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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노무현

승효상씨 “내가 노무현 묘역 설계한 사연은...“ /헤럴드경제100927

by 마리산인1324 2010. 9. 27.

<헤럴드경제> 2010-09-27 18:24

http://biz.heraldm.com/common/Detail.jsp?newsMLId=20100927000916

 

 

승효상씨 “내가 노무현 묘역 설계한 사연은...“

 

 

건축가 승효상씨가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설계하고 만들어 나간 과정 하나하나를 책을 통해 공개했다.

 

승씨는 최근 펴낸 ‘노무현의 무덤- 스스로 추방된 자들을 위한 풍경’(눌와)에서 자신이 노 대통령의 묘역 설계를 맡게 된 사연을 털어놨다. 2009년 5월23일 노무현 대통령의 투신자살이 있던 다음날, 유홍준 교수로부터 묘역에 대해 의논해야 하니 위원회에 참석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는데, 노 대통령의 집을 설계한 정기용씨는 묘역마저 직접 설계하는 일을 꺼려 자신이 맡게 됐다고 했다.


그는 노 대통령을 ’철저한 자발적 추방인’으로 규정했다. “내가 아는 한, 노무현은 우리 사회에 생소한 사람이었다”며, 스스로를 제도권 밖으로 추방하는 자, 늘 경계밖으로 자신을 내몰았다고 회고했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그의 설계 컨셉은 ‘생소함’에 닿는다.
평지를 묘역으로 택하고, 전통적인 묘역 능침 주변의 곡장(曲墻)에 해당하는 강판벽을 세운 것, 박석 묘역 등은 묘역에 대한 일반적 상식을 벗어난다.

그는 이런 낯섦을 통해 스스로 추방당한 노무현의 삶의 방식처럼 우리의 타성을 짓누르게 하고 일깨우려 했다는 의도다.

설계의 기본 틀은 박석이 깔린 종묘의 월대에서 따왔다.
승씨는 “종묘정전 앞 산자와 죽은자가 서로 만나는 듯한 비움의 공간, 종묘의 월대와 같은 광장을 기본 개념으로 삼았다”고 한다. 


묘역작업에는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참여했다.
봉분함의 디자인은 미술작가 안규철, 백자 항아리는 도예가 박영숙, 글씨는 신영복교수, 임옥상씨가 박석 표면 그림을 그리는 등 서로 보탰다.

승 씨는 “이 장소는 우리가 어떤 위치에 있었든 같은 시대 속에서 나의 존재가 다른 이들의 풍경의 일부분이 되었음을, 그래서 같은 공동체를 만들었음을 기억하는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모두가 보편적 가치를 구하는 곳이며, 결국 우리 자신의 성찰을 구하는 장소로, 성찰적 풍경으로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