."
-법리적 결정이 아닌 정치적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뜻이냐.
"헌법재판소의 형식을 빌어서 정치적 행위를 한 것이다."
-이번 결정이 국회의원들의 법률행위에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헌법재판관 '헌재가 여전히 존재할 이유가 있는지' 스스로 자기 질문을 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국회에서 법률안을 처리할 때 어떤 절차에 의하건, 어떤 범죄가 발생하건 앞으로는 문제안되고 오로지 남는 건 힘일 뿐이다. 국회에서 힘이 모든 걸 정당화시켜준다는 걸 확인시켜준 결정이다."
-국민들은 어떻게 봐야할까.
"어제 재보선도 있었지만 실제로 이 나라를 지켜야 할 것은 국민이라는 걸 다시한 번 깨닫게 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