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010-09-13 20:04:38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9132004385&code=910302
수중 폭발 입증할 ‘물기둥’ 목격자·TOD 영상도 없어
목정민 기자 loveeach@kyunghyang.com
ㆍ왜 ▶ 폭발지점서 먼 우측 프로펠러만 휘었나
ㆍ왜 ▶ 어뢰 폭발력 ‘계산 공식’ 도중에 바꿨나
ㆍ왜 ▶ 어뢰 추진체서 폭약 성분 검출 안 됐나
윤덕용 천안함 사건 민·군합동조사단장은 13일 ‘천안함 피격사건 합동조사결과 보고서’를 공개한 뒤 기자들에게 “합리적 의심이 없다고 개인적으로 굳게 믿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 단장의 말과는 달리 합조단의 설명 중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적잖이 눈에 띈다.
◇ 오른쪽 프로펠러만 휜 까닭은 = 천안함 선체의 양쪽 프로펠러 중 오른쪽 프로펠러만 구부러졌는데 그 이유가 명쾌하지 않다. 한쪽 프로펠러만 휘었다는 것은 좌초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좌초하면서 암초에 부딪쳐 구부러진 것이라는 가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합조단은 이 가능성을 배제하고 외부폭발로 결론지었다. 합조단은 이날 최종 보고서를 발표하며 “배가 갑자기 정지하면서 추진축이 밀렸고 그때 ‘축 관성력’이 작용해 프로펠러가 휘었다”고 설명했다. 스웨덴의 가메와(프로펠러 제작사)가 만든 프로펠러 중 둥글게 휜 것은 천안함이 “최초”라고도 했다. 문제는 폭발지점에서 상대적으로 가까운 왼쪽 프로펠러가 멀쩡하게 남아 있는 반면, 폭발지점에서 먼 오른쪽 프로펠러만 구부러져 있다는 점이다. 브리핑에 참여한 노인식 충남대 교수는 이에 대해 “좌현 쪽이 우현보다 (기어박스가) 빠져나올 때 속도가 조금 느리지 않았겠느냐”고 말했지만, 설명으로는 충분치 않다.
◇ 어뢰추진체에서 폭약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이유는 = 천안함 선체에선 HMX, RDX, TNT 등의 폭약 성분이 검출됐지만, 정작 국방부가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물)으로 내놓은 ‘1번’ 어뢰 추진체에서는 폭약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것도 의문점이다. 선체에서 발견된 폭약 성분이 ‘1번’ 어뢰에서도 발견돼야 ‘1번’ 어뢰가 천안함을 침몰시킨 어뢰라는 결론이 성립한다. 합조단은 폭약 성분이 미량인 데다 ‘1번’ 어뢰는 크기가 작아 검출이 어렵다고 해명했다. 선체에서 폭약성분이 발견된 것은 선체 면적이 넓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 흡착물질 성분 의혹 = 5월20일 중간조사결과 발표 이후 물리학자인 미국 버지니아대의 이승헌 교수는 천안함 선체와 어뢰 추진체의 흡착물질은 성질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합조단이 수행한 천안함 버블제트 수중실험에 따르면 폭발 직후 폭약 성분인 알루미늄은 비결정질 산화물로 변했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아무리 고온·고압에서 폭발이 일어나도 자연계에서 알루미늄이 100% 비결정질로 변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합조단은 이 교수가 실시한 실험이 조건에 맞지 않아 결정질 산화물이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 이 교수 등이 재반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쟁은 계속될 공산이 크다.
◇ 폭발실험 공식 왜 바꿨나 = 수중폭발 실험에 적용한 공식에 대해 국방부는 말을 바꿨다.
국방부는 이제까지 수중 폭발력을 공중음파로 측정하기 위해 ‘레일리-윌리스 공식’을 이용했다고 밝혀왔지만 최종 보고서에서는 이 공식을 적용하지 않았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지난 3월30일 천안함 폭발 규모를 측정하면서 기뢰나 어뢰가 천안함 하부에서 폭발한 경우 레일리-윌리스 공식을 이용해서 계산하면 TNT 260㎏에 상응하는 폭발력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국방부 관계자는 13일 최종보고서 브리핑에서 “레일리-윌리스 공식은 자연의 인과관계를 법칙화한 것은 아니고, 무수히 많은 수중폭발 실험을 통해 만든 실험공식”이라면서 “환경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방부가 지금까지 폭발력을 추정해온 과학적 근거를 포기하면, 폭발력을 근거로 산정한 다른 조사결과도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 1번 어뢰의 부식 기간은 = 이른바 ‘1번’ 어뢰의 부식 기간에 대해서도 이견이 존재한다. 합조단은 전문가의 육안 식별을 통해 어뢰 샤프트(철 부분)와 선체의 철 부분의 부식 정도가 유사하다면서, 부식 기간은 1~2개월일 것이라고 결론냈다. 시민사회는 어뢰 샤프트의 부식 정도와 기간에 대한 화학·물리적 분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물기둥을 본 사람은 없어 = 천안함 사건 초기부터 물기둥이 있었는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하늘로 솟아오르는 물기둥은 수중폭발의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합조단은 물기둥을 목격한 승조원을 찾아내는 데는 실패했다. 합조단은 한 초병이 본 백색 섬광이 물기둥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함 안정기 변형이 외부폭발 증거 되나 = 국방부는 천안함이 어뢰 피격으로 침몰했다는 8가지 증거 중 하나로 ‘함 안정기’에 나타난 강력한 압력 흔적’을 들었다. 함 안정기란, 함정이 파도에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방지해주는 장비다. 그러나 함 안정기의 변형은 외부폭발로도 일어날 수 있지만, 오래된 선박에서도 노후현상으로 인해 빚어질 수 있다.
◇ 어뢰추진체의 ‘1번’ 잉크는 왜 지워지지 않았나 = 발견된 어뢰추진체를 보면 어뢰의 외부는 심하게 부식된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폭발 시 발생하는 고열 때문에 페인트가 타서 없어졌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서재정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와 이승헌 버지니아대 교수에 따르면, 보통 유성 페인트의 비등점에 비춰볼 때 어뢰의 외부엔 낮게 잡아도 325도 이상의 열이 가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외부가 이러했다면 내부는 더 높은 고열상태였을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추진체에 쓰여진 ‘1번’ 잉크도 타서 없어졌어야 한다는 게 서·이 교수의 주장이다. 잉크는 대체로 비등점이 페인트보다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부 페인트는 타버린 반면, 내부 잉크는 타지 않고 남았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섭씨 3도로 온도가 낮은 수중에서 폭발이 일어났고, 4m에 이르는 전지부가 단열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어뢰추진체에 열이 전달되지 않았다면, 추진체 후면의 회색 흡착물질을 설명할 방법이 없어진다.
◇ 열상관측장비(TOD) 영상 논란 = TOD 영상은 천안함 사고 당시 원인을 파악하는 데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 국방부는 TOD 영상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하다, 야당이나 언론에서 영상 존재 여부를 확인하면 입장을 번복하며 영상을 공개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사고 순간의 TOD 영상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 폐쇄회로(CC)TV는 왜 제각각인가 = 국방부는 천안함 내 CCTV 복원 결과도 이날 공개했다. 하지만 복원된 CCTV 6대는 모두 종료 시각이 달랐다. 가장 처음 종료된 디젤기관실 후부(함미)의 CCTV는 지난 3월26일 밤 9시13분6초에 멈춘 것으로 기록됐으며, 가장 늦게 종료된 가스터빈실 후부(함미)의 CCTV는 이날 밤 9시17분3초에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카메라 각각의 시계와 컴퓨터의 시계에서 발생하는 일반적 시간 오차가 있다”고 설명했지만, 몇십초가 아닌 몇분씩 차이가 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 러시아 조사단 조사결과와의 관계 = 러시아 조사단의 조사결과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점도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된다. 국회 국방위원회 신학용 의원은 “수중에서 비접촉 기뢰 폭발이 있을 수 있고, 종래 매설된 기뢰가 스크루에 걸린 폐그물 때문에 해저에서 수심 6~9m 지점까지 떠올라 작동했을 수 있음을 묵살하고 있다”고 최종 보고서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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