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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세상 여행

[김영조의 문화기행] <제6부2편>美 개척에 청교도, 日엔 한국계 '하타'씨

by 마리산인1324 2010. 1. 4.

<대자보> 2010/01/03 [16:50]

http://www.jabo.co.kr/sub_read.html?uid=30429§ion=sc4

 

 

 

美 개척에 청교도 있다면, 日엔 한국계 '하타'씨 있다
[문화기행-제6부] <2편>교토 서부 개척자 하타(秦)씨족과 '마츠노오대사'
 
김영조
▲ 1,400여 년 전에 하타씨가 만든 마츠노오대사 경내를 흐르는 수로 일지정(一之井)     © 김영조
 
마츠노오대사의 붉은 도리이를 지나면 본전으로 가는 길에 작은 돌다리가 있다. 이 돌다리 밑에는 맑은 물이 졸졸졸 흐르는데 가츠라가와(桂川)의 커다란 저수지에서 물을 끌어들이는 인공 수로 “일지정(一之井)”이다. 그런데 1,400여 년 전 이 가츠라가와 저수지와 일지정(一之井)을 만든 사람은 바로 하타(秦)씨 일족으로 이들은 한국계이다.  

그 하타씨란 과연 어떤 사람일까? 

기록에 의하면 문무왕(701년)의 명령에 따라 하타씨의 조상인 하타노이미키토리(秦忌寸都理)가 지금의 자리에 신사를 짓고 산 중턱에 모시던 이와쿠라(磐座))신을 옮겨서 딸에게 모시도록 했다. 이곳은 794년 헤이안궁 천도 이전 제50대 간무왕이 신도시 건설을 진두지휘 할 때 묵었을 만큼 황실과의 관계가 큰 이른바 “황성진호(皇城鎮護)” 신사이다.  

교토의 신 간무왕은 어머니가 백제여인이며 이곳에 정착한 하타씨와는 외척 관계로 밀접한 사이였다. 마츠노오대사는 가까이에 있는 광륭사와 더불어 서부 교토의 중심지이며 간무왕을 중심으로 한 교토의 르네상스를 이룩하는데 초석이 되어준 곳이기도 하다. 그 주역이 바로 하타씨 곧 진(秦들)씨 인데 이들이 조선에서 와 사가노지방 곧 서부 일대에 저수지와 수로를 만들고 농업을 발달시켰다.  

지친 다리를 쉴 겸 수로 위에 나 있는 작은 다리 난간에 앉아서 유유히 흐르는 물소리를 들어본다. 세월이 물처럼 흐르는 곳엔 시간이 정지됨이 없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처음과 같은 양으로 1,400 여년을 달려온 물줄기는 예사로운 물이 아니다. 황무지인 이곳을 갈고 닦은 하타씨 일족의 땀이며 피눈물이다.  

그것은 부지런함 하나로 전 세계 방방곡곡에 나가 황무지를 개척하여 새로운 터전을 일군 한국인만의 독특한 정서요 의지요 강인함이다. 그것은 또 영국 청교도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건너가 서부를 개척하던 모습과 닮아있다. 

그러나 이런 뛰어난 우리 선조에게도 아픔이 있으니 다름 아닌 일본의 역사왜곡이다. 그들은 한국계인 하타씨를 중국계인 진씨로 위장시켜 놓았다. 마츠노오대사를 건립한 진씨 일족은 일본 국보 제1호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 있는 광륭사도 세운 것으로 전해지는데 광륭사 경내에 세워져 있는 사찰 연혁 비석(1971년 건립)에는 “진하승(秦河勝, 진하승은 곧 하타씨를 말한다.)은 진시황제의 후손이다.”라는 생뚱맞은 설을 내세우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해준다. 

그뿐만 아니라 마츠노오대사 누리집(www.matsunoo.or.jp )에는 “5.6세기 무렵 진시황제의 자손인 진씨 집단이 조정의 초청에 의해 이 지방에 정착하게 된다.”라고 써놓았다. 다만, 무슨 까닭에서 인지 가로 안에 “최근 역사 연구에서는 조선 신라 호족이라고도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광륭사보다는 그래도 놀라운 변화를 보이는 것이다. 머지않아 일본의 자료에서는 “하타씨는 한반도에서 건너온 우수한 이주자였다.”라고 쓰일 날이 오지 않을까?
   
▲ 마츠노오대사 누리집에 실린 하타씨와 조선관계 설명 부분     © 이윤옥
  
일부 일본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이들 하타씨 집단이 중국 진시황제의 후예라고 주장해왔으나 그들은 진시황제(秦始皇帝)의 성씨가 진씨(秦氏)가 아니고 영씨(瀛氏)이며, 이름은 정(政)이라는 사실을 감추고 거짓을 말한다. 그것은 마치 세종대왕의 후손이 “세”씨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논리 아닌가? 

하타씨 가문 연구에 권위자인 이노우에 (井上滿郞) 교수는 “하타씨는 신라에서 도래한 사람들이다.”라며 그의 저서 《도래인(渡來人)》에서 밝혔다. 
 
진시황제의 후손은 하타(秦)씨가 아니고 영(瀛)씨

엄연한 한국인 하타씨 가문을 중국의 영씨 가문인 진시황제의 후손이라는 억지를 부리는 일본의 역사인식을 좀 더 살펴보면 이렇다. 서부교토를 개척하여 왕실과도 돈독한 관계를 맺었던 하타씨에 대한 연구는 일찍부터 이뤄졌는데 성씨가 진씨(秦)인 까닭에 중국 진나라 후예라는 설부터 시작하여 일부는 어원설을 들어 범어(梵語) pata-hata에서 유래한 까닭으로 인도인의 후예라는 설과 티베트어에서 유래했다는 설 등이 있으나 이들은 거의 부정되고 있으며 오늘날 하타씨에 관한 가장 유력한 학설은 유명한 언어학자 가나자와(金沢庄三郎, 1872-1967)씨의 연구이다.
  
▲ 교토 광륭사 영보전에 있는 진하승(하타씨) 부부 조각상     © 김영조
 
그는 아시아 각국 언어를 비교 연구한 사람으로 아이누어, 조선어, 러시아어, 만주어, 중국어, 인도어 등에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秦 = 機 = 服 = 綿의 글자들이 모두 일본말로 “hata”로 소리 나는 것을 들어 이는 한국어 바다 (pata-hata)에서 유래한 것으로 한반도인이 바다를 건너 와서 정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곧 海(바다 건너온 사람)- 機(직조기술자)-秦(진씨 집단)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현재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양중해 제주대교수는 일본 고대사 잡지인 <동아시아 고대문화, 1977-11호, 1980-22호>에서 밝혔다.  

이어서 양 교수는 서부교토를 개척한 하타(hata)씨에 대해 한국어, 용비어천가의 “곶됴코여름 하나니” 등의 “하다(hata, hada)”를 들어 多, 大, 太를 뜻하는 말로 풀이함으로써 이들이 한반도계 이주민임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이들 하타씨가 신라계냐 백제계냐는 아직도 이론이 분분하다. 하지만, 진씨가 한국계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추세이며 이를 입증하듯 1992년 발간된 <일본사원총람> 광륭사편에서는 하타씨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일본 정사에 따르면 백제에서 건너온 궁월군(弓月君)의 후손 하타씨는 백성 18,000여 명을 모은 다음 누에를 쳐서 비단을 만들었는데 비단의 양이 산더미를 이루었으며 이를 천황에게 바쳐 <우즈마사(禹豆麻佐)>라는 성씨를 내려받았고, 이들은 교토를 중심으로 세력을 키웠다. 이것이 뒤에 땅이름이 되어 <우즈마사(太秦)>로 불리게 된 것이다.”  
      
▲ 일본사원총람 192쪽 광륭사 편에 보이는 하타씨의 백제관련설 자료     © 이윤옥
 
양잠업을 토대로 경제권을 쥔 하타씨들은 왕실과의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강력한 호족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또 이들은 가츠라가와(桂川)에 제방을 쌓았고 지금의 도게츠다리(渡月橋) 위쪽에 저수지를 만들어 농업의 발달을 가져오게 했으며 우물을 파고 수로를 개척하여 사람들이 살기 좋은 터전을 만들었다. 
   
▲ 하타씨 일족인 도쇼화상이 만든 도케츠다리     © 김영조

그 수로는 지금도 마르지 않고 마츠노오대사 경내를 유유히 흐르고 있다. 도게츠다리는 교토 서부의 유명한 단풍관광지인 아라시야마(嵐山)의 상징 다리로서 이 다리를 만든 사람은 도쇼화상(道昌)으로 하타씨 일족이다.  

우리가 신사를 찾은 날도 물소리는 쉬지 않았다. 흐르는 물속에 천 년의 정서가 흐르고 천 년의 피가 물처럼 흐른다. 그 피의 후손인 우리는 오래도록 수로를 따라 걸으며 하타씨란 이름을 가진 조상을 생각했다. 

마츠노오대사는《연희식(延喜式, 헤이안시대 중기-905년에 펴낸 법령집)》에 따르면 명신대사(名神大社)로 뽑혀 당시 이름 높은 22사(社) 중 4위의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일조왕(一条天皇, 재위 986~1011)을 비롯하여 많은 역대 왕들이 직접 이곳에 행차하여 제사나 기우제를 지내는 등 황실과 깊은 관련이 있는 곳이다. 이러한 마츠노오대사를 일구고 광륭사를 만든 사람은 바로 한국계 하타씨였던 것이다. 

한편, 마츠노오대사는 전국제일의 술의 신(酒神)을 모시는 신사로 알려져 양조업자들 사이에서는 숭모의 신사로 받들어지고 있으며 전국 1,300여 사에 이르는 말사(末社)를 거느린 방대한 규모의 신사이다.

더불어 일본술의 역사를 보면 《고사기(古事記)》,《일본서기(日本書紀)》 등의 문헌에서 그 유래를 한반도로 전하고 있다. 백제인 수수코리(須須許里,すすこり)가 한국 특유의 주조법을 일본에 전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빚어진 술은 술의 신을 모시는 마츠노오대사 신전에 바쳐졌다. 이주 초기의 하타씨들은 풍부한 수리시설을 갖춘 곡창지대의 기름진 쌀과 맑은 물로 명술을 빚었을 것이다. 달콤하고 쌉쌀하면서도 오묘한 술맛은 왕의 가슴을 녹이고 조정의 신하들을 녹였을 것이다. 이리하여 술 빚는 직업은 당시 최고의 인기 직업이었을지도 모른다.   

▲ 마츠노오대사 경내에는 신도들이 바친 술통들을 즐비하게 전시해 놓았다.     © 김영조
      
▲ 마츠노오대사는 술의 신을 모시는 신사답게 제조과정이 그림과사진으로 잘 설명 되어 있는 술박물관이 있다.     © 김영조
 
언어학적으로 볼 때도 술을 뜻하는 일본말 “사케”는 우리말의 “삭히다”에서 간 말로 곧 누룩을 삭혀야 술을 만드는 데서 나온 말이다. 이러한 사케 곧 술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여 인간에게 있어 밥만큼이나 중요한 먹거리이다. 퇴근 후 얼큰한 동태찌개를 마주하고 앉은 동료와의 한잔 술은 하루의 스트레스를 날리고 다음날의 활력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가! 

그뿐만 아니라 술은 돌아가신 이에게 올리는 제사 때도 빠질 수 없는 음식이며 더불어 잔치 에서도 없어서는 안 되는 아주 귀중한 음식이다. 이러한 술을 일본에 전해준 사람이 우리 조상이며 마츠노오대사는 교토 제일의 술 신사이다. 

▲ 마츠노오대사 술박물관에서는 신에게 올렸던 특별한 술을 팔고 있다.     © 김영조
 
경내를 빠져나와 다시 도리이로 나가기 전 오른쪽에 있는 술 박물관에 들렀다. 이곳에 들르면 일본 술의 제조과정이 그림과 사진으로 잘 설명 되어 있으며 옆에서는 직접 일본 술을 살 수도 있다.  

특히 이곳에서 파는 술은 신사 본전에 올렸다가 내려온 술로 효험이 그만이란다. 술꾼은 아니지만 일행 중에 술을 좋아하는 몇몇 회원들의 등쌀에 우리도 신전에 올랐던 술 두어 병을 샀다. 이곳에서 산 일본술은 그날 저녁 우리 일행의 지친 여정을 달래주는 피로회복제였으며 1,400여 년 전 황무지를 개척한 하타씨 선조의 땀과 피였음을 기억하게 했다.  

일본 서부지역의 두 곳 곧 광륭사와 마츠노오대사는 우리가 자랑해도 좋을 우리 조상의 혼과 얼이 배어 있는 곳으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다. 미국 서부영화에 나오던 서부개척자들의 정신은 미국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1,400여 년 전 한국계 하타씨들의 대활약상 역시 그들 못지않았음을 마츠노오대사의 긴 수로를 걸어나오며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려본다. 오! 하타씨여! 

【참고문헌】

《日本神佛辭典》大島建彦 編者, 大修館書店, 2001
《東アジアの古代文化》早春, 11號, 大和書房, 1977
《東アジアの古代文化》早春, 22號, 大和書房, 1980
《日本寺院總攬》 吉成勇, 大日本印刷, 1992
《日本の神々 山城・近江》第5巻, 谷川健一, 白水社, 2000
《京都の歷史》京都市編, 學藝書林
《歩く京都》 昭文社, 2009
《교토관광안내》교토시 교토 국제관광객 유치 추진협의회, 2009 

일본위키피디어 :http://ja.wikipedia.org
마츠노오대사 공식 누리집 http://www.matsunoo.or.jp
 
★ 마츠노오대사 찾아가는 길 ★

1) 교토역에서 버스로 가는 길 :
교토역 앞에서 시영버스 타는 곳 <D3>에서 28번을 타고 마츠노오대사 앞에서 내려서 버스 진행방향으로 5분 정도 걸으면 길가에 있다.
 
2) 전철을 타고 가는 길 :
교토 가와라마치(河原町)역에서 한큐(阪急)전철을 타고 가츠라(桂)역에서 아라시야마(嵐 山)선으로 갈아탄다. 다음 두 번째 역인 마츠오역에서 내리면 바로 눈앞에 있다. 


<제7부 1편 교토의 자존심 청수사(기요미즈데라)는 백제인이 세운 절>로 이어집니다.

글쓴이

* 이윤옥(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소장, 59yoon@hanmail.net)
* 김영조(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 pine4808@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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