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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사회

'베트남 여행농가' 구제역 누명 벗었다 /매일신문20110106

by 마리산인1324 2011. 1. 19.

<매일신문> 2011년 01월 06일

http://www.imaeil.com/sub_news/sub_news_view.php?news_id=628&yy=2011

 

'베트남 여행농가' 구제역 누명 벗었다

안동 3곳, 역학관계 없는 것으로 드러나…정부 '매개체 지명' 배경 의혹

 

 

구제역 사태의 감염 경로로 전국에 알려졌던 3명의 베트남 여행 축산농가가 이번 구제역 첫 발생지와는 시간적·공간적으로 아무런 역학 관계가 없는 것으로 속속 드러나면서 그동안 방역 당국이 이들을 구제역 바이러스 국내 유입 매개체로 잘못 지목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에 대해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최근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의 질의 때 감염경로로 추정된다고 특정해 공식 답변한데다 한 방송과의 인터뷰 때도 공개적으로 확인해 준 바 있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방역 당국이 유입 매개체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며 허둥대다 구제역 확산을 막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베트남 구제역 매개체로 공개적으로 거론돼 온 이들은 안동지역 한우농가인 권기수(축협조합장) 씨와 권기봉 씨, 그리고 양돈농가 권기택 씨 등 50대 세 사람이다. 이들은 구제역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작년 11월 3일 베트남으로 출국해 4박 5일간 여행한 후 같은 달 7일 입국했다. 이업종교류협회라는 기업인단체의 회원으로 해외 친선모임차 베트남을 다녀 오게 된 이 세 사람 중 권기수, 권기봉 씨 등 두 사람은 이번 구제역 첫 발생지와 연고가 없고, 귀국 후 한 차례도 구제역이 발생한 서현양돈단지를 방문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돼 일찌감치 역학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방역대책본부와 역학조사를 맡은 방역 당국도 확인한 내용이다. 특히 권기봉 씨 축사의 한우 234마리는 5일 현재까지도 건재(본지 2010년 12월 28일자 1면)한 상태다.

 

나머지 한 사람인 권기택 씨도 구제역 첫 발생지인 양돈단지 내에 축사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역학조사 대상에 올랐지만 권 씨도 당국이 베트남 구제역 바이러스 첫 유입일로 보는 작년 11월 10일보다 3일이나 지난 같은 달 13일에야 귀국 후 처음으로 서현양돈단지 내 돈사를 방문한 것으로 확인돼 이마저도 역학조사 대상으로서의 과학적인 근거가 희박해진 상황이 돼버렸다. 가장 유력한 구제역 바이러스 매개체로 거론되던 이들의 혐의가 풀리면서 이번 구제역 사태의 원인 규명과 감염 경로를 새로 조사해야 할 상황이 됐다.

 

이처럼 구제역 매개체로 지목을 받았던 세 사람에 대한 의혹이 풀리자 최근 국립수의과학검역원과 경북도가축위생시험소, 방역대책본부 등 방역 당국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이들을 바이러스 매개체로 지목한 적이 없다'며 일제히 발뺌하는 상황으로 급변했다. 일부는 성급한 보도 때문이라며 언론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지역 축산농가들은 "구제역 최초 발생지로 추정되는 농가와는 연관이 없는데도 여태껏 베트남 구제역 매개체로 이들을 거론해 온 배경에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이들에게 뒤집어씌우려는 의도가 숨어 있지 않느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이를 명분으로 삼아 축산업허가제와 가축전염병예방 관련법 개정 등 축산인들을 더욱 규제하려는 방향으로 축산정책까지 바꾸려 한 당국의 처사에 어처구니없어 하며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박순보 경북도 농수산국장은 "이번 구제역 방역과정에서 경북도는 단 한 번도 베트남 여행 축산농가를 구제역 매개체로 거론한 적이 없다"며 "오히려 최근 농식품부 장관의 국회 답변이 무리하다고 판단돼 녹취록을 만들어 당초 역학조사를 맡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항의까지 했다"고 말했다.

 

안동·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