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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독립신문> 57호 (2005년 11월 28일) /2005년11월24일 14:53:54

http://www.ibuan.com/webbs/view.php?board=news&id=2290

 

 

 

일본 ‘가나가와 네트워크’를 다녀와서-2
사람 소중히 여겨…“실패하면 다시 하면 된다”
한순옥/부안 의정참여단 간사 

#원전 불만…시민풍력발전으로 이어져


모리코(홋카이도 시의원) 씨의 시민풍력발전운동에 대한 발표가 20분 남짓 진행되었다.

“체르노빌원전 폭발사고가 계기가 되어 원전반대운동이 여성들을 중심으로 도시로 확산되었다. 북해도 옆에 있는 도시에 원전을 세우기 위한 계획을 중지시켜보고자 생협클럽을 중심으로 17만명의 서명을 받아 청구했지만 54:52로 부결되었다. 원전은 가동되었지만 이후 대안에너지를 요구하는 새로운 운동으로 전환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 결과 홋카이도 NET가 설립되어 1991년 선거에서 4명의 대리인이 추천되어 삿포르에서 3명이 당선되었다.

풍차1호 설치비는 2억엔의 자금이 필요했다. 생협을 통한 출자금형식(1인당 50만 구좌), 그린펀드자금, 기부금과 합해 1억6천만엔(70%)을 마련했다. 여기에 30%는 은행융자를 받아 시민풍차1호기를 세웠다. 그린펀드자금은 “당신도 조금씩 절전, 절약한 요금을 자연에너지에 기부하지 않겠습니까?”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전력요금에 5%를 더 부과하여 얻어진 재원을 풍력발전소 건설에 사용되는 자금이다. 전력공사와 조합원들이 주축이 되어 그린펀드자금 1000만엔을 확보했다.

풍력발전소1호기를 건설하기 위해 시민들이 출자를 한 이유는 일본의 에너지대책위원회에 대한 불만,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불안, 원전3호기 건설에 대한 불만 등이었다. 풍력발전소가 성공적으로 건설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로는 시민들의 원전에 대한 의식과 대안에너지의 필요성을 충분히 알렸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시민들은 풍력발전소의 필요성에 대해 자각하게 되었고, 자발적으로 그린펀드자금, 출자금, 기부형식으로 지원 하게 되었다.”


시민교류포럼이 모두 끝나고 ‘가나가와 네트워크(NET)’에서 준비한 환영회를 가졌다. 이날 참석한 NET의 회원들은 지역별로 모두가 자신감 있게 자신을 표현하는, 그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직접 말차(가루녹차)를 찻솔로 거품을 내어 마셔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해 주었다.


#시의원들과 함께 한 지하철역 앞 시위


환영회를 마친 후에는 재일미군재편과 원자력항모배치 계획에 반대하는 지하철역 앞 시위에 동참했다.

시위에 참석한 사람들은 NET에 소속된 시의원들로, 직접 메가폰을 잡고 시민들에게 호소하거나 현수막홍보, 전단지배포 등 우리 시위방법과 비슷했다. 하지만 관심도 없고, 잘 받지도 않는다는 표현과는 달리 전단지를 나누어 주었을 때 일본 시민들의 반응은 한국과는 사뭇 달라보였다. 관심은 없을지라도 그들은 전단지를 받으며 죄송하다고 말했고 어딘가 모르게 여유로워 보였다.

저녁 7시가 되어서야 NET 사무실로 돌아온 일행은 그들이 정성껏 준비한 저녁만찬을 즐기면서 편안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나는 그제야 그들이 말하는 인간관계를 듣고는 지금까지 느꼈던 의문들이 풀리고 있음을 알았다.

그들은 회원들 간의 대등한 수평관계에서 모든 것이 출발한다. 마타키 씨에게 힘든 일을 극복하는 방법과 여기까지 오게 된 힘은 무엇인가라고 물었을 때 “힘든 일을 잊어버려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첫아이를 낳고는 다음엔 안 낳는다고 하면서 또 낳는 것처럼 말이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현재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중이었다. 우리 일행과 대화하기 위해 전차수첩을 들고 다니며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단어를 끝까지 추적해 풀어내는 그녀의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NET가 걸어온 길과 현재의 모습을 동시에 엿볼 수 있었다.

#부러운 노인복지시설


또 하룻밤이 지나고 있었다. 간나이역을 출발한 일행은 아츠기역으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시종 변함없는 모습으로 마타키 씨가 우리 일행을 반겼다.

그날은 노인복지시설을 방문했다.(사진3) 서비스는 데이 서비스(집을 방문해 목욕, 도우미, 고령자상담 등)를 하는데 사회복지법인이 단독으로 하는 경우는 처음이다. 대부분 시설에 일주일 한두 번 방문해 서비스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매일 오도록 프로그램을 계획하는 것은 처음 시도해 보는 일이라고 한다.

부엌에 데이 서비스를 하러 오신 분들은 식사와 배달 서비스는 매일하지만 일요일은 쉰다. 홈헬퍼는 24시간 출동하며, 보험제도에서 보수가 지급된다. 또한 안정적인 시설을 만드는 데는 5년이 걸린다. 현재 아츠기 시내에는 23개의 시설이 있으며, 참여한 사람들은 NET 회원들로 선거를 통해 가정방문 시 활동을 알려나갔다. 그 때문에 대부분이 NET 회원들이며 몇몇 외부인도 활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제도적으로 완전 독립법인이라는 것이다. 워커즈콜렉티브(WC)는 시민들이 노동력을 공유하는 시스템으로 가나가와현 안에만도 200여개의 WC가 있으며 복지, 환경, 점포운영 등을 한다. 아츠키의 특징은 현에서 WC가 가장 많다는 것과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노인복지시설이었다. 2층에 자리 잡은 노인복지시설은 자유계약으로도 입주가 가능하며 수용인원은 12명이었다. 그들은 그룹홈(가정개념)으로 같이 생활한다. 노래를 부르며 주방에서 일하는 시의원, 설거지를 하는 시의원들의 모습을 보며 생활정치의 현장이 그곳에서 실현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워커즈콜렉티브…복지도 상품화

기존의 제도를 개혁하자는 관점은 NET의 일상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제도를 만들고 변화시켜 나가는 데는 그만한 한계 또한 갖게 마련. NET 활동은 기존제도를 바꿔나가는 정치운동이 그 중심일 거라고 생각했으나 그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면서 노동(일하는 것)의 테마가 중요하다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또한 나를 돌아보는 반성의 시간이기도 했다.

그곳 시민들은 각종 물건에서 복지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상품화하고, 그것을 시민들의 노동력 공유를 통해 제공해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일종의 시민섹터라고 할 수 있다.

또 WC의 특징에는 회원들이 월급의 5~10%를 적립하여 다른 사업의 종잣돈으로 쓴다는 것이다. 회원들은 이동서비스, 보육에 출자하는 경우도 있었다. 타지역과 다른 점은 출자방법(사업자금)이 잘 운영되어 확대되고 있다는 점. 일하는 장소로 보면 한군데이지만 다른 곳을 도와줌으로 모두 자신의 것처럼 생각하며 애정을 갖고 있었다.

새로운 사회를 만들려면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야 하고 그리고 도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WC는 배울 점이 많았다. 그들은 일을 하고 급료를 받는 방식이다. 파트타임으로 인식하기 쉬우나 아츠키시는 그것을 풀타임으로 늘리는 등 직장개념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홈헬퍼 사업의 경우에는 단지 주부는 청소 등을 했지만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면서 경험을 쌓고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그러나 개선해야 할 점도 눈에 보였다. WC 회원의 고령화, 일손 충원 부족, 자격증 소지자 부족 등에서 보여지듯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사업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을 소중히, 조직간 연대를


이제 마무리를 해야 할 때가 왔다. 사실 이번 가나가와 네트워크 연수일정은 부안핵폐기장반대운동을 승리로 이끌어낸 주민들의 노력으로 가능했음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만큼 3박4일의 일정이 헛되지 않고, 부안의 미래를 아름답게 그려나가는 데 있어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이번 일정을 준비해 준 가나가와 네트워크 단체를 보면서 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그들의 자세와 정신을 통해 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거울을 하나 갖게 되었다. 단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먼저 회원들을 소중히 여기며 친목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았던 것이다.

독보적인 존재가 아닌 협력관계로써, 다른 단체와 연대를 하는 것 또한 중요하고 중요한 일이었다. 주민들의 삶속에서 부딪히는 시의원들을 통해서는 “삶속에서 함께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표를 얻어낼 수 있는가요?”라는 소중한 반문을 답으로 얻어오기도 했다.

그리고 NET에서 보여준 대등한 관계처럼 부안지역에서도 주민들의 삶과 함께할 수 있는 의원들의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조례안을 제출했으나 부결소식을 들었을 때, 그 심정을 물었던 나에게 “다시 하면 된다”는 그 한마디는 돌아오는 길 내내 귓전을 때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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