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2010-06-20 16:09:27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89093
"'1번' 어뢰 추진체, 진품인지 의심된다" | |||
박선원 연구원 "쌍끌이어선 왜 후속작업 안 했나… 좌초·기뢰설 여전히 배제 못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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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원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이 천안함이 기뢰 폭발로 침몰했을 가능성을 거론해 주목된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외교안보 비서관을 지냈던 박 연구원은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여러 차례 의문을 제기해 왔다. 박 연구원은 20일 한겨레 훅(Hook)에 기고한 글에서 "어뢰 폭발을 입증할 어떤 증거도 없다"면서 오히려 "기뢰설을 쉽게 포기할 수 없게 하는 사진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박 연구원은 "(천안함 밑 바닥을 보면) 엔진과 스크류를 잇는 샤프트에 그물과 밧줄이 감겨있다"면서 "사진을 확대해 보면 통발은 아니지만 샤프트 위까지 3점 이상의 금속성 어구가 깔려 올라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이 사진의 제공자에 따르면 사진 하단의 파란색 통 안에는 미처 버리지 못한 그물이 가득 들어있었다고 한다"면서 "이 사진에 나타난 그물과 밧줄도 이미 여러 차례 쳐 내버렸음에도 남아있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 3월 덴마크 해군이 2차 대전 당시 독일과 영국이 각각 매설한 기뢰 2점을 발견하면서 그 기뢰들이 '어선과 선박에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경고를 한 바 있다. 지난해에도 영국 해군이 2차 대전 당시 독일이 투하한 기뢰를 찾아내 깊은 바다로 끌고 가 폭파시킨 바 있다. 여전히 수십년 된 기뢰가 작동하고 있으며 천안함 역시 기뢰 폭발로 침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박 연구원은 "비록 기뢰 격발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진이 있긴 하지만 어뢰피격설을 대체할 만한 정도의 증거는 아직은 확보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박 연구원은 "기뢰설을 주장하려면 폭심 부근에서 관련 파편을 찾아야 한다"면서 "합조단이 이를 위해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 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신중한 입장이지만 어뢰 피격설이 전면 배제돼야 할 만큼 근거 없는 주장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박 연구원은 특히 "1번이라는 글씨를 덮은 알루미늄 호일과 너무도 깨끗한 그물을 보면 어뢰추진체가 과연 폭심에서 건져낸 진품인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쌍끌이 선박이 어뢰 추진체 2점 수거 이후 전혀 후속 수색작업을 하지 않았다는 것도 이 의문점을 더욱 강화해준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크고 작은 증거물을 추가 수집해야 할 텐데 마치 들고 갔던 것 다시 가지고 오듯 했다는 이야기다.
증거를 한 조각이라도 더 찾아내면 좋을 텐데 이 쌍끌이 어선은 어뢰 추진체를 건진 뒤 작업을 중단했다. 박 연구원은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는 건 정말 기본 중의 기본 아니냐"고 반문했다. "뻘 바닥에서 수저도 긁어 올린다는 쌍끌이 어선은 정말 그물을 던지긴 던졌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30cm 시정도 확보되지 않아 함미 인양에 애를 먹었다던 연평도 해역에서 30분 동안 끌고 다닌 그물이 너무도 깨끗하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알루미늄 호일 역시 미스터리다. 최초 현장 감식 사진에서는 알루미늄 호일이 붙어 있는데 나중에 합조단 발표 때는 사라지고 없다. 박 연구원은 "북한에서 알루미늄 호일을 군 부대에서 철제무기 덮개로 사용하는 일이 종종 있고, 50일 동안 아주 유속이 빠른 곳에 50일 이상 있어도 단단히 부착되어 있다는 걸 그 많은 탈북자들 중 한 사람을 족치든 해서 국방부가 의혹을 해소해 준다면 여러모로 정말 고맙겠다"고 비꼬았다.
박 연구원은 합조단이 '1번'이라는 글씨가 조립과 정비, 관리를 위한 것이라는 합조단의 설명에 대해 "어뢰는 생산한 공장에서 이미 조립해서 납품하는데 그걸 다시 분해, 조립해서 잠수함에 달고 다닌다는 말이냐"면서 "살다가 별 희안한 소리를 다 듣는다"고 반박했다. 박 연구원은 어뢰 추진체의 설계도에 대해서도 "인쇄된 팜플렛이 아니라 언제든지 수정하거나 업데이트할 수 있는 CD에 있는 거라면 증거물로서의 효력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 박선원 연구원은 민군 합동조사단의 주장과 논리가 모두 뒤집혔으며 심지어 파란색 1번 어뢰가 진품인지 의심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5월20일 합조단이 공개한 어뢰 추진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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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연구원은 "어뢰 폭발을 입증할 어떤 증거도 없다"면서 "파란색 1번이라고 적힌 어뢰 추진체가 과연 폭심에서 건져낸 진품인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또 "열상감지장치(TOD) 동영상을 보면 오히려 어뢰피격은 아닌 것 같다는 심증을 굳혀줄 뿐"이라고 덧붙였다. 박 연구원은 "파고들수록 어뢰피격설에는 여러 결정적인 하자가 있다는 입장이 확고하다"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조목조목 그동안 제기된 의혹을 정리했다. 어뢰와 함체 흡착물에서 알루미늄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건 폭약이 아니라는 뜻이며 변색 되지 않은 파란색 1번 매직 글씨는 오히려 폭발이 없었다는 사실을 부각시켜줄 뿐이라는 이야기다. 박 연구원은 또 "가스 터빈 배 밑바닥이나 함미 전원 익사와 함수 전원 경상은 더욱 더 어뢰에 의한 근접 폭침설을 흔들리게 한다"고 덧붙였다.
▲ 엔진과 스크류를 잇는 샤프트에 그물과 밧줄이 감겨있다. 박선원 연구원은 이 사진이 기뢰 폭발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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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연구원은 "아무리 버블제트 효과라는 주문으로 정부가 혹세무민을 해도 역시 어뢰의 변함없는 본질은 수중 포탄"이라면서 "좌현 쪽 수심 6-9미터라고 해도 흘수선 3미터를 고려하면 폭심과 천안함 선저와 거리는 3-6미터 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이 정도 거리라면 버블제트 이전에 쇼크웨이브와 폭발로 인해 배 밑창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무수한 파공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탄약배치 사진이나 깨지지 않은 형광등, 견시병 부상 정도, 간접적으로 접촉한 생존자의 너무도 평온한 느낌의 침몰 순간 증언 등도 모두 어뢰 피격설을 부정하는 증거들이다. 박 연구원은 "어뢰 피격설에 대해 정부가 좀 더 책임있고 체계적으로 자신의 입장과 논리를 보강하고 증거를 확실해 내놓아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다면 어뢰추진체 자체에 대한 의혹으로 비화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 뻘이 가득한 바다 밑바닥을 훑고 다녔다는 그물이 왜 이렇게 깨끗할까. 박선원 연구원은 그물을 드리운지 30분 만에 이 어뢰추진체를 발견했다는 건 기적에 가깝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이 그물은 깔끔하게 잘려져 있다. 어뢰 추진체에 붙어 있는 알루미늄 호일 역시 미스터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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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연구원은 깨지지 않은 형광등과 관련해서도 "너무도 장난 같아서 말하고 싶진 않지만 국방부의 한 장교가 천안함의 형광등은 충격보강이 돼서 웬만한 충격에도 잘 안 깨진다는 정말 재미있는 발언을 했기 때문에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청와대에서 재임 중에 국방부와 합참이 들고 오는 5개년 국방중기계획과 연도별 예산을 심의하곤 했는데 한번도 충격흡수형 특수형광등 항목에 돈을 배정해 본 적이 없다"고 비꼬았다.
박 연구원은 "이미 이명박 정부는 재난에 가까운 외교 참패를 경험하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의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 서한에서 충분히 예견됐다"고 지적했다. 준엄한 대북 경고도, 북한을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는 주장도, 한국 정부를 도와달라는 애절한 탄원도 없었고 그저 적절히 처분을 해달라는 게 전부였다는 이야기다. 박 연구원은 "국제사회는 스스로 지키지 못한 안보를 동정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지방선거를 일주일 조금 더 남긴 시점에서 '돌격 앞으로'를 연출한 5월24일 전쟁기념관에서의 대통령 연설은 블랙 코메디 그 자체였다"면서 "오죽하면 설명 다 해주고 나서 러시아로부터 '밥통'이라는 소리를 공개적으로 들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박 연구원은 "비판적 지식인이나 참여연대에 분풀이할 일이 전혀 못된다"면서 "이명박 정부의 낯 부끄러운 외교 참패는 정부 스스로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국방부가 정보를 숨기고 있다는 주장을 했다는 이유로 김태영 국방부 장관에게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 당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박 연구원은 "두들길수록 저항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아예 묵살해 온 좌초설과 기뢰설에 대해 할 말 좀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검찰이 나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건을 미루지 말고 처리하기 바란다"면서 "법정에서 진실을 가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 연구원은 그동안 군이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뿐 어뢰설이나 좌초설 또는 기뢰설 어디에도 예단을 내리지 않는 비교적 신중한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이날 작정한 듯 의혹을 쏟아냈다. 박 연구원은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영국 워릭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연세대 통일연구원 연구교수를 거쳐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청와대 비서실 통일외교안보전략 비서관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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