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06.11.03 17:29:11
아나키즘,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나
저항과 희망, 아나키즘 / 방영준 지음 / 이학사 발행, 246쪽, 12,000원
일제 치하 무정부주의자들의 투쟁상을 그린 영화 <아나키스트>(2000년) |
책은 아나키즘이 펼쳐 온 길을 돌이켜 보고 그 현재적 의미를 밝힌다. 낭만주의ㆍ허무주의ㆍ부르주아 급진주의 등 전투적 색채로 칠해지다가도, 세계평화주의ㆍ공동체주의ㆍ생태주의 등으로 변주돼 가며 시대의 삶 속에 편재하는 아나키즘.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갈 것인가.
프루동에서 크로포트킨까지, 즉 프랑스혁명에서 볼셰비키혁명 사이의 기간에 아나키즘은 무수한 결절을 보이며 지금도 생성을 멈추지 않고 있다. 석가나 예수를 선조로 볼 정도로 아나키즘의 역사와 스펙트럼은 넓다. 책에 의하면 아나키스트들의 요체는 자연론적 사회관, 개인의 자주성에 대한 강조, 그리고 권위에 대한 저항이다. 개인주의만은 아니다. 동시에 공동체 정신에 근거한 정의관, 즉 평등주의 덕택에 그들은 이기주의자와 격을 달리한다.
지난 시절, 격렬했던 이념의 쟁투는 허울을 벗고 있다. 비슷한 이치로, 오늘날 정치 이념으로서의 아나키즘 역시 해체ㆍ변형됐는지 모른다고 책은 말한다. “이제 한국에서 아나키즘은 ‘자유공동체주의’ 또는 ‘자주공동체주의’라는 이름을 얻었다.” 나아가 책은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생태주의가 사회의 윤리화를 주장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다”고 강조한다.
성신여대 윤리교육과 교수인 지은이는 “마르크스 사상이 온갖 영양제를 섞어 만든 드링크제라면, 아나키스트 사상은 심심산골의 옹달샘에서 나오는 시원한 물과 같은 맛이었다”며 아나키즘에 심취했던 젊은 시절을 회상한다. 아나키즘이 왜 “인류 역사와 더불어 도도히 흐른 지하수”인지를, 책은 선명한 논지로 밝혀준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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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7350959
<책소개>
아나키즘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오랫동안 아나키즘을 연구해온 지은이가 아나키즘의 본질과 정체성을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하면서 그 논쟁점을 살펴나간 것으로, 치밀하게 아나키즘을 해부했다.
1부와 2부로 구성했으며, 1부에서는 고전적 아나키즘의 여러 모습을 담았다. 아나키즘의 생성과 그 유형들, 그리고 아나키즘의 실천 방법과 그 딜레마에 대해 다양하게 분석했다.
2부에서는 현대 아나키즘이 어떤 나래를 펼치고 있는지 살폈다. 먼저 아나키즘의 현대적 변용의 모습과 그 의미를 그렸고, 아나키즘과 교육과의 관계, 아나키즘 생태론자인 머레이 북친의 사회생태주의도 다뤘다. 또한 현대 과학의 첨단 이론으로 거론되는 복잡계 이론과 아나키즘 이론과의 상관성을 찾는 작업을 시도했다.
<목차>
제1부 아나키즘이란 무엇인가
1장 왜 다시 아나키즘인가
2장 아나키즘, 어떻게 태어났나
3장 아나키즘 정의관의 뿌리는 무엇인가
4장 아나키즘의 현실 인식의 내용과 특성은 무엇인가
5장 아나키즘의 실천 방법과 딜레마는 무엇인가
제2부 아나키즘, 어떻게 나래를 펴고 있나
1장 아나키즘은 지금 어떻게 재생되고 있는가
2장 아나키즘은 교육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3장 아나키즘과 복잡계 이론은 어떻게 비슷한가
4장 생태 아나키즘의 한 모습: 사회 생태주의
5장 아나키즘이 불교와 닮았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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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준>
방영준은 해방 공간의 격변기에 태어나 6.25전쟁을 겪으면서 가족사에 큰 변고를 맞았다. 그리하여 청소년 시절을 표류와 유랑으로 보냈다. 지금도 이 기간의 경험을 삶의 에너지원으로 삼고 있다.
중고등학교 과정을 거의 생략한 채 대학에 입학했다. 대학생활 1년을 겨우 버티다가 탈옥하듯 군에 입대해 서부 전선 최전방에서 3년간 복무했다. 제대 후 얼마간 머뭇거리다가 복학하여 고시 공부하는 흉내를 내면서 잡서만 읽다가 졸업했다. 졸업하자마자 대기업에 들어가 밥, 술을 한껏 먹으면서 몇 년 히히거리며 보내다가 언뜻 생각을 바꾸어 대학원에 입학했다.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아나키즘의 정의론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후 서울대, 성균관대 등에서 강사 생활을 하다가 1984년부터 성신여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동안 인간 삶의 양식과 윤리 도덕 문제, 사회변동과 사회사상에 관심을 두고 공부하고 가르치고 글을 써왔다. 근래에는 공동체 문제, 생태계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퇴임 후에는 깊은 산의 절에 들어가 마당이나 쓸면서 생활했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고 있으나 분명 절 밑 마을 주막에서 어슬렁거릴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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